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 - @Park_draw 께서 그려주신 2부 표지입니다)
"이걸 여기다가 넣으면…. 끝났다!"
할 일을 끝마친 나는 기쁜 마음에 조용하다, 고요하다 라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는 곳에서 큰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비록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나 스스로도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깜짝 놀라 입을 막는 제스처를 취한다.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봤다면 혼자 소리치고 혼자 입을 막는 우스운 모습에 표정을 구겼을 수도 있지만 뭐 어떤가.
민망함을 뒤로 물리고 한켠에 놔둔 리스트에 체크 표시를 긋는다. 30개를 웃도는 항목들 전부에 체크 표시를 하자 뿌듯함이 생긴다.
'일을 막 시작했을 땐 하루 종일 해도 다 못했었는데…."
이곳. 도서관에서 일한 지도 어느새 2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설명하자면 며칠을 꼬박 새워도 부족할 것이다.
-----------------------------------------------------------------------------------------
"도서관이요?"
"응"
"갑자기 도서관은 너무 뜬금없는데….""시키는 대로 하는 게 계약조항 아니었나?"
눈앞에 앉아 있는 곰은 의자에 푹 기댄 채 한 손으론 내가 사인한 그 계약서를 펄럭이고 있었다.
곰수인. 그중에서도 한 덩치 하는 그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의자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중요한 사항은 그게 아니었기에 곧바로 정신을 차린다.
"그거 내용도 모르고 사인하게 해놓고선…."
"시발…. 기어오르지"
나의 불만이 길어지자 크게 한숨을 쉰 곰은 한마디로 자신의 기분이 구겨졌음을 표현한다.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그와 어느 정도 그에게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욕을 할 때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 죄송해요. 어디서 근무하면 될까요?"
급속도로 차가워진 분위기를 무마하고자 그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기로 선택한다.
그래…. 얹혀사는 주제에 내 의견이 뭐가 중요하다고….
"여기서 한 10분밖에 안 걸려. 불만 없지 이제?"
"알겠어요…."
그의 윽박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없다. 곰 또한 나의 변화를 눈치챈 건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그러니까. 라며 말을 덧붙인다.
"믿을만한 놈으로 붙여줄 테니 열심히 해봐. 어차피 회사 사람이랑 가족만 이용하는 도서관이니까"
"감사합니다…."
------------------------------------------------------------------------
그런 떨떠름한 대화를 끝낸 뒤로 일하게 된 곳이 지금 내가 서 있는 도서관이다.
회사 사람들만 쓴다기에 작은 도서관을 생각했는데.
크다….그것도 꽤나 많이….창피하지만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땐 사무실을 못 찾아서 30분이나 지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마저도 어디로 가야 할지 한참을 헤매고 있을 때 나를 구해준 건.
"오~ 오늘은 더 빨리 끝났네요. 후배님"
들려온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저 멀리서 터벅거리며 걸어오는 선배가 보인다.
"잘 알려주신 덕분이죠. 저도 이렇게 빨리 끝난 건 처음이에요"
"에이 아부는 필요 없네요 "
나의 대답에 쿨하게 대답하는 이 여자는. 우리 세계에선 정말 흔치 않은. 인간이다.
수인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곳에서 인간은. 종족 하나만으로 많은 관심과 인기를 가지지만.
정작 선배는 그것들을 싫어했고 이를 뒷받침하듯 늘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 성격과 더불어 업무에 있어선 확실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곰이 회사에서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다 끝난 기념으로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요? 어차피 오후에는 다른 업무 해야 하니까요"
"어…. 아직 11시 10분인데…. 벌써 밥 먹으러 가도 되는 건가요.?"
"뭐 어때요. 다들 2, 30분 되면 급하게 뛰어들 가시는데. 10분 일찍 먹는다고 문제 안 생겨요"
"아…. 그런 거구나..."
그럼 출발~이라며 등을 떠미는 선배를 보며 시원시원한 성격과 자신감이 한편으로는 존경스럽다.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며 그녀와 함께 식당으로 걸음을 옮긴다.
.
.
.
선배는 식당으로 걸어가는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어색하지 않도록 질문을 던진다.
"일한 지 벌써 2달이네요. 어때요? 크게 어려운 건 없죠?"
"많이 도와주셔서 그래요…. 아직 완벽하게 잘하는 일도 없구요"
"에이 자신감을 가지라니까. 일머리 나름 있는 편이에요"
예의상 해주는 칭찬인 걸 알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진다. 내게 멋쩍은 듯 감사하다고 하고 넘기자
선배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이어간다.
"그래서 팀장님이랑은 무슨 관계인지. 진짜 안 알려줄 거예요?"
"아…. 그게…. 하하…. 글쎄요.. 저도 잘."
2달 동안 거의 매일 듣는듯한 질문임에도 아직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매번 똑같은 대답에 선배 또한 궁금함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해 보인다.
집요한 시선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다. 인간이란 종족은 원래 이런 걸까.?
"저 말고.. 팀장님한테 여쭤보면 되지 않을까요?"
"진즉 해봤죠. 하지만 아시잖아요. 그런 얘기 절대 안 하는 타입인 거"
역시 내가 생각했던 대로 곰은 자신의 개인사는 철저히 감추는 편이었다.
몇 년을 같이 일한 사람에게도.
"저…. 궁금한 게 있는데.."
싫으나 좋으나 당분간은 곰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야 했기에 그에 대한 정보는
많이 알아둘수록 좋을 것 같았다. 내가 먼저 질문을 하는 게 의외였는지 선배는
눈이 잠시 커졌지만. 이내 어서 물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곰 팀장님이…. 안 무서우세요?"
"푸핫! 아니 궁금하게 그런 거예요?"
"그게 뭐라고 뜸까지 들여가며 묻는 거예요 안 무섭냐니 후배님은 많이 무서우신가봐요 곰 팀장님이"
"네에…. 뭐랄까…. 좀…. 많이…."
평소 감정표현을 잘하는 편이 아닌 그녀가 큭큭대며 웃자니. 내 질문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정말…. 이 사람은 곰이 안 무서운 걸까. 진지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으니. 그녀는 한참을 더 웃더니
아 대답해야지 라며 입을 열었다.
"거칠긴 하지만 절대 나쁜 사람…. 아니 수인은 아니에요. 내가 보장해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은 다들 무서워하시는 것 같던데…."
"안 무섭다곤 안 했는데요? 저는 인간이라 곰이 앞에 서 있으면 몇 배론 더 무섭죠"
"아…?"
"겉모습이 다가 아니잖아요. 전부를 봐야죠"
너무 고리타분한 말인가? 라며 자신이 했던 말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던 선배는.
단적인 예시로 라며 말을 잇는다.
"호섭 씨 목에 걸려있는 사원증. 팀장님 거잖아요.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사원증 같은 거 남한테 주겠어요?"
"아…."
그녀의 말에 나는 반사적으로 걸려있는 사원증으로 시선이 간다. 선배의 말마따나
나는 아직도 내 사원증이 아닌 곰의 얼굴이 걸려있는 사원증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아직 제 사원증이 안 나왔다고 해서 임시방편으로…."
"고작 사원증 하나 만드는데 2달이 넘게 걸린다고 생각해요? 후배님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 순진하시다."
"그…. 그런 거였어요?"
나는 당연히 회사 일이 바쁘게 흘러가다 보니 나에게 신경 써줄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식적으로 취업을 한 건 처음이다 보니 이상함을 느끼진 않았다.
곰 또한 아직 안 나왔으니, 자신의 것을 걸고 있으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당연하죠. 회사가 이렇게 큰데…. 맘만 먹으면 1시간도 안 걸릴걸요?"
"그러면 왜 제…."
"아 도착했다. 마침, 배도 딱고프…. 아 뭐라고 했어요?"
"아니에요…. 저도 배고프다고요"
묻고 싶은 것은 많았으나 식당에 도착한 탓에 더 이상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 천천히 밥 먹으면서 얘기해보ㅈ...
"와 오늘 갈비찜이네"
…. 일단 먹고 생각할까?
----------------------------------------------------------------------------
점심을 먹고 난 뒤 선배는 커피 한 잔을 건네곤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했다.
이상한 것을 시키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잠자코 따라가자
회사 본건물 뒤편에 있는 산책로가 나왔다. 사내 복지서비스 중 하나라고 듣긴 했지만
와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예쁘다.'
회사에 딸린 산책로가 예뻐 봐야 얼마나 예쁘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내 복지에 진심인 회장과 임원진들 덕분에 잘 관리된 조경과 분위기에
처음 와본 나조차도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겨울의 끝자락임에도 불구하고 계절에 맞는 꽃을 심어뒀는지
심심할 법도 한 산책길의 색감을 더해준다.
특히 어젯밤에 내렸던 눈이 소복히 쌓인 덕에 절경의 분위기가 띈다.
"음…. 여기 어때요? 별로죠?"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 나와는 달리 선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런 풍경이 별로라니…. 인간의 기준은 그렇게나 높은 거란 말인가.
내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니 선배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아니뭐…. 라면서 말을 잇는다.
"전 풍경이나 산책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서요. 인간들은 다 이런 거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제 개인 성향"
"! 제 생각 어떻게 아셨어요?"
"얼굴에 다 쓰여있으니까요. 후배님은 거짓말 참 못할 것 같네요. 숨기는 거 잘 못하니까"
…. 생각은 잘 읽지만, 사람은 잘 못 보는 것 같다. 숨기는 걸 잘 못한다니. 당신은 절대로 생각지도 못할 일을
저지르고도 이렇게 당신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느낌을
이 맹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인간이 알기나 할까.
그런 생각이 드니 나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 쓴 표정을 짓게 된다. 물론 자신의 대답에 쓴 표정을 짓는다고
생각하겠지….
"별로 좋아하시지도 않는 곳에 왜 저를데리고…."
"아.. 뭐…. 부탁 같은걸 받아서요"
"부탁…. 이요?"
음…. 설명하기엔 난처한데 라며 뺨 한쪽을 긁는 선배는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하더니 걸음에 속도를 높인다.
내 질문에 답장을 듣기 위해 나 또한 그녀를 따라서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산책로의 중앙. 커다란 분수가 있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옆에 있는 벤치에는 온열 기능이 있는지 따뜻해 보였다.
선배는 나를 그 벤치에 앉히더니 핸드폰으로 한 번 더 시간을 확인한다.
"어…. 여기서 한 5분만 기다려줄래요?"
"네…? 갑자기요?"
"어 갑작스럽긴 한데…. 아까 질문한 거 있죠? 그거에 대한 대답 들려줄게요."
대답 궁금하죠? 그럼 꼭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라는 말을 남긴 채로 선배는 빠른 걸음으로 돌아갔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럽지만, 시키는 대로 가만히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분명 잘 만든 산책로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인 탓인지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따뜻했던 커피가 미지근에 가까워질 때쯤. 식곤증 탓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아…. 점심을 너무 많이 먹은 걸까'
약간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졸음이 몰려온다. 잠깐만. 자고 있을까... 금방 돌아올 것 같지도 않은데.
그래. 딱 3분만 자자 라고 속으로 다짐하고 눈을 감는다.
저벅
저벅
저벅
닫힌 눈과는 반대로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집중한다.
묵직한 발걸음 소리. 꽤나 덩치가 나가는 인물인가 보다.
이상한 건. 그 발걸음의 소리가 나에게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기분 탓이겠지 싶어 애써 무시하려고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나에게 가까워진다.
그러다 뚝. 어느 순간 발소리가 멈추었다.
설마….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애써 깊이 잠든척하며 눈을 뜨지 않는다.
그냥 가줬으면 하는 내 바램과 달리 내 앞의 생물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하아.... 제발 별일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아무 데서나 퍼질러 자는 건 그냥 취미인가 보지?"
바보 같기는.
그렇구나. 선배가 그렇게 싫어하는 산책로까지 걸으며 나를 여기다 데려다준 이유가.
나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그를 부른다.
"오셨네요."
감방을 나온 이후 아무것도 묻지도 않은 채. 나를 도와줬던 그 남자가.
얼음같이 차가우면서도 불같이 화내는 성격을 가진…. 그럼에도 밉지 않은.
많이 고마운....
아직 이름도 모르는 곰씨.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글쓰는 너굴맨입니다. 얼마만에 이렇게 소설로 찾아뵙는지 모르겠습니다. 1부연재를 마무리하고 나서 너무 오랜기간 공백이였다보니 1부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으신 분들이 많을것 같습니다. 포스타입링크를 걸어둘테니 복습이필요하신분들은 편하게 눌러주시길 바라겠습니다. 2부가 마무리 될때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내용 하나도 기억안나지만 소설추
와! 드디어!
이런 귀한 보물이 있었다니 - dc App
포스타입젤다 ㅇㄷ...
https://www.postype.com/@jum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