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혹시... 동남중? 이세요?"

그냥 평범한 남자 목소리였다. 중저음. 뭐 그런거 없다. 그래. 얘 목소리가 이랬구나. 대놓고 나한테 말을 걸었다. 잘못 들었을 리가 없다. 분명히, 내가 다닌 중학교 이름이었다. 동남중학교. 0.1%의 의심마저도 확신이 되었다.

"...아뇨?"

"아..?"

가까이서 보니 덩치가 정말 어마무시했다. 찬성의 올라갔던 입꼬리가 삽시간에 굳었다. 누가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 그저 짖궂은 장난이었다. 바로 맞다고 말하면 재미 없잖아. 딱 한번 꼬아봤을 뿐이다.

"사실 맞아. 이찬성이지, 너?"

"아이씨, 뭐야!"

표정이 누그러진 찬성이 그제야 옆에 앉았다. 그래. 당연히 반갑지. 반갑겠지. 이런 불모지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으니.

어림잡아 쉰 명은 앉아있는 것 같은데, 떠드는 사람이라곤 찬성과 나밖에 없었다. 다들 폰밖에 안본다. 최신형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꺼내놓은 녀석들도 꽤 있었다. 강의실은 정말 조용했다.

근데, 아는 사람이 맞나? 얘는 내 이름도 모를 거 같은데. 아는 얼굴이라고 하는게 더 맞을거 같았다.

"너 그... 3학년때 3반, 맞지? 이름이... 준...혁이? 최준혁? 맞아?"

얼씨구. 내 이름을 아네?

몇반이었는지도 맞췄다. 근데 아빠가 바뀌었다. 최준혁은 어느집 아들이래. 그래도 내심 기뻤다. 얼추 기억해준게 어디야.

"아니아니, 차준혁."

"아아, 쏘리쏘리. 맞다."

그런데 얘가 이 학교까진 어떻게 왔대. 이 학교, 이 학과. 입결이 꽤 높은 편이었다. 뭐, 진짜 이름 난 데에 비하면 쨉도 안되지만.

중학교때는 내내 축구만 하더니.

심지어는 방과후 보충 수업을 받으러 가는 모습도 간간이 본 적이 있다. 점수가 개판이라며 교무실에서 꾸중을 듣는 모습도 본 적이 있고.

고등학교때 열심히 공부한건가. 그래. 그런가보네. 좀 대단하네.

여하튼, 찬성과 나는 한두달 사이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시작이 좋았으니 말이다. 그 밖에도 다른 동기나 선배들과도 제법 친해지긴 했지만, 늘상 붙어 다니는 건 찬성 뿐이었다.

MT도 가고, 꾸준히 약속을 잡아 동기들과 술도 마셨다. 수업은 꼬박꼬박 나갔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개처럼 놀았다.

그래. 대학교 1학년의 삶은 원래 이런 건가. 재미있긴 재미있었다. 그래도 너무 마음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눈 깜짝할 새 벚꽃이 피다 졌고, 긴팔이 반팔로 바뀌었다.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중간고사 기간의 주말이었다. 오늘로부터 다다음주면 중간고사를 보는 일주일이 시작됐다. 너도 나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뭐 별거 있겠냐며 쉬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찬성과 나는 그러지 못했다. 말 그대로, 진짜 개처럼 놀았기 때문에.

그래도 필기는 꾸벅 졸아가면서라도 해놨지만. 그걸 머릿속에 집어넣는건 또 별도의 문제였다.

준혁은 평소같으면 얌전히 집에 있었을 터였다. 혼자 쉬던가, 조금이라도 공부를 해놓던가.

학교까지 향하는 시내 버스를 탔다. 학교에 가기 위함은 아니었다. 주말이니까. 최종 목적지는 학교 근처, 찬성의 자취방이었다.

친구 집에 가는 건 오랜만이네.

문득 중학교 때의 비릿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땐 맨날 누구 집에 놀러가고 그랬는데.

그래. 사실 놀러 가는게 아니라 자지 빨아주러 갔었지. 고등학교에 가고 나서부터는 그런적이 없었다. 너도 나도 공부하느라 바빴다. 애초에 별로 마음에 드는 애도 없었다. 다들 적당히 친하게 지냈다.

그래서 지금, 사실은 좀 긴장된다. 찬성의 집에 가는 것 말이다.

찬성과 대학 생활을 하면서 몹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오히려 더했으면 더했지. 시도때도 없이 바지 앞섶이나 흘겨보고. 그 안에 들어있는게 어느 정도일지 한번 상상해보고. 가늠해보고.

근데 아무래도 찬성의 것을 빨고, 그러는건... 영 어렵지 않나. 싶었다.

중학교 때는 다들 뭣도 모를 때니까 그랬지.

지금은 뭐, 그때보다 대가리가 커졌잖아. 성 정체성이 뚜렷하잖아. 이제는 다들 생각이라는걸 한다니까. 나도 그렇고.

남자가 남자의 것을 빠는게 상식적인 일은 아니지. 아무리 성욕에 절여져 있더라도.

준혁은 버스에 앉아 손수 필기해놓은 전공책과 노트로 꽉 찬 가방을 주먹으로 툭툭 때렸다. 참 무겁기도 무겁다. 직접 가져가 찬성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준혁은 사진을 찍어 보내주려고 했지만, 자기는 직접 보고 베껴야 직성이 풀리신다고 한다. 그래 뭐. 겸사겸사 밥도 사준다고 하니까. 나쁘지 않았다. 자취방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