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였다. 남중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학생 치곤 상당히 비릿한 삶을 살았던거 같다. 혈기 왕성한 사춘기 소년들. 아직 뭣도 모르는 녀석들.

그래서일까.

하나같이 꼬셔먹기 쉬웠다. 일단 적당히 친해져서 집에 놀러 가기만 하면 그걸로 거의 땡이었다. 까보면 어떤 놈은 예상보다 작았고, 어떤 놈은 예상보다 컸다.

또, 어떤 놈들은 그저 그랬다며 무미건조하게 반응하기도 했고, 어떤 놈들은 빨아주는 내내 어쩔 줄을 몰라하더니, 다음날부턴 '끝나고 우리집 가자'면서 은근히 돌려서 어필하기도 했다.

딱 봐도 앳되어 보이는 애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좀 양심에 찔렸다. 아니, 애초에 별로 맛 없어 보였다.

나날이 짜릿했다. 도대체 언제부터였는지,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남의 것을 빠는 것 말이다. 그게 그냥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이유는 없었다.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뭐라 해야 하나...

사춘기가 일찍 온 녀석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뉴스에서 본 적이 있었다. 요즘 애들은 조숙하다나 뭐라나. 하나같이 덩치도 웬만큼 산만하고, 솔직히 말하면 거의 어른처럼 보였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닌가. 별안간 그땐 그렇게 보였다. 나 역시도 그랬던 편이니까. 그런 애들이 주 타겟이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유난히 밟히는 녀석이 한 명 있었다. 아직까지도 자주 생각난다.

갈색 곰탱이. 이름이 이찬성 이었다. 잘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못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 평범하다. 근데 덩치가 좀 컸다. 많이 큰 건 아니고. 그냥 좀 전체적으로 든든하고 건강해보였다.

목소리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말 자체를 몇번 섞어본 적이 없다. 그냥 복도에서 오다가다 스쳐간 것이 다였다. 근데 그때마다 자꾸 눈길이 갔다. 같은반 한번 된 적이 없었다. 그냥 친구의 친구의 친구 정도. 가끔 인사하는 정도.

아, 그건 기억난다. 애가 항상 땀에 절여져 있었다. 그냥 축구에 미친 새끼였다.

수업 후 쉬는시간 단 10분 내외. 그 짧은 시간마다 자기 친구들이랑 계단을 거의 부수듯이 뛰어내려가 꼬박꼬박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돌아오던 녀석이었다. 3년 내내 그랬다. 그래, 맞다. 그랬었다. 그렇게 열심히 뛰어다니는데도 애가 3년 내내 항상 통통한게 의문이었다.

자꾸 생각난다. 왠지 모르게 끌렸다. 중학생일때도, 고등학생일때도. 이거봐. 심지어 지금도.

혼자 집에서 딸이나 칠 때면 무조건 한 번 쯤은 그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사랑같은 것과는 또 전혀 달랐다. 그냥 좀 유난히 맛있어 보였다. 좀 많이 꼴렸다.

결국 그냥 생판 남남인채로 졸업했지만. 연락처도 뭐도 없다. sns를 타고 들어가보니 함께 아는 친구가 여럿 있다고 뜨는 동명의 계정이 있긴했다. 프로필 사진이나 게시물은 없었다. 어디서 뭐하는진 몰라도 살아있긴 한가 보다 싶었다.





대학교에 들어간 첫 날, 그중에서도 첫 시간이었다. 3월이지만, 봄이긴 개뿔. 날씨가 여전히 추웠다.

사람이 빼곡하게 앉아있지만, 어색하고 조용한 강의실이었다.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올때마다 앉아있는 사람들의 눈이 뒤룩 굴러가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 아까 나 또한 그 시선들을 받았다.

물론 자리에 앉아있는 나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9시 49분. 검은색 롱패딩으로 꽁꽁 싸맨 남자가 슥 들어왔다. 곰 수인이었다. 한눈에 봐도 덩치가 컸다. 그리고 몸을 살짝 뒤뚱이며 요리조리 둘러보더니 눈이 딱 마주쳤다.

와.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다. 같은 학교, 같은 캠퍼스, 같은 과. 그래, 보자마자 알았다.

분명히 걔였다. 내 반의 반 평생동안, 그러니까 5년동안 계속 써먹은 반찬감. 얼굴이 그냥 똑같이 생겼으니까. 키는 더 컸다. 살은 좀 빠졌고. 여전히 통통해 보였지만, 그만큼이나 탄탄해보였다. 롱패딩으로 싸매고 있어 뭐가 보이지도 않지만 그냥 딱 느낌이 그랬다.

곰탱이도, 나도 3초동안 굳었다. 모든 파악이 끝났다. 이찬성이 내 쪽으로 슬금슬금 걸어오기 시작한다. 바로 옆이 비어 있거든.

녀석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이새끼도 이미 확신하고 있던 모양이다.

"저기, 혹시... 동남중? 이세요?"

그냥 평범한 남자 목소리였다. 중저음. 뭐 그런거 없다. 그래. 얘 목소리가 이랬구나. 대놓고 나한테 말을 걸었다. 잘못 들었을 리가 없다. 분명히, 내가 다닌 중학교 이름이었다. 동남중학교. 0.1%의 의심마저도 확신이 되었다.

"...아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