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모아논 곳:
“솔직히 만드는데 하루이틀 걸릴것 같진 않고, 나 혼자서도 안되고. 여기저기 일손좀 빌려가면서 만들어야겠는데… 네가 금은보화는 못 갖다줘도 정성이 담긴, 뭐 먹는 거라던가 입는거라던가. 그런거라도 좀 가져다가 줘야 도와주는 애들 보상도 되고, 맞지 않냐?”
나는 그런 늑대의 말을 들으며 한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 아니 산신은 생각보다 이타적이지만 동시에 속물적인 산신이란것을.
“… 산신이란 분이 생각보다도 더 속물적이시네요.
“왜, 내가 산신이라고 해서 홍동백서 제삿장에 돈물린 돼지머리 갖다주면 좋아할줄 아냐? 먹을거 귀했던 조선시대에서나 그랬지 요즘세상에 그런거 하등 의미가 없어요.”
”200년동안 사셨다면서요? 그러면 조선시대에서 태어나신 ㄱ…”
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듯 되묻자 늑대는 정곡을 찔린듯 조금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야, 야. 그런거 걸고 넘어지지 말고. 내가 나이만 좀 먹었지 아직 젊거든? 그런 세세한거 따지지 말자고.”
“네… 그런걸로 해요.”
“암튼, 무덤 완성할 때까지는 계속 저 마을에서 사는거다? 알겠지?”
“... 알았어요. 그것 뿐이라면야…”
“그것 뿐이라니, 뭐라도 가져다 줘야한다?”
“뭘… 좋아하시는데요? “
“먹을거면 뭐든지 좋지. 나 말고 힘 좀 대신 써주는 도깨비들 줄 묵이라던가, 자기 터 무덤자리로 내주는 다른 검들에게 줄 제삿밥이라던가.”
“... 저, 그렇게까지 요리를 잘하진 못하는걸요.”
“그런건 상관 없어. 해준 사람 마음이 중요하지, 맛이 중요한가? 나야 뭐 워낙에 뭐든 안가리고 먹을 자신 있으니까 상관없고, 도깨비놈들은 길에 굴러다니는 짱돌도 씹어먹을 정도로 걸신들린 놈들이거든.”
“아…”
“뭐, 어차피 이젠 나나 도깨비같은 검들을 위해서 뭘 해주는 사람들 자체가 적어져가니까. 네가 뭘 들고오던간에 두팔벌려 환영할거다.”
“정말요?”
이 세상엔 나를 맞아줄 이는, 엄마를 제외하면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그래왔으니까.
그리고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금, 나는 다신 나를 환영해 줄 이도, 그럴 곳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 임마. 그러니까 이런 거지꼴로 험한 산 아무곳이나 오르지 말고. 무슨 꼬맹이가 겁이 없어…”
눈앞의 늑대의 친절은, 나의 그런 생각도 없앨만큼, 생소하고 익숙한 것이였다.
“... 고마워요, 늑대아저씨.”
“뭐? 야, 늑대아저씨?”
나의 감사인사에, 늑대는 조금 당황한 듯 언성을 높였다. 분명 아까 자신은 그리 나이든 것이 아니라 했음에도 소위 늙어보이는 ‘아저씨’ 라는 수식어를 붙인 탓일까.
“뭐, 아저씨? 아까 내 이름 말해줬잖냐! 본관에 호까지 붙여서. 그런데도 아저씨라고?”
처음 볼때만 해도 험상궂은 인상에, 타인을 그리 배려하지 않는듯한 말투는 빈말로라도 좋은 이라고 할 수 없을것만 같았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해 본다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표현이 서툰 것 일뿐, 분명 나쁜이는 아니라고.
나는 그런 늑대를 보며 그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뭐. 솔직히 그렇게까지 아저씨로 보이진 않으니까… 형이라고 부르면 되나요?”
“쯧… 요즘 어린것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말하는것만 보면 아저씨 맞네 뭐…”
“야!”
“그래서, 아저씨가 좋아요 아님 형이 좋아요?”
“...그래. 형이라고 해라.”
못이기는 척, 형이란 호칭을 고른 늑대는, 경호 형은 겉보기에는 심통이 나 보였다.
그러나 형의 긴 연보랏빛 두루마기 자락 사이로 고개를 내민 잿빛 갈색 꼬리가 옅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끝에 맺힌 감정은, 아마도 기쁨.
왜 기쁜걸까. 기쁨이란 감정이 처음 만난 이에게 느낄만한 감정이던가.
나는 아니던데.
씁쓸한 슬픔을 언제부턴가 질리도록 삼켜오던 나는, 기쁨의 감미를 오랫동안 느끼지 못한 탓인지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알게 될 것만 같았다.
이 늑대와 같이 있을수만 있다면.
“...그런데, 너 남자애였냐?”
“네?”
“딱히 남자애 여자애 생각한건 아니긴 한데… 곱상하게 생겨서.”
“남자 맞아요, 전…”
내 성별을 궁금해 하던 질문은 어릴 때 부터 듣던 말이긴했다. 하지만..
“그리고 그렇게까지 뛰어난 얼굴도 아닌걸요.”
솔직히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못난 편은 아니긴 했다. 오히려 괜찮을 법도 했다. 그러나 한번도 제대로 꾸미거나 멋을 낼 만한 기회가 없던 나에겐 외모에 대한 칭찬은, 글쎄. 그닥 자주 듣던 말은 아니였다.
“그러냐?”
“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요.”
“나는 아닌데.”
“네…?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당황한 나는 경호 형을 올려다 보았다. 얼굴색 하나 안 변한채로 낮간지러운 말을 서슴지 않는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채 나를 뚫어져라 처다보기만 했다.
나는 그런 경호 형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 장난치지 마세요. 저 그런걸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 뭐 마음대로 생각해라. 나도 마음대로 생각할테니까.”
그렇게 말한 이후 경호 형은 나에게 다가오며 작은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 말은 정말 작았지만, 확신이 담겨있는 듯한 말이였다.
‘예쁘기만 한데.’
“....”
“그래, 뭐. 이제 볼일 다 봤으면 마을 내려가야지? 곧 해도 질 것 같은데 말이야.”
“...”
“그 항아리는 이리 주고. 네 엄마 무덤 만들기 시작하면 너한테 내가 찾아갈 거니까…?”
“...”
“왜그러냐? 고개 푹 숙이고선 대꾸도 안하고.”
“… 아니에요. 저, 빨리 돌아갈게요.”
“뭐…? 야, 야!!”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 뒤를 쫒아오는 경호 형을 뒤로 한 채로.

경호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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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햇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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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