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대신 시선을 뚝 떨어트렸다. 볼륨감 없이 판판하기만 한 가슴의 양 바깥쪽에는 포유류임을 증명하는 신체 기관이 달려 있었다. 불그스름한 빛깔을 띠는 그것은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봉긋 솟아서는 조금 단단하게 변한 채였다.


유두.


어물거리던 시선이 슬쩍 위로 올라갔다. 잘 발달된 가슴팍엔 인간과 같은 돌기가 보이질 않았다. 새하얗고 매끌매끌한 앞판에선 다만 물인지 땀인지 모를 무언가가 몇 방울 또르르 굴러 내릴 따름이었다. 널따란 가슴팍을 따라 울퉁불퉁한 복근 아래로.


젖꼭지.


“뭐……. 아니, 어. 그런데. 뭐…….”


눈에 띄게 당황한 인간이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망치로 정수리를 내리찍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아찔함에 인간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술기운과 민망함으로 홧홧한 머리통으론 방금 들은 이야기를 해석해보려 용을 썼다마는, 잘 되진 않았다. 외레 까무룩 기절할 것만 같았다.


“실제로 보니까 신기해서.”


상대가 미치고 팔딱 뛰든 말든, 상어는 여전히 무던한 태도를 내비쳤다. 어깨를 느릿하게 으쓱하고는 나지막하게 웃기까지 했다. 하하, 짧고 건조한 웃음소리에선 별다른 감정을 읽어낼 수 없었다. 읽어내기는커녕 어지러움만 더 심해질 뿐이었다.


속이 어찌나 울렁거렸던지, 입을 열면 내장을 그대로 다 토해낼 것만 같았다. 인간은 코로 심호흡하며 평정심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내가 너무 과잉 반응했나. 그냥 곧이곧대로 알아 처먹으면 되는 건데. 수생 수인이라 신체적 차이가 신기하게 느껴지나 보다.


“…….”


아니, 이게 맞나?


생각을 거듭해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전무했다. 합리와 논리가 무의미한 상황에서 ‘생각’이란 행위도 사실 쓸모없는 일이기야 했다. 끝끝내 생각하기를 멈춘 인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계의 한계까지 몰아붙인 머리통은 도리어 단순해지기 시작했다.


맞겠지.


아무 의미 없겠지.


진짜 신기해서 그랬겠지.


그냥 서먹한 분위기 풀어 보려고, 아무 소리나 지껄인 거겠지…….


“그…… 그래. 아무튼. 그럼.”


단순해지니 합리화도 빨랐다. 숨을 길게 내뱉은 인간이 말을 이었다.


“가, 갈게.”


상어는 고개를 끄덕인 듯했다.


세상 비장하기 그지없는 어조와 다르게, 인간은 걸어오지 않았다. 바닥에 궁둥이를 붙인 자세 그대로 굼벵이처럼 꿈질꿈질 다가갔다. 구부정한 허리, 다소곳하게 모은 무릎, 둘을 매듭처럼 단단하게 고정한 팔뚝. 시선은 항상 그러했듯 바닥에 처박은 채다.


상어에게 다가가는 동안 소위 ‘마인드 컨트롤’도 착실하게 해 보았다. 인간은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프로페셔널한 포르노 감독이 되기로 했다. 성욕에 눈이 뒤집어져 짝사랑하는 친구를 아마추어 게이 동영상 업계에 밀어 넣은 쓰레기 인간 말종 대신에 말이다.


물론 그놈의 ‘프로페셔널’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인간으로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 다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런 이상적인 모습이 되어 보겠다는 뜻이었다. 이를테면 지금 맞닥뜨린 상황을 성욕 해소의 장으로 이용하지 않기라든지, 상대에게 음심 품지 않기라든지.


무엇보다 절대로, 죽는 한이 있어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발기하지 않기라든지…….


“어…….”


마음속으로 똑같은 소리를 수십 번씩 되뇌던 인간이, 어깨를 들썩했다.


“침대로 안 올라와?”


인간은 어느새 상어의 가랑이까지 와 있었다.


정확히는 발가락 끄트머리 정도의 지점이었다. 모텔 바닥을 짚고 침대에 앉은 상어의 다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는 비늘로 수두룩한 군청색 정강이. 두껍기가 무슨 통나무 같은 허벅지는 양옆으로 활짝 젖힌 상태였다.


고개를 슬쩍 들자 상어가 보였다. 선이 굵고 투박한 사내는 다소 멋쩍은 눈으로 상대를 멀뚱멀뚱 내려다보고 있었다. 새까만 눈자위 가운데에 붙박인 검붉은 눈동자에 이쪽이 비쳐 보이는 듯하다. 세상 멍청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눈만 껌뻑이는 인간의 얼굴이.


침대로 안 올라와?


“어…….”


마인드 컨트롤은 또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그새 소심해진 인간이 웅얼댔다.


“여기서 할 건데.”


여기서 하겠다고.


그러했다. 인간은 처음부터 이런 구도로 이번 외설 영상을 찍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배우’는 침대에 걸터앉고 ‘도우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이래저래 여차저차 이러쿵저러쿵. 카메라를 굳이 바닥이 보이도록 설치한 것도 전부 그러한 맥락에서였다.


평소 자주 신세를 지곤 했던 게이 포르노를 벤치마킹한 구도였다마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음을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거 좀 많이 노골적이지 않나. 일반적으로 헤테로 남자가 다른 남자 고추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대딸’을 해 주던가.


아닌 것 같은데.


그치. 진짜 아니지, 이건.


이건 그냥 빼도 박도 못하는 호모잖아……!


“아니, 그게. 뭔 뜻이냐면.”


말이 빨라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인간이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나 지금. 그게. 몸이 뜨거워서. 술기운 때문에. 엉덩이가 뜨겁거든. 많이. 그런데 바닥 차가우니까. 앉아서 하는 게 나으려나.”

“…….”

“그리고, 음. 지금! 생각해 보니까. 야동에. 이런 구도 많이 나오지 않아? 아니, 많이 봤다는 뜻은 아니고. 아무튼. 이런 구도로 찍으면. 첫 영상보다. 돈이 더 많이 벌리지 않을까? 라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구차한 변명이 쏟아졌다. 되는 대로 주절주절 내뱉던 인간은 아찔함에 눈이나 질끈 감았다. 화끈거리는 얼굴, 차갑게 내려앉은 가슴.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불안과 걱정 때문에 비명이라도 내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호모로 보이지는 않겠지?


“어…… 그러냐?”


조마조마하게 숨만 집어삼키던 인간이, 미동 없이 눈동자만 떼굴떼굴 굴렸다.


“그래. 연출 같은 건, 흠. 감독님이 어련히 잘 하시겠지.”


이 웃기지도 않는 변명에 납득하기라도 한 듯, 상어는 고개를 느릿하게 주억거리는 와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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