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아저씨.”


장난기 가득한 손길.


“또 놀린다, 또.”


오래 할 수는 없었지만.


끝끝내 픽 웃은 B가 허리를 홱 굽혔다. 털 부숭부숭한 손아귀로는 A의 양 팔목을 그러쥐고 아래로 스윽 내려 보냈다. 가슴께에 가지런히 포개지는 두 손. 아기처럼 얌전히 안긴 꼴이 되는 것도 금방이었다.


B는 이내 입술을 슬쩍 벌렸다. 반쯤 벌어진 늑대의 주둥이는 곧 A의 정수리를 가볍게 깨물었다. 머리털 아래 살갗에 닿는 날카로운 이빨. 힘을 거의 들이지 않아 아프다기보다는 간질간질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장난에 대한 응징보다는 애정 섞인 행위에 가까울 성싶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던 A는 저항하지 않고 낄낄대며 몸을 뒤척이기나 했다. 요즘 틈만 나면 이러시네. 처음에 할 때는 무서워하시더니. 이제 익숙해졌다 이건가.


그건 그렇고…….


“……음.”


기분 좀 이상한데.


머리통을 잘근거리던 주둥이가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따뜻하고 말캉거리는 혀는 곧 목과 볼을 할짝거리기 시작했다. 귓바퀴를 조심스레 핥는 감촉이 퍽 간질간질했다. 간지럽기로는 살갗에 대고 조금씩 문질거리는 코도 매한가지였다.


숨소리는 차츰 고조되기 시작했다. 통나무처럼 두꺼운 팔뚝에 힘이 슬금슬금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자연스레 맞붙다시피 한 꼴이 되는 몸뚱어리. 다소 부들부들한 모피 아래, 근육으로 단단한 가슴팍은 쉴 새 없이 들썩거렸다. 흥분의 증거였다.


늑대의 머리통은 곧 눈앞까지 다가왔다. 제지할 생각은커녕 이제껏 기다리고 있었던 A가 얌전히 눈을 감았다. 서로 포개지듯 가볍게 맞닿는 입술과 주둥이. 심이 단단한 혀는 나지막한 으르렁거림과 함께 잇새를 파고들었다.


“지금…… 몇 시지.”


한참이나 혀를 얽던 B가 읊조렸다. 다소 너절한 음성.


A는 대답 대신 휴대폰을 확인했다. 이제 곧 오후 일곱 시. 주말임을 감안해 상당히 이른 시간대였다마는, 내일 컨디션까지 고려한다면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만 했다. 적어도 여섯 시쯤에 기상해야 근무지에 빠듯하게 도착할 수 있으니.


“알아서 뭐 하시게요.”


그건 지금의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고.


“내일 안 피곤하려면…… 일찍 자야지. 너.”

“진심으로요?”


결론내린 A는 짐짓 순진한 척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어서는 눈만 뒤룩 굴려 아래쪽을 눈짓하기도 했다. 검회색 털이 군데군데 묻은 추리닝 바지는 그 앞섶이 팽팽하게 부풀어서는, 제 허벅지 아래쪽에서 무게감을 집요하게 과시하고 있었다.


A가 웃으면서 내리깐 시선을 도로 올렸다. 그러자 다소 멍청한 낯을 한 B와 눈이 마주쳤다. 자꾸만 킁킁거리는 까만색 코, 끄트머리가 푸르르 떨리는 귀. 두껍게 불거진 목젖은 시종일관 마른침을 삼키느라 연신 껄떡거리고 있었다.


부끄러움과 흥분.


“말이랑 몸이 따로 노시는데.”

“……놀리지 말라고 했지.”


거기까지였다.


B가 돌연 벌떡 일어났다.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상대를 제 품에 단단히 고정시키고는 아래를 흘긋 내려다보았다. 다소곳이 안긴 A는 전조도 없이 벌어진 행동에 다소 놀란 눈치였다. 휘둥그레 변한 눈으로 늑대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나 할 따름이었다.


그 반응이 만족스럽다는 듯 B가 씩 웃었다. 그러고는 얼굴을 바싹 들이밀고 A에게 입을 맞추었다. 입술 부근을 장난스럽게 할짝거리나 싶더니, 이내 이빨로 가볍게 깨물기까지 했다. 으르렁거림 사이에 섞인 목소리는 애정과 갈급이 한데 섞여 있었다.


“네가 하자고 한 거야.”


얼굴을 비비적거리면서, 늑대가 말을 이었다.


“내일 하루 종일 피곤해도 난 모른다.”


너무 놀렸나.


후회 아닌 후회였다. 킬킬거린 A가 양팔을 뻗어 상대의 목을 휘감았다. 주둥이에 입술을 지그시 맞대자 늑대는 만족스럽다는 듯 콧김을 훅 내뿜었다. 성큼성큼 침실로 향하는 발걸음. 보폭이 넓은 건지 원체 조급했던 건지, 목적지는 벌써부터 코앞이었다.


출근이야 뭐,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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