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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같은 꿈을 꾸었다.
또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꿈.
가끔 내 몸뚱이의 흉터 자국들을 보면 그 자식들이 생각난다.
그 와중에, 날씨는 드럽게 좋네.
이젠 진짜 봄이 온 듯하다.

그나저나, 어제 일은 조금 버릇없이 군 것 같군.
아마, 그 사람은 나 때문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이건 내가 잘못했으니, 사과하러 가야겠군.

아... 근데 지금이 오전 8시 30분인데, 지금 가서 사과하기에는 좀 그런데...
조금 있다가 출발해야겠군. 그래, 너무 일찍 가면 그것도 예의가 없는 거지.

그러면 내가 주어진 시간은 1시간 30분...
가만히 있기에는 좀 그렇고... 그때 동안 뭘 해야 하지.

나는 생각을 하면서 냉장고를 향했다.
계란 2알, 대파, 마늘을 꺼냈고, 수납장에서는 후추와 소금, 그리고 간장을 꺼냈다.
...여기 있었군.

어쩌다 보니 계란국을 만들 재료를 가져다놨네. 그래, 뭐 만들어보지.

커다란 냄비에 물을 넣고, 물을 끓이고 있는 동안 나는 대파와 마늘을 얇게 썰었다.
물이 끓기 시작했다.

일단 계란을 2알 깨고... 조금 휘젓고...
소금 한 스푼, 후추 한 줌... 그리고 간장 한 스푼을 넣은 다음에...
썰어 놓은 대파와 마늘을 넣어주면...

계란국 완성이다.

좀 엉성하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나는 대충 햇반 한 공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2분 후, 햇반은 뜨끈뜨끈하게 잘 데워졌다.

나는 작은 접이식 식탁을 펴고 국과 밥을 먹었다.
생각보다 맛은 있군.

그렇게 한 숟가락, 두 숟가락... 국과 밥을 같이 먹다 보니 어느새 아침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커다란 냄비에 만든 탓인지, 양이 좀 많았다.
...어? 마침 잘됐군.

나는 곧장 밀폐용기에 국을 한가득 담았다.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9시 50분. 슬슬 드릴 준비를 해야겠군.
나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국이 담긴 밀폐용기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402호가 적힌 문 앞에 서 있었다.

근데... 지금도 주무시고 계시면 어떡하지...
초인종을 눌러도 되는 걸까?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래, 일단 그냥 간단하게 국을 건네주고 사과만 하고 가는 거야.

나는 떨리는 손으로 초인종을 누르려 한 순간, 문이 갑자기 열렸다.

크루거: 비루씨? 아침부터 무슨 일로...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였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컸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야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으로 단련된 흉부만 보게 될 것 같았다.

넓은 어깨에, 편하게 입은 훌렁한 민소매 티.
드러난 팔은 단단해 보였고,
그와 달리 표정은 온화했다.

내 시선은 나도 모르게 그의 손으로 향했다.
검은 봉지를 들고 있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술빵인 것 같군.

"그... 다름이 아니라, 어제 너무 정신이 없었는데... 예의를 못 갖춘 것 같아서요.
그... 별거는 아니고 그냥 계란국인데... 받으세요."

아씨... 겁나 부자연스러웠다. 어떡하지. 괜히 나대가지고... 쪽팔려 죽겠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그의 눈은 오히려 밝게 빛났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크루거: 계란국이라니... 정말 감사합니다.
실은 저도 이제 이웃이 됐으니 술빵을 드리면 어떨까 싶어서... 아침부터 준비했습니다.

그의 부드러우면서도 낮은 중저음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을 때, 내 심장은 더더욱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의 눈을 바라봤을 때는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그러면... 이렇게 된 김에... 저희 집에 오셔서 같이 식사하실까요...?"

크루거: 제가 진짜로 같이 식사를 해도 되는 걸까요...?

"그럼요...! 빨리 들어오세요...!"

하... 진짜 억지 텐션 내서 괜히 더 이상해 보이잖아...

...그래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그나저나... 아침을 이미 먹었는데... 에이, 그냥 또 먹지 뭐.

그렇게 나는 크루거 씨와 계란국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36살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이상하게 거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주말에는 시간이 여유롭다고 했고,
취미로 식물을 기른다고도 했다.

크루거: 아침 식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루씨.

"에이,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하죠. 술빵 잘 먹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나는 아주 잠깐 그의 향기를 느꼈다.

이상하게도 그가 간 이후에도 계속 그 향기가 생각난다.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다음에는,
먼저 말을 걸어봐야겠군.




[시리즈] 옆집 아저씨의 향기 시리즈
· 옆집 아저씨의 향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