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한 조각 더 집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래간만에 방문했음에도 녀석의 방은 바뀐 점이 없다시피 했다. 두 명이 누워도 거뜬할 법한 침대, 온갖 종목에서 타 온 상패와 트로피로 빽빽한 책장, 벽면에 걸린 프로야구 팀 포스터 여러 장.
그나마 바뀐 것은 책장이 전부였다. 한쪽 벽면을 전부 차지할 정도로 커다란 책장의 가운데 칸에는 생소한 듯 익숙한 무언가가 장식되어 있었다. 오른편은 MVP 메달이 네모반듯한 유리장 안에 걸려 있었고, 왼편은 나머지 하나는 척 봐도 고급스러운 오동색 액자였다.
액자엔 나와 녀석이 찍었던 사진이 담겨 있었다.
불빛 때문에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만, 어떻게 생겨먹은 사진인지는 나도 익히 알고 있었다. 며칠 뒤 사진을 인화한 아주머니께서 내게 한 장 건네주었으니 말이다.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눈을 부릅뜬 최호범, 어설픈 미소와 함께 브이 자를 만든 도연우.
장식해 둘 곳도, 마땅한 액자도 없었던 나는 해당 사진을 그냥 사진첩에 넣어 놓았다. 하지만 녀석은 추억을 과거에 묻어두는 대신 두고두고 곱씹으려는 생각인 듯했다. 어쩌면 단순히 장식해 둘 곳도, 마땅한 액자도 많아 별 생각 없이 장식했을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
아니, 과연 정말 그럴까.
남의 집에 내 사진이 걸려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저렇게나 좋은 자리에 무슨 보물처럼 전시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더욱이 그러했다. 자기 엄마 아빠랑 찍은 사진은 보이지도 않네. 저 사진이 특히 마음에 들었나. 내 얼굴 좀 이상하게 나오지 않았었나.
생각을 이어갈수록 민망함이 밀려왔다. 최호범이 건넨 숙제를 채점하는 동안에도 이 뜻 모를 낯부끄러움은 도통 사라지질 않았다. 아주머니도, 아저씨도 녀석의 방에 들어갈 때마다 저 사진을 보겠지. 그들은 사진 속 나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그리고 녀석은?
“왜 그래?”
“응?”
최호범은 저 사진을 보며 무슨 생각을 떠올렸을까.
“뭐가?”
황급히 상념을 거둔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양팔을 책상에 얹은 최호범은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어깨도 허리도 비스듬히 내려뜨려 구부정한 자세였다만, 그럼에도 덩치는 나보다 까마득히 컸다. 거리가 원체 가깝다 보니 어째 반에서 보던 것보다 더 큼지막하게 느껴졌다.
그런 녀석은 내려앉은 자세만큼이나 피로해 보였다. 서너 시간 동안 경기장을 쏘다닐 때보다도 더더욱 말이다. 퀭하고 초췌한 눈가, 하품이 픽픽 새는 주둥이. 골머리가 아파 어찌나 많이도 긁어댔는지, 뒤통수 쪽 황토색 모피는 그 털이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갑자기…….”
말하다 말고 최호범이 또 하품했다. 날카롭고 커다란 엄니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음. 갑자기 멍 때려서.”
“아, 그게…….”
왜 하필 저 사진이야?
“되게 크다, 싶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어디 갈아탈 화제가 없나, 눈동자만 떼굴떼굴 굴려대던 나는 황급히 아래쪽을 턱짓했다.
“손이.”
최호범 또한 고개를 떨어트렸다.
두툼한 팔뚝 끄트머리에는 모피로 뒤덮인 손이 있었다. 인간의 것과 짐승의 것을 정확히 반반씩 섞은 것만 같은 외양이었다. 짙은 주황색 털과 검은색 줄무늬로 이루어진 손등, 그에 반해 새하얀 솜털이 보송보송 난 손바닥, 그 사이에 붙박인 짙은 분홍빛 육구.
제아무리 발육 좋은 맹수 수인이라지만, 최호범은 특히나 커다랬다. 비단 손 하나만이 아닌 모든 부분이 그러했다. 동급생은커녕 어지간한 선생보다도 큼지막한 키, 밥 먹고 운동만 한다는 야구부답게 세상 건장한 체격. 1학기 초 신체검사에선 185라는 수치가 나왔었나.
“그, 그래? 그 정돈가?”
느닷없는 이야기에 최호범은 다소 당황한 눈치였다. 헛기침인지 콧김인지 모를 무언가를 훅 내뿜고는 둥그런 귀를 뒤로 접었다. 졸음이 순식간에 사라진 황토색 눈동자는 제 손바닥과 바로 옆에 앉은 나를 한 번씩, 빠르게 번갈아 보았다.
“어. 그 정도지.”
괴상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자각은 있었다만, 그럼에도 수습은 해야 했다. 혹여 말꼬가 끊기지 않을까 싶었던 나는 서둘러 팔을 뻗고는 손을 홱 펼쳤다.
“이것 봐.”
그러곤 대뜸 최호범과 서로 손바닥을 맞춰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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