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은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날이 밝자마자 태건은 마트에 들러 햇반 한 팩을 샀다. 그러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 식탁에 착석해 밥과 반찬을 우적우적 씹어댔다. 먹고 남은 제육볶음과 미트볼은 혹여 상하지 않을까, 식사를 마치자마자 고물 냉장고 가장 깊숙한 곳에 쑤셔 넣기까지 했다.


이어지는 며칠 동안 태건은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술과 안주, 그리고 라면을 제외하고 정상적인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손에 꼽기 때문일까. 간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하니 입맛이 도는 기분이었다. 옆집 말더듬이 호모가 건넨 반찬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엄마가 요리를 잘하나.


설마 자기가 만든 건가.


무슨 마약이라도 집어넣었나.


이따위 불평불만을 투덜거리는 동안 반찬은 금세 동났다. 밀폐용기 구석에 묻은 소스까지 알뜰살뜰하게 밥에 비벼먹는 것을 마지막으로, 태건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며칠 먹었다고 벌써 끝이야? 뭘 이렇게 적게 주는 거지. 줄 거면 좀 많이 주든지.


더 먹고 싶은데.


마음 같았으면 당장이라도 옆집 초인종을 누르고 싶었지만, 저지른 짓이 있었기에 차마 그러진 못했다. 애초에 자신이 정말 무언가를 저지르긴 했는지도 의문이었다. 몇 마디 좀 했다고 지레 겁먹어서는 눈물을 뚝뚝 흘려댄 쪽은 상대 쪽이 아니던가.


이러저러해서 태건은 대신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옆집과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을 말이다. 성질머리 좀 죽이고 말도 좀 친절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럼 며칠 전처럼 펑펑 울지는 않겠지. 겸사겸사 반찬도 좀 나눠줄 테고. 제육볶음 위주로 달라고 해야겠다.


그런 김칫국.


태건은 늘 옆집을 기웃거렸다. 이른 새벽에 일하러 나갈 때도,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고리에 손을 올리면서도 옆을 곁눈질하며 한참이나 미적거린 것이다. 마치 이렇게 하면 문을 열고 나오는 남자와 마주치기라도 할 수 있다는 것처럼.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옆집은 항상 조용했다. 문이 열리기는커녕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매일 밤마다 철제 창살 너머, 반투명한 유리창에서 희미하게 새는 빛만 아니었다면 얼핏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라고 착각까지 할 지경이었다.


자연스레 태건은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 남은 햇반을 전부 라면 국물에 말아먹을 때까지도 코빼기조차 보이질 않았다. 하물며 첫날의 그 기둥서방인지 뭔지도 못 마주치기는 매한가지였다. 또 시끄럽게 굴어주면 좋을 텐데. 쫓아내고 또 반찬 얻어먹게.


그렇게 뭐 마려운 개새끼처럼 기웃대기를 며칠.


슬슬 초조해지려던 태건은, 참으로 뜻밖의 장소에서 남자를 맞닥뜨렸다.


때 이른 새벽이었다. 볼캡을 눌러쓴 태건이 찢어져라 하품하며 편의점에 들어섰다. 꾸벅 인사하는 계산원은 본체만체한 채로 성큼성큼 냉장고로 향했다. 문을 벌컥 열어젖힌 손이 향하는 곳이야 물론 당연하게도 맥주와 소주였다.


싸구려 오징어 다리까지 몇 개 챙긴 태건이 계산대로 향했다. 휘파람과 함께 술병을 우르르 늘어놓으니 다소곳이 서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움찔했다. 병을 조심스레 집어 드는, 하얗고 말라비틀어진 손가락이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파, 팔천팔배, 백, 원이요…….”


조용하고 힘없는 목소리까지도.


멍청하게 눈만 껌뻑이던 태건이 별안간 챙을 홱 올렸다. 휘둥그레 변한 까만색 눈동자에 상대의 모습이 담겼다. 헐렁한 편의점 조끼를 걸친 고양이 수인은 느닷없는 행동에 놀라기라도 했는지, 어깨를 한껏 움츠러뜨리고 몸을 뒤쪽으로 기울인 상태였다.


옆집 남자였다.


“뭐야.”


반가움인지 짜증인지, 기묘한 기분에 휩싸인 태건이 말했다.


“여기서 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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