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에요. B 씨 착하다니까요.”
대답을 속으로 삼킨 A가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수면 시간이 적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골통을 흔들 때마다 현기증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 제가 어제 좀…… 음. 늦게까지 게임을 해서.”
“확실히 많이 피곤하겠네. 나도 가끔 그럴 때 있거든? 자기 전에 영화 좀 보고 나면 새벽 세 시야. 세 시.”
“아무래도 주말 되면 시간이 아까우니까요…….”
맞장구치던 A가 입을 가리고 크게 하품했다. 퀭하니 그림자가 드리운 시선은 문득 서기의 손에 들린 서류 뭉치로 향했다. 종이마다 사진, 그리고 짤막한 약력이 쓰인 것을 보아하니 영웅 프로필 문서인 모양이었다.
“그건 뭔가요?”
“2팀 보낼 서류. 이능부에서 요청했다던데, 취합해서 전달하려고.”
“제가 갈게요, 그럼.”
몸이라도 좀 움직이면 덜 졸리겠지.
괜찮다며 만류하는 사수를 뒤로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입을 가리고 하품한 A는 졸린 눈을 껌뻑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복도는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떠들썩하다기보다는 다들 피로에 찌든 느낌이었다.
2팀 사무실은 이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노후화된 청사 건물에 사무실은 하나같이 좁아터져 두 팀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전쟁 이후 쪼그라질 대로 쪼그라져 구색만 갖춰둔 부서의 비애였다.
복도 맞은편으로 향하는 동안 A는 서류를 뒤적거렸다. 부담스러운 원색 서류철에는 예상했던 것처럼 영웅 프로필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이능도 하나같이 천차만별인 이들이었지만 공통점이 딱 하나 있었다.
소위 ‘A급’이라고 불리는 고위험 이능 보유자라는 점.
백여 장 남짓한 서류에는 생판 처음 보는 얼굴뿐이었다. 지금의 A에게 가장 익숙한 누군가는 없는 듯싶었고 말이다. 공식적으로는 이미 사망한 사람 취급이다 보니 없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내가 못 찾는 것일 수도 있을 테고.
B가 없다면 관심도 없었다. 절단이니 폭발이니, 별 살벌하기 그지없는 이능 목록을 보던 A는 서류를 도로 얌전히 정리했다. 문고리에 손을 올리는 순간에도 정신은 딴생각으로 가득했다. 좋은 이능을 갖고 있어도 살기 팍팍하구나.
나한테 비행 이능이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날아다니면 면허도 필요 없을 테고.
출퇴근도 B 씨 집에서…….
“……어.”
상념은 짧았다.
문을 열자마자 누군가를 발견했던 까닭이다. 1팀과 비스름한 크기의 2팀 사무실, 한 구석에 우르르 몰린 인파.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남자가 사람들 사이에 난처한 듯이 서 있었다. 주변인과 다르게 짙푸른 머리칼과 눈동자는 이질적인 매력을 자아냈다.
익숙한 얼굴이었다만, 그렇다고 하여 반가운 얼굴도 아니었다. 당장 한 달 전에 저 남자에게 냉동 참치 꼴이 될 뻔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두려움보단 불쾌감이 앞섰던 A가 눈매를 찌푸렸다. 이쪽을 발견한 상대와 서로 시선이 맞닿자 더더욱.
K가 입을 벌렸다.
“아.”
***
간만에 들르는 지하 주차장은 퍽 어두침침했다. 희미한 조명 아래 간격을 두고 듬성듬성 주차된 차량 여럿. 빛이 닿지 않는 구석 내벽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코끝을 맴도는 퀴퀴하고 눅눅한 물때 냄새는 덤이었다.
이런 공간에서 K의 차량은 세상 이질적이기 그지없었다. 매끈한 광택을 자랑하는 고급 스포츠카가 주차장 한 구석에 진열하듯 세워져 있었다. 몇 주쯤인가 전에 자주 타고 다니던 것과는 또 다른 차종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건 완전히 망가진 채로 B 씨 마당에 방치되어 있으니까.
뚱한 시선이 살짝 기울어졌다. 차문 옆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K가 눈에 들어왔다. 손수 문까지 열고 턱짓하는 그는 다소 머쓱한 미소를 매달고 있었다. 적어도 평소 보아 버릇하던 특유의 뻔뻔한 웃음은 아닌 듯싶었다.
분량주작하지마세요.
냉동참치? 나 본적없는데 과거분량 어디서 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