촌구석에서 대학에 합격해 서울로 온 나는 아는 사람도 없고 늘 혼자였다

낯가림 나서는 것도 귀찮고 구석에서 겉돌기만 했는데

동기가 먼저 인사를 건내왔다 어색하게 웃으며 소개를 하고 스몰토크나 하는데 밥 혼자 먹던데 같이 먹자는 제안까지

사실 난 혼자가 편하고 말 걸어주는것도 귀찮은데 못 이기는 척 따라가 함께 학식을 먹은 뒤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됐다

드디어 나도 스울 친구가 생겼다는게 나쁘지는 않았고


웃는 얼굴에 친절하다 이 친구의 문제는 멍청한 건지 척 하는 건지 더럽게 착하다는 거였다

나였다면 꺼져 병신아 끝날 일인데 친구의 부탁에 거절할 때는 얼굴 빨개지며 어쩔 줄 몰라 진심으로 사과하고

자기 시간 빼가며 저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매일 보는데도 이새끼는 진짜구나 놀랄때가 많았는데

가까워지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때 스울 구경 많이했던 것 같다


성격과 호감상 때문일까 하이애나같은 새끼들 먹이감인지도 모르고

평소 성격대로 친절하게 대하는걸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없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그럴때마다 친구끼리 그러는거 아니라며 걱정 고맙다는데 답답할 때가 많았다

좋아했다면 아마 말도 못 걸었을거고 지켜보기만 했겠지 내가 정의로운 새끼는 아니지만 좋은 의도로 대하는데

저딴 새끼들은 이익을 보려 하거나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게 짜증과 내 눈에 거슬렸을 뿐이었다

당시 좋아하던 선배누나가 있는데 지금 뭐하려나


착한새끼가 하이애나같은 놈들에게 물어뜯겨 상처받을게 뻔한데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착하지나 말지

내가 남을 걱정해주고 있으니 스스로 놀랄때가 많았는데 이새끼에게 말해봐야 의미도 없으니 쳐내기로 생각했다

말해봐야 먹히지도 않는데 감정 따위는 알빠아니었고

과정에서 사귀냐 좋아하는거 아니냐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대학졸업하면 안볼 새끼들 온갖 지랄은 다 떨어서 쳐내기도 했다

함께있으면 답답함에 미칠지경이었는데 웃으며 고맙단다 뭐 이딴놈이 다있지 싶었다


방학때도 자주 만났다 크리스마스 10일 전이었나 어느날 먼저 친구들 멀어질까봐 거절하기 힘들었는데 나서줘 고맙다며 지갑을 건낸다

여자 생명체에게 받은 첫 선물

그리고 웃으며 나 좋아하나봐?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야이 미친년아 니가 멍청하니까 저새끼들 어떻게 해보려는것도 모르고

넌 뭐하는 년이냐 세상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넌 그랬더니 나 좋아하는거 맞네 환하게 웃는데 꺼져 그리고 계산하고 나왔다


부랄이 얼 정도의 강추위 사실 돈도 많지 않아 겨울에 과잠 하나 좆팡 패딩 하나가 전부였는데 좆팡 패딩이 안 말랐고

신촌에서 과잠입고 다니는 것도 한심해 보여 얇은 점퍼로 입고 나왔는데 뒤지게 춥더라 뒤에서 같이가자고 쫓아와 팔짱을 끼는데

처음 느껴보는 따뜻함 뿌리치려고 하면 웃으며 춥잖아 선한 눈빛으로 웃으며 올려다보며 눈을 마주치는데 눈녹듯 추위도 모르고 집까지 걸었다


학교 근처 작은 원룸 짐도 많지 않아 여름 옷 몇벌 겨울 옷 몇별 돈도 부족한데 보일러는 무슨 전기장판에 이불 끝

집 근처에서 멈춰 정신차리라고 하고 이제 가라고 했다 추운데 몸 좀 녹이면 안될까? 웃으며 말하는데 개같이 추워 마지못해 앞장서 문을 열었다

장판 먼저 켜고 집에 가둬두고 근처 편의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검은콩 두유 하나 친구는 커피 좋아하니까 레쓰비 하나


방구석이 좁아 그런가 향기로운 여자 냄새가 방을 뒤덮었다 검스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 상의는 셔츠+랄프로렌 니트 베이지 코트

이딴 집을 처음 보는건지 큰 눈으로 좁은 방을 둘러보며 따뜻한 커피 고맙다고 계속 말하고 나는 빨리 먹고 가라고했다

하필 어제본 일본 야동이 원룸에서 남녀가 하는 거였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고 풀발이 돼서 친구 무릎을 가리던 이불을 빼았아 가렸는데

눈 앞에서 검스를 보니 더 견딜 수 없어 빨리 가라고 계속해서 재촉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자세히 보니 괜찮은 여자였네 갑자기 호감도가 올라가는데 일시적인 것이다 상황에 속지말자며 정신을 집중한터라

무슨말을 하는지 기억도 잘 안났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12시를 향하고 있었다


배가 고팠는지 꼬르륵 소리는 좁은 방구석에 유독 크게 울렸다 웃으며 자기도 배고픈데 싱크대에 던져진 라면을 가리키며 자기가 끓여준다며

일어서는데 뒷모습을 보니 어제본 야동과 똑같은 상황에 또 풀발 야무지게 먹고나서 보내려고 날씨나 체크하려 창문을 열었는데 강풍에 폭설까지

도저히 갈 수가 없는 상황

어떻게 집에 보내나 고민하던 중 날씨때문에 집에 갈 수 없어 자고 가면 안 돼냐고 묻는데 이 날씨에 알겠다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집에 전화해 사정을 설명하고 끊고 나는 풀발하는 야추부여잡고 이야기를 나눴다 스울에서 오래된 여고나오고 대학에 온 친구였다는 걸

처음 알게됐다 평소 관심없어 묻지 않았으니까


1시가 좀 넘어 졸려 잘 준비를 했다 이불 하나 장판 작은거라 예의상 한 번 닦아주고 이불을 나가 터는데 먼지가 엄청 많이 나왔다

아무 생각없이 샤워하고 나왔는데 멀뚱멀뚱 쳐다본다 혼자여서 아무생각없이 빤스만 입고 나온걸 자각을 못해 놀라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옷 달라고 했다 씻고 나오는데 내 샴푸가 이렇게 좋은 향이었나 아니면 여자 냄새였던건지 1인 장판에 이불챙겨주고

옷은 내 티셔츠에 반바지 던져줬다

머리말리며 뒷 목이 보였는데 여자란 이런거구나 신비하기까지 이불이 작아 혼자 어떡하냐며 걱정하는데 원래 안 트는데 너니까 보일러 틀었다고

온갖 생색은 다 냈다

좁은방 나란히 누워있는데 확실히 처음느끼는 여자냄새는 굉장히 좋았다 불을 끄고 커튼까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좁은 방 친구와 누워있다


귀찮다 몇달 뒤 사귀게 됐고 졸업하고 다행히 빠르게 취업 몇년 지나 결혼이야기 내가봐도 없는 집에 시집보내는게 아닌것같아 도망다니다

시골 출신 돈도 없는 놈이라 몇달 넘게 강력한 반대 충격에 어머님은 드러누우시고 화목하던 가정이 나 때문에 큰소리가 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얘도 물러서지 않아 결국 호출받고 눈물흘리게 하면 가만안둔다고 한숨 푹 쉬시며 어쩔 수 없이 승낙받았고 곧 집안끼리 만날 예정

가끔 같이가는데 아직도 인정 안 하셔서 눈도 안 마주치심


우리집은 너같은 놈이 서울가서 결혼까지 출세했다고 하고 결혼이라는게 애들 장난은 아니구나를 뼈저리게 느낌

요즘 머기업들 구조조정 난리도 아니고 와이프 자식까지 짊어져야 하는데 하루라도 젊을때 돈보다 안정적인 곳으로 이직을 결심

앞이 깜깜해서 그런가 집중이 잘돼는 점은 좋고 퇴근하면 피곤하지만 공부도 하고 이렇게 잠깐 쉬고 하루보냄


결혼하고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겠지만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일들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희망 반 막막함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