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머리 아파.


밀려오는 숙취때문에 머리가 몽롱하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눈살을 따갑게 태웠다.


겨우 빛에 적응하고 나니, 눈에 보이는 건 낯선 천장이다.

여기가 어디지? 기억이 흐릿하다.

천천히 기억을 되짚어봤다.


"하 병장님."

"왜."

"외박이랑 휴가 날짜 겹쳤는데. 일정 있으십니까?"


어쩌다 겹친 일정에 별 생각 없이 만나러 간 게 시작이었다.

어차피 나는 말년이라 만날 사람들은 언제든 만날 수 있었고, 청룡도 만날 사람 없지만 오랜만에 바람 좀 쐬고 싶다길래. 근처 식당에서 밥이나 먹을 생각이었다.


어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즈음 달려서 도착한 식당. 고깃집 앞에서 후임을 만난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남자 둘이서 넉넉히 먹으려고 고기를 5인분 정도 넉넉히 시키고, 술도 몇 병 마시면서 시시콜콜한 군대 이야기나 하면서 잡담을 나눴었지.


" 진짜 괜찮은 거 맞습니까? 꽤 많이 나왔는데... "

" 됐어. 언제 너한테 고기를 사주겠냐. 이때 아니면 못 얻어 먹을수도 있다? "


  큰 맘먹고 결제까지 하고나서 집에 가려고 했는데.

그런데 내가 왜 그 후임이랑 침대에서 누워있던 거냐고.

고깃집 이후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너무 과음했나? 정신차리려고 이불을 걷었다.


...어?


내가 입던 옷은 어디로 갔는지 온데간데 없고, 온 몸이 벗겨진 채 속옷 한 장만 달랑 입고 있었다. 이대로 나체로 있는 건 민망하니까, 옷이라도 입으려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우드득. 


"윽!"


  허리 쪽의 근육이 잔뜩 수축되서 조이는 것이 거의 빠개질 것 같다.

이거 분명히 근육통이다. 어제 버스 조금 탔다고 몸이 이렇게 쑤실리가 없는데.

얼마 전에 강제로 차출되서 배수로를 파던 날에도 이정도 근육통은 아니었다.


허리를 두드리면서 인상을 찌뿌리니, 아픈 곳은 허리 뿐만이 아니었다.

허리. 다리. 엉덩이. 턱까지 뻐근하고 저릿하다.


...?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침대에서 부들거리면서 일어나니까. 허벅지 뒷쪽 털 사이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엉겨붙어서, 움직이는 게 거슬린다. 침대 프레임을 붙잡고 꼬리 쪽을 손으로 긁자 엉덩이 골 사이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이 '쩍' 하는 소리를 내더니 곧 허벅지를 타고 내려왔다.


끈적한.

액체의 점성과.

익숙하지만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이거 누가봐도 정액이다.

요도 구멍에서 나와야 할 이 액체가, 왜 내 엉덩이의 뒷구멍에서 흐른단 말인가.


시발 뭐야. 설마.


구멍 입구가 미친듯이 쓰라리기 시작했다. 꼬리 밑으로부터 느껴지는 얼얼하고, 건조하고, 가려움과 간지러움. 온갖 것이 뒤섞인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이 몰려왔다. 급한 마음에 두 손으로 엉덩이를 부여잡고 구멍을 손가락으로 틀어막았으나, 몰려오는 감각은 해결되지 않았다.


윽!.. 으흑... 십...


한동안 엉덩이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다가, 겨우 숨이 가라앉고 나서야 이성이 조금씩 돌아왔다. 누군가에게 따먹혔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마자, 다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단순했다. 그게 과연 누구였느냐는 것.


날 따먹은 범인을 찾겠다고 머리 굴릴 것도 없었다.

방에 같이 있었던 사람은 한 명뿐이다. 고깃집에서 만나서, 술 마시고, 막차 애매하다고 그냥 근처에서 자고 가자고 했던 사람.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불을 반쯤 차내린 채,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청룡이 보인다.


ㅈ됐다.

설마 청룡이랑 한 건가.

그 순간에서야 비로소 실감이 밀려왔다.



전역 때까지 이 자식을 어떻게 봐야 하지.

하… 술 먹고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이대로 멍하니 있을 수는 없어서, 일단 깨워서 자초지종이라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청룡을 불렀다.


"야."

"으응..."



청룡은 부름에 대답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기분 좋다는 듯 웃으면서 자고 있다. 뭘 기분 좋다는 듯이 쳐 웃으면서 자고 있는거야.


부름에도 여전히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팔 쪽을 강하게 때렸다. 그제서야 팔을 부여잡고 신음하며 몸을 뒤척인다. 분명 때린건 난데, 비늘은 빨개질 기미도 없이 여전히 푸르고, 애꿎은 내 손만 뻘개졌다.


청룡이 느리게 눈을 떴다.


"상황 설명 좀 해줄래."


내가 노려봐도 청룡은 흐릿하게 눈을 꿈뻑거리고만 있다.

여전히 비몽사몽한건가. 청룡은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 듯 나를 올려다보다가 천천히 노란 눈에 생기가 돌아오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무슨 상황 말입니까?”

“내가 왜 너랑 같이 여기에 있는 거냐고.”

“아. 그게 말입니다…”


말끝이 흐려졌다.

시선을 피한 채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더는 이어가지 못했다.

가라치다가 걸렸을 때도 이정도로 굳은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았다.


" 말해보라고. 응?"

청룡은 잠시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마치 결심이라도 한 듯 숨을 한 번 삼켰다.



“혹시... 어디까지 기억나십니까?”

"...일단 너랑 술 마시던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청룡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나는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천천히 털어놨다.


"그러면 버스 정류장은 기억 나십니까?"

"버스 정류장?"

이어진 질문에 내가 갸우뚱하며 대답하지 못하자,

청룡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역시 어제는 취하신 게 맞았나 봅니다."

"...어제 내가 뭐했냐?"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젓는 청룡.

내가 어디서 실수라도 했나. 갑자기 기억나지 않는 시간이 불안해진다.


"...어느 순간부터 몸을 못가누시고 몇 번 기대시길래. '집에 보내드려야겠다.' 하고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갔습니다. 막차가 다 끊긴 시간대라 택시라도 잡아드려야 할 것 같아서, 집 주소를 물어봤는데. 아무리 물어봐도 혼자 갈 수 있다면서 괜찮다고만 말하셔서 일단 근처 벤치에라도 앉혀 놨습니다."

"..."


  그정도로 내가 취했었다고. 군대에 오고나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많이 마시긴 했나보다.


흥분했던 마음이 점차 가라앉았다. 이 녀석이 나보다 머리 하나가 크더라도, 성인 남성을 부축하고 밤에 돌아다니는 건 고생했을텐데. 취해서 부린 추태에 민망해서 미안하다는 말이 목 끝까지 나왔다가, 엉덩이 뒷 쪽의 끈적함에 가로막혀 도로 목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일단 설명이나 더 들어보자.


"그래서 벤치에 앉았다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건데?"

"들어보십쇼."


***


눈을 감았다. 흐릿해진 기억을 되짚어보니, 머릿속에 흐릿했던 풍경이 떠오른다. 그래. 나는 그날따라 많이 취해서, 벤치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던 중 멀리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에 다시 몸을 굽혔다.


"괜찮습니까?"

"그럭저럭."


청룡이 가지고 온 보리차를 받아들었다. 뚜껑을 열려고 하는데, 밖이 차가워서 그런가 손이 계속 헛돈다. 청룡이 병을 다시 가져가더니, 가볍게 따서 건네준다. 이런 것까지 부탁하게 될 줄이야.


차 한 모금을 입으로 넘기니, 알코올이 없는 걸 먹어서 그런가. 조금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마시니까. 한결 살 것 같네."


술 좀 적게 먹을 껄. 주량은 약한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소주에 맥주를  섞어 마시니까 몸이 버티지 못했나보다. 그래도 물이라도 마셨으니 괜찮아지겠지. 멀쩡해진 시야로 정면을 바라보니, 청룡은 나를 내려다보며 안절부절 못하고있다. 내가 걱정되는걸까. 나 참, 별것도 아닌데.


"...하아."

허공으로 숨을 뱉었다. 입 밖으로 희뿌연 입김이 진하게 나온다.

...이제 이녀석과 형, 동생하던 것도 끝난다. 부대 밖으로 나가면 끊어질 인연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나는 전역하고, 그 이후에는 각자 살아가느라 바쁘겠지. 사회에서도 가끔 생각은 나겠지만, 물리적으로 멀어진다면 슬슬 연락도 안하다가 몇 번 보고 말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전역한 선임들은 전부 그랬다. 관계라는 건 무섭다. 그렇게 친했던 사람들인데. 눈 앞에 있는 청룡도 한 두번 연락하다가 서서히 끊기겠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청룡은 지금처럼이라도 좋으니 조금 더 길게 가고 싶은데.


"청룡아."

"네?"

"나 전역했다고 연락 끊지 말아라."

"먼저 끊지나 마십쇼."


농담조로 던진 말에 청룡이 웃으며 대답한다.

청량함까지 느껴지는 미소가 내게 전염된다.


"..."


잘생겼다고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웃으면 반칙이잖아.

서로를 바라보며 웃다보니 술기운이 올랐는지 얼굴이 확 뜨거워졌다.

시원한 기운이 한 차례 지나가고, 반 쯤 풀린 머리로 청룡을 바라보니 조금 더 보고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청룡아."

이름을 부르자 청룡이 나를 바라봤다.


"왜 그러십니까?"

"...시간 늦었으니까 그냥 첫 차 타고 갈래?"


***


"...내가 그랬다고?"


청룡이 웃으며 끄덕인다.

죽고싶다.

청룡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상황을 들으니 모든 기억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가뜩이나 첫 차 올 때까지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취한 사람 둘이서 어디를 가야하나 고민하다가. 하 병장님이 여행 기분도 낼 겸 방 잡고 자자고. 얼마나 보챘는지 아십니까? 겨우 모텔 찾아서 들어가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고 들어가서 너랑 섹스한거고?"

청룡의 말이 멈춘다.


"너도 참 다시 봤다. 취한 선임 따먹기나 하고."

"...그게."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 거 아니냐. 선임 의사도 확인도 안하고 막 쑤셔 박고."

"...그런거 아닙니다."

청룡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애초에 하 병장님이 먼저 허락도 안했는데 저한테 멋대로 박았지 않았습니까?!"


뭐라고?



***


급하게 들어온 모텔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챙겨온 겉옷들을 옷걸이에 걸어두고, 최소한의 옷가지들만 걸친 채 서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있었다.

둘 사이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고, 낡은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만 방 안에 울리고 있었다.


"..."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지만 후끈하다.

술이 아직 덜 깼나.

아니면 아무 곳이나 들어가는 동안 이곳 저곳 돌아다녀서 그런가.

온 몸에 열이 올라, 걸치고 있는 티셔츠를 흔들었다.


청룡은 왜 수락한걸까.

술 취한 선임이 멋대로 민폐를 끼친걸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멀찍히 떨어져 앉은 청룡을 바라봤다.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면서도, 시선을 마주치지도 않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는 청룡. 흘겨보느라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지금 무슨 표정을 짓는지, 무슨 상태인지도 잘 짐작가지 않았다.


답답하다.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거지. 남자 둘이서 내외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내가 쟤를 못 쳐다볼 이유도 없잖아. 그냥 노가리나 까려고 들어온거야.

전역 전에 마지막 노가리나 까려고.


충동적으로 돌린 시선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청룡의 팔뚝이었다.  

선명한 푸른색 굴곡을 자랑하고 있는 팔뚝. 연갈색 털이 수북한 내 팔과 달리 매끈하고 단단한 질감에, 근육까지 선명히 내보이는 팔뚝.


팔뚝 뿐만이 아니었다.

맨몸 상태의 청룡은 온 몸의 굴곡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잔뜩 부풀어있는 대흉근, 몇 갈래로 나뉜 복근, 우락부락한 허벅지.

그러면서 나는 본능적으로 점차 아래로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왜."

청룡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왜 그리 빤히 바라보십니까?"

"..."

청룡이 나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콧잔등이 부끄러움과 의문이 뒤섞인 채 일그러져 있었다.


"신기해서 그런다."

"어디가 그렇게 신기해서 보시는 겁니까."

"니 아랫도리."


차마 그런 표정에 개꼴려서라고는 대답할 수 없었기에 퉁명스럽게 둘러댔다.

이런 상황에서 아랫도리는 좀 심했나. 아무렇게나 짓껄인 말에 청룡은 눈을 찌뿌리며 되물었다.


"아랫도리 말입니까?"

"그래. 몇 번이나 봐도 신기하더라."


사실 신기하지 않은가. 보통 남성용 드로즈는 흔히 성기가 튀어나오는 모양에 맞춰서 중앙 부분이 팽팽하게 늘어나 있어야 하는데. 청룡은 내무반에나 샤워실에서 옷 갈아입는 걸 보면, 항상 그 부근의 천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사실 속옷만 훔쳐봤던 건 아니었다. 가끔 속옷을 벗을때 보이던 안쪽의 맨살은 더 기억에 남았으니까.



"생긴 건 존나 거대한 대물같이 생겨가지곤, 그렇게 여자같은 거나 달아서. 겉으로도 안보이고."

평소 생각하던 그대로를 술 김에 짓껄였다.

이 기회 아니면 언제 말해본다고. 취하고 일어나면 기억도 못할텐데.

여자같다는 말에 기분나빴는지, 청룡의 표정이 한층 더 일그러졌다가 한숨을 쉰다.


"...그렇게 신기하시면."

청룡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만져보실겁니까?"


...만져보라고?

지금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아는건가.

고등학생끼리 장난삼아 내 꼬추 만져봐. 만져봐. 하는 것도 아니고, 단 둘이 온 모텔 방 안에서 지 성기를 만져보라고 한다고?


얼빠진 반응과 상관없이 청룡의 손은 이미 자기 골반에 위치한 뒤였다.

청룡이 검은색 보급용 속옷을 천천히 내리자, 굵직한 두 다리 사이로 얇은 선이 보인다. 잠깐. 잠깐잠깐. 청룡을 말리기 위해 나는 황급히 소리쳤다.


"...뭔 개소리를 하는거야! 너. 신기하다고 하면 아무한테나 만지게 해줄거냐?"

"하 병장님이니까. 허락하는겁니다."


나니까 해준다고? 갈비뼈 안 쪽 어딘가가 흔들리며 숨이 막혀온다.

내가 너한테 뭔데. 너한테 나는 그냥 친한 군대 선임이잖아.

확실한 건 저 둔덕 사이에 그어진 선에 손을 대는 순간 다른 선도 넘게 된다는 거다.

'이런 상황. 거절해야 한다.'는 생각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입 밖으로는 내지 못했다.


어차피 얼마 후 끊어질 수도 있는 인연이라면 한 번 쯤은 넘어봐도 되지 않을까.


거리를 뒀던 내 몸은 조금씩 청룡에게 가까워지고 있었고,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내 손은 청룡의 속옷 위에 얹어져 있었다.


...이게 슬릿이구나.


희미하게 청룡의 채취가 느껴진다. 이정도로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다.

애초에 후임 허벅지 사이에 손을 대고, 얼굴을 들이밀며 슬릿을 바라보는 경우가 인생 살면서 처음이 아니라면 그게 더 이상할거다.


"너무... 가까이 보진 마십쇼. 부끄럽습니다."


진짜 만져도 되는건가.


청룡을 바라봤다. 

떨리는 눈동자와 달리 살짝 올라간 입꼬리.

청룡이 말하지 않아도 지금 어떤 심정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 청룡은 흥분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자기 성기에 선임이 얼굴을 박기 직전까지 가까이 보고있는 상황에 말이다.


그래. 본인이 허락한거잖아.


벌려진 틈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봤다.

처음에는 딱딱한 비늘 사이로 손을 넣는 느낌에 상처가 남을까 두려웠으면서도, 안 쪽으로 들어갈수록 부드럽고 질척한 내벽의 감각이 느껴졌다.


의외로 부드럽네..


검지손가락으로 내벽을 훑으며 안쪽으로 들어가니, 내벽보다는 딱딱하면서도 후끈한 것이 느껴진다. 남의 것은 얼마 만져본 적이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이거 자지구나. 그것도 발기하기 시작한. 


그래. 대딸 비슷한거겠지.

남자끼리 대딸도 쳐주고 그런거잖아.


"아..아읏..."

자지를 눌러보니, 살짝 점도가 있는 액체의 감촉이 느껴진다.

손을 안에서 휘저을 때마다, 청룡의 목울대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고개를 빳빳히 위로 들지만, 나를 내려다보면서 온 힘을 다해 신음을 참고 있는 모습이 거의 사람 홀리는 암캐나 다름없다.


찌걱찌걱.


안 쪽에서 휘저어지던 것이 점차 딱딱해지고,

손이 움직이는 공간은 점점 빡빡해진다.



결국 슬릿 안에 들어간 손은 비릿한 향을 묻힌 채 점차 밖으로 밀려나왔다.

빨딱 선 자지와 함께.

휘젓는 동안은 분명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내 코를 지나 볼기짝을 양쪽으로 스쳤다. 당황해서 본능적으로 고개를 뒤로 뺐다.

잠깐 스친 것 뿐인데도 짙은 수컷의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미친... 존나 크잖아.

거의 곤봉 한 자루가 튀어나온 줄 알았다.


핏줄이 곤두선 채,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자지.

그 끝에서는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바닥으로 흘러 내리고 있었다.


"..너 고작 만진걸로 섰냐?"

"읏.. 그럼... "

청룡의 눈썹이 움직였다.


"하 병장님은 왜... 왜 제 거 만지면서 세웠습니까?"

청룡은 나를 내려다보며 역으로 물었다.

그 물음에 내 하반신을 바라봤다.

그곳엔 속옷 아래로 잔뜩 성이 난 채 내 자지가 껄덕대고 있었다.


어. 시발.

지금 나 흥분한건가?

후임이 흥분한 소리를 듣고 서버렸다고?


주인 마음도 모르고 멋대로 서버린 자지를 진정시키려고 해봐도, 잠잠해질 기미가 없다. 머릿속으로 진정하라고 되뇌여봐도 뇌에 맴도는 것은 자지 뿐이었다.

크기. 두께. 굵기.

청룡의 자지와 내 자지가 점차 겹쳐지며 자지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저때문에 꼴리셨습니까?"

"지랄."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평소같은 질문이 마치 자기때문에 섰냐고 비웃는 거만한 어조 같았다.


"꼴리셨으면."

청룡이 자신의 자지가 반 쯤 삐져나온 슬릿 사이를 슬쩍 넓혔다.


"함 넣어보시겠습니까?"

"..."


뭐라고? 농담하는건가. 선임을 유혹하려고 작정을 한 건가.

지금 자기 자지 보관하는 곳을 보지처럼 써달라고?

침대 위에 반 쯤 기대서 다리를 벌리는 청룡.


내 자지가 평균보다 꽤 컸음에도 저 자지를 보관하는 틈이라면,

틈 사이로 하나쯤이야 더 들어가도 문제없을 듯 했다.

그렇지만 그거랑 별개로 스스로 벌리면서 자기한테 넣어달라고 하는 건.

수컷으로서 완전히 실격인 발언 아닌가.

머리로는 걱정하고 있었지만 이미 내 몸은 그 위로 올라타 있었다.

본인이 허락한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넣는다."

"천천히 넣어주십쇼..."


슬릿 사이로 내 자지가 비집고 들어간다.

내 자지가 조금씩 입구를 비집고 들어가는 동안, 청룡의 후끈한 자지가 천천히 내 배 위로 스쳐지나간다.

삽입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내 몸에 가까이 밀착해왔다.


청룡의 자지가 내 밑 가슴까지 올라가고 나서야

내 자지는 뿌리 끝까지 청룡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저게 남의 몸에 들어간다면 적어도 배꼽까지는 온다는거 아니야.

느껴지는 압도적인 존재감에 골반 쪽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 병장님..."

"응?"

"안 하실겁니까..?"

청룡이 숨을 고르며 내게 묻는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

'그런 얼굴로 애가 타는 듯이 말하면 할 수 밖에 없잖아.'


대답 대신 청룡의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청룡의 어깨죽지가 움찔하더니, 긴장이 풀렸는지 서서히 몸에 들어간 힘이 빠진다.


"애초에 안 할거면 진작에 안했겠지."

"..."

미소짓는 청룡의 얼굴. 바보같다. 그래서 좋은거지만.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자

뿌리 끝까지 박았던 자지가 빠져나오면서 생긴

그 빈공간을 다시 매꾸기 위해 슬릿이 빡빡히 조여온다. 


"아.. 아으...흣..."

다시 허리를 집어넣자, 청룡의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빡빡히 조여오는 구멍에 절로 이를 악물었다.


"시발..아.. 아흐.."

피스톤질이 거세지며, 견딜 수 없었는지

청룡이 내 허리에 두 다리를 휘감았다.


거대한 체구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온 몸을 맡긴 채. 

청룡은 애처로운 신음소리만 내뱉는다.


다리. 꼬리. 가슴.

내 허리짓에 맞춰 청룡의 몸이 흔들린다.

동시에 거대한 자지도 흔들리며 내 몸을 묵직하게 튕겨낸다.

공격과 수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듯한 느낌.

분명 둘이서 하는 섹스인데 여러 명이서 난교를 하는 것 같아.


방 안에는 더 이상 아무런 말 소리도 오가지 않았다.

그저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그 과정에서 본능에 몸을 맡긴 짐승 두 마리의 울음소리만이 울려퍼진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숨소리가 끝날 기미가 없이 이어지고, 서로의 몸짓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점차 깊어질수록 자지에서 무언가 곧 올라올 것 같았다.


"청룡아. 나...곧..."


청룡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 허리를 옥죄던 두꺼운 허벅지에 힘이 들어온다.

말은 없었지만 충분한 의사 표시였다.

마지막 허리짓으로 자지를 안 쪽으로 깊숙히 밀어넣었다.


"..윽!"

"아으읏!!"


안에 사정하자 청룡도 동시에 사정했다.

배 위에서 비벼지던 자지는 내 배를 끈적이던 걸로 모자라 턱까지 닿는 흰 좆물을 쏟아냈다. 눅진하고 끈적한 점도를 가진 액체가 몸을 적시고, 한 차례 떨림이 멈추고 나서야 청룡과 섹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릿에 넣는 거 이렇게 좋구나.'


슬릿을 달고 있는 수인들은 적어도 탑은 몰라도 바텀으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지 않을까. 아니면 청룡이 단순히 명기라는 걸까. 제 후임한테 이런 평가는 실례지만, 방금 박힌 청룡한테는 정말로 실례지만, 나는 최근 사용한 어떤 성인용품보다도 기분 좋게 사정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애널은 또 어떤 느낌일까. 나 나름 착하고 친한 선임인데. 좋아하는 후임 뒷구멍에 박아넣어도 괜찮지 않을까?

평소라면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게 술과 쾌락에 절어서 나온 잘못된 생각임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슬릿 바로 밑에 보이는 꼬리 쪽으로 자지를 가져가 댔다.


"하 병장님..?"

거친 숨을 내쉬던 청룡이 고개를 들고 바라본다.


"하병장님? 잠시만 거기는 안됩니다?!"

"...한 번만 넣어볼게. 한 번만."

청룡의 다급한 만류에도 나는 이미 멈출 생각이 없었다.

무슨 일이 앞으로 일어나든 상관 없다. 이미 선을 넘은거. 기왕 한 번 섹스한거. 그냥 끝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어질 행위에 대한 기대감에 저절로 입맛이 다시며 나는 청룡의 구멍 안 쪽으로 자지를 들이밀었다.



---

점붕이 예전에 쓰던 하이에나 소설 함 이어 써봤어

생활관에서 소설 쓰는거 너무 어렵다...

예전에 쓰던 거 겨우 다시 쓰다가... 전반부만 일단 올려봤어

7ced8076b5806af63ee998bf06d60403a7124f776d2af8a027c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