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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고 싶다.'



고등학생 동창인 호랑이에게 입안에 자지가 쑤셔박혀지는 중에도 허스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진짜 행복이란 게 뭐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게 뭔지 자기 자신도 몰랐다.



예전에 이호랑은 이렇게 말했었는데.



'언제 행복하냐고? 바보냐? 당연히 맛있는 걸 먹을 때 아냐?'



글쎄, 허스키인 한태식은 먹는데 특별한 취미는 없었다. 맛있는 건 맛있는 거고, 행복한 건 행복한 거지. 그럼에도 오늘 혀끝에선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조금은 달큰할지도.



올려다보면 숨을 헐떡거리며 허리를 들썩이는 짐승새끼가 보인다. 넌 맛있는걸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었지. 이 말을 덧붙이면서.



'야, 행복 멀리 없다. 늘 근처에 있지. 우리 엄마가 그랬어.'



그럼 날 따먹고 있는 지금 넌, 행복한가.



한태식은 이빨을 세우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마치 예전의 그때처럼. 지나간 세월이 무색하게도, 터무니없이 충실하게. 10년 전 과거가 현재에 재현되고 있었다.



내 입가를 억지로 벌린 네 거친 손, 담배 냄새.



거친 숨소리.



* * *



한태식은 동창회를 마치고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 돌아왔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밌게 했냐고 달라붙는 귀찮은 10년 전 동급생들을 뿌리치고. 개 중에서 하나는 우릴 보고 코를 킁킁댔는데.



아마도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대강 눈치챈 것도 같았다.

솔직히 조금 놀란 것 같은 눈빛이기도 했고.



사람들은 변하지를 않는구나.



공부 잘하는 양아치라는 모순적인 포지션을 맡고 다니던 이호랑이, 이전에 날 협박할 때 활용했던 '손쉬운' 패거리 친구들 중 하나였다.



삼인성호라고 했던가. CCTV도 많지 않던 시대에는, 빈약한 증거와 어리숙한 증인 셋만 있어도. 성적을 조작했다는 가벼운 일탈이 퇴학을 종용하게 될 정도의 무게를 가지게 되기도 했다.



특히 우리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선생님들은 윤리적으로 빡빡했으니까. 그놈의 학칙을 들먹이면서.



"하아......"



세면대에서 세수를 마치고 얼굴의 물기를 닦을 즈음,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꺼내 들면, 말라붙은 점액질의 무언가가 액정을 가렸다. 별로 신경 쓰진 않았지만. 이호랑의 전화였다.



"집에는 잘 들어갔어?"



예나 지금이나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약점을 잡아놓고는 다정한 척을 하질 않나, 화장실에서 허리는 지 좋을 대로 마구 쑤셔대놓고 괜찮았냐고 물어보지를 않나.



세상에서 가장 모순적인 인간이 있다면, 바로 이 녀석일 것이다.



그래서 난 이 녀석을 때때로 증오했다.



"..."



뭐라고 답해야 할까. 아니, 난 집에 잘 못 들어갔어. 그렇게 말하기엔 팔다리도 목도 성했으니. 딱히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



"들어왔어."



그래서 뱉은 답이 저거였다.



"그래, 고생했고. 야. 오늘 내가 한 이야기 너무 나쁘게만 생각 마라. 내가 솔직히 안전에 민감한 거, 알잖냐."



그래. 이 녀석은 안전불감증이라기 보다는 안전민감증에 가까웠다. 어떨 때는 강박처럼 보일 정도로 자기 건강이나 위신을 끔찍하게 챙기는.



"너한테도 나쁜 제안은 아닐 거야. 야, 솔직히 내가 언제 너한테 손해인 제안 한 적 있냐?"



이호랑은 남을 믿지 않았다. 이 녀석이 누군가를 믿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웃기는 놈이었다. 그래서 유독 축구를 못했었다. 볼을 패스를 안 해주고 지만 뛰었거든.



그럼에도 이 녀석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그 이유는.



"나 못 믿어?"



병적일 정도의 자기 확신과 그걸 증명해내는 공격수로서의 능력 때문이었다. 공을 지 혼자 갖고 노는 경향이 있어도, 나중에 좀 커서는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정확히 패스를 해내고야 말았다.



"윈윈 하자는 거잖아. 그때처럼, 오늘처럼."



...오늘처럼.



"내 돈 가지고 놀게 해주겠다고."



웃기는 소리였다. 우린 표면적으론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실제로는 일방적인 착취 관계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내가 이 관계를 놓지 못한 건.

이전에도 놓지 못했었던 건, 아마도. 글쎄.



반사적이고 무력한 무언가 때문이었다.



서른살이 넘은 시점에서 그런 소꿉놀이에 어울려 줄 깜냥은 없었다. 한태식은 찻잔에 홍차를 채우고 통화를 끊었다.



"윈윈은 개뿔. 끊어."



차 한잔을 마시는 동안에도 핸드폰은 조용했다.



포기한걸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잔잔한 불안감이 있었다.

내가 아는 이호랑은 사냥감을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상또라이였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문자로 파일 하나가 날아왔다.



- gksxotlr5.xlsx



- 열어봐.



영어로 된 엑셀 파일에는 비밀번호가 걸려있었다.



- 비번은 과학실 자물쇠 번호. 기억하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3927.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파일이 열리면.



내가 비자금을 조성해준 고객들의 차명계좌와 금액들, 해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목록들이 적나라하게 적혀있었다.



돈세탁에 연루된 게 나 뿐이 아닐 텐데도, 표에 적혀있는 목록들은 집요하게 오로지 한 사람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사람이 모든 걸 주도했다는 듯이.



[담당 : BS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 한태식]



- 너 돈 따먹을 때, 나도 같이 따먹게 해달라고.



한동안 문자에 답을 할 수 없었다.

화면에는 문자 하나만이 떠올라있었다.



발신자. 이호랑.



-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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