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을 대충 주머니에 쑤셔 넣은 호랑이는 하이에나의 팔 한쪽을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골목 밖으로 나서자 호랑이가 칵테일 바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종종 보이던 행인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는지 텅 비어 있었다.
여름 초입의 밤은 아직은 꽤 선선했다. 습기 서린 밤바람이 털을 쓸고 지나가자 몸의 열기도 바람을 따라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차분하게 내려앉은 밤의 상쾌한 느낌이 전신으로 퍼졌다. 빛나던 거리는 어느새 차분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보니 어느새 시각은 방금 막 12시 정각을 넘긴 시간이었다.
‘이 시간대면은 버스도 막차 끊겼을 테고.. 걸어가야 하나...’
아무리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온 호랑이라도 이 상태의 하이에나를 이끌고 30분 거리의 자취방까지 걸어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풀 컨디션이어도 고민해 볼 일을 지친 상태에서 한다는 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 콜택시라도 불러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도로의 반대편 택시가 보였다. 정면의 차창에는 “빈차” 두 글자가 붉은빛을 내고 있었다. 다행히도 택시에는 선객이 없었다.
호랑이는 다가오는 택시를 향해 손을 위로 들고 흔들었다. 자취방까지 힘겹게 걸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퍽 기뻤는지 호랑이의 주황색의 꼬리도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손을 열심히 흔들던 호랑이를 본 듯 택시는 호랑이와 하이에나가 있는 도로변으로 순식간에 움직였다. 호랑이가 택시의 문을 열으려던 찰나, 하이에나가 눅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범아 그냥 걸어가도 되는데..”
“나 걸을 수 있어....”
제 어깨에 걸쳐져 있는 하이에나는 자기가 멀쩡하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이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호랑이의 품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멀쩡한 상태에서도 호랑이를 힘으로 이기지 못하는 하이에나가 심지어 취한 상황에서 호랑이를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열심히 저항해봤자 호랑이에게 호송될 자신의 운명을 알아챘는지 하이에나는 저항을 멈추고 젖은 손수건마냥 얌전히 늘어졌다.
호랑이는 하이에나의 불평과 같은 작은 중얼거리는 소리를 무시로 일관했다. 직접 다 챙겨준다 해도 뭐가 그리 불만인지 소심하게 꿍얼거리는 하이에나의 말에 하나하나 대답해줬다가는 아침이 될 때까지 자취방에 가지 못할 것이었다. 택시의 문을 열고 뒷좌석에 하이에나를 던지다싶이 구겨넣었다. 하이에나가 잘 들어갔는지 슬쩍 확인한 호랑이도 이어 택시의 뒷좌석에 몸을 올렸다.
“기사님, XXX빌라로 가주세요”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는 그 짧은 사이에 하이에나는 안전벨트도 안 매고는 그새 택시 문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까 먹은 칵테일의 취기가 올라왔는지 순식간에 귀를 옆으로 누이고 곯아떨어져 있었다. 아까는 멀쩡히 걸을 수 있다며 허세부리던 놈이 몸 뉘이자마자 저러는 모습을 보니 호랑이는 하이에나가 퍽 우스워 보였다.
‘그러게 왜 주량 낮은 새끼가...’
호랑이가 피식 웃으며 하이에나에게 몸을 숙여 안전벨트를 매어 주었다. 하이에나를 쳐다보던 괜시리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뻣뻣하면서 부드러운 털의 질감과 살짝 손으로 누르면 곧이어 반발력 있게 튀어 오르는 귀가 퍽 재미있었다. 평소에 호랑이가 하이에나를 쓰다듬으면 온갖 짜증을 부려댔는데, 술에 취해 얌전히 쓰다듬을 받고 있는 하이에나의 모습을 보니 묘하게 웃음이 지어졌다.
창으로 시선을 돌리자 선으로 길게 늘어지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보였다. 스쳐 지나가는 회색의 밤거리를 바라보던 호랑이는 무언가 떠오른 듯이 고이 잠자고 있는 하이에나를 바라보았다.
‘근데 얘 운동하고 바로 온 거 아닌가, 근데 땀 냄새가 왜 안 나지’
하이에나의 옷을 보면 아까 헬스장에서 나설 때의 복장과는 다른 점이 없었다. 회색 나시와 하얀 줄이 그어진 반바지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보통 땀 냄새가 나야 할 텐데, 호랑이 옆의 하이에나에게서는 운동 후에 식어버린 땀 특유의 시큼하고도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았었다.
‘한 번만... 맡아볼까’
호랑이는 조심히 택시 창에 기대어 있는 하이에나의 어깨에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만약 하이에나가 맨 정신으로 깨어 있었다면 펄쩍 뛰며 싫어했겠지라고 생각한 호랑이는 더욱 흥미가 돋았다. 아님 술기운이 만들어낸 고양감에 행동이 묘하게 적극적이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찬이가 깨어나지 않을 정도의, 온기만이 약하게 배어나오는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숨을 들이마셔 보았다. 들이마신 냄새는 불쾌한 땀 냄새와는 거리가 있는, 오히려 향기라고 부르는 게 옳을 것 같았다. 이전에도 느껴보지 못했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정체 모를 무언가였다.
처음에는 햇볕에 말린 곡물과 같은 고소한 향기가, 그 다음으로는 산뜻하면서도 소나무와 같은 쌉싸름한, 무엇으로도 정확히 정의하기 힘든 이상야릇한 향기가 폐부를 스쳤다. 지금 코로 스미는 향의 주인이 자신의 부랄친구인 찬이인 것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계속 맡고 싶게끔 뇌리에 파고드는 중독적인 향기. 머리가 멍해지는 고혹적인 향기. 지나간 과거의 어딘가에서 맡아본 적 있던 향기.
‘조금만 더 맡을까.. 조금만...’
아마도 그저 호기심일 것이다. 그저 이 향기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조금 더 탐구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조금만 더 가까이. 서로의 온기가 맞닫는 지점까지 거리를 좁힌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하이에나가 작게 움찔거렸다. 호랑이는 빠르게 몸을 뒤로 젖혀 자신의 자리에 기댔다. 터질 듯 두근거리는 심장, 뒤로 젖혀져버린 귀, 잠시 멈춰버린 호흡. 가로등 불빛이 점멸하듯 스치는 택시 안은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식은땀을 질질 흘리던 호랑이는 슬쩍 고개를 돌려 하이에나를 바라봤다. 하이에나는 아까 그 자세 그대로 미동도 없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택시의 덜컹거림을 하이에나의 움직임으로 착각했던 것만 같았다. 하이에나가 자고 있는 걸 확인하고서야 호랑이는 몸에 힘을 풀고 택시에 몸을 기댈 수 있었다.
호랑이도 방금 자신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그리 하이에나에게 가까이 갔는지. 왜 하이에나의 작은 움직임에 그리도 크게 놀라는지. 왜 지금 자신의 심장은 이렇게 두근거리는지. 그래, 아마 술기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멍해진 머리, 이 두근거림과 그 향기는 택시의 방향제 때문일 것이다.
호랑이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바라본 창 밖의 풍경은 아까와 변함이 없었다. 흘러가는 빛과 가라앉는 풍경. 이 곳에서 바뀐 건 호랑이밖에 없었다.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겠다 생각한 스마트폰을 꺼냈다. 뭐라도 좀 볼까라며 전원을 키자마자 눈으로 몰려오는 화면의 빛을 보자마자 핑 도는 어지러움이 호랑이를 감쌌다.
호랑이는 서둘러 스마트폰을 자동차 시트에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뭘 보기에는 상태가 적절치 않았다. 술기운과 피로에 너무 지쳐서 그런가, 잠시 눈이라도 붙일까 생각한 호랑이는 잠시 눈을 감고 택시의 덜컹거림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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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있음 그냥 말해줘 소설뉴비라,,,,
근데 뭔가 점점 처음 계획보다 일이 커지는 느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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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쌓이면서 점점 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