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건이라 캅니다.”
놀란 듯 입술을 뻐끔거리던 영윤도 손을 느릿느릿 움직였다. 굳은살로 거칠거칠한 손바닥에 맞닿는 손가락의 감촉은 놀라우리만치 생경했다. 태건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했다.
“저, 저는. 그. 고, 고영…….”
“고영윤이라고요? 압니다.”
끝끝내 참지 못한 태건이 말을 잘랐다.
“이름표, 이름표.”
그러곤 영윤의 가슴께를 턱짓했다.
휘둥그레 변한 눈동자가 태건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떨어졌다.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확인하고서야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차린 눈치였다. 우물쭈물하던 영윤은 입술을 살짝 떼어냈다. 작달막한 틈으로 아, 하는 소리가 바람 빠지듯 새어나갔다.
이러기까지 10초.
태건은 팔짱을 낀 채로 이빨을 꽉 앙다물었다. 이유야 물론 둔해빠진 상대의 반응 때문이었다. 무슨 통성명 한 번 하는 데에 이렇게 오래 걸린단 말인가. 여기가 공사판이었으면 그냥 뒤통수를 한 대 쥐어박았을 텐데. 비실비실해서 벽돌 하나 나르지 못할 것 같지만.
반찬, 반찬…….
“어……. 그러니까.”
뭐가 됐건 아쉬운 쪽은 이쪽이었다. 헛기침한 태건이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그때. 흠. 그 새낀 뭡니까?”
말꼬를 어떻게든 터 보려고 신중하게 고른 화제였건만, 막상 상대는 영 껄끄럽다는 눈치였다. 움찔한 영윤이 고개를 떨어트린 자세 그대로 제 입가를 매만졌다. 대답은 그러고도 한참이나 지난 후에 나왔다.
“그. 그게. 치, 친척…… 이에요.”
친척은 무슨.
태건이 속으로 코웃음 쳤다. 늑대와 고양이가 서로 친척 사이라는 헛소리도 헛소리였거니와, 무엇보다 상대가 거짓말에 완전히 젬병이었던 까닭이다. 시선도 제대로 못 맞추는 주제에 뭔 수로 남을 속이겠다고. 입에 침이라도 바르든지.
세상 의뭉스러운 반응을 보건대, 아무래도 며칠 전에 들었던 그 이야기가 사실인 듯했다. 비위도 안 상하는지 고기를 우적우적 처먹으면서 손가락을 둥그런 고리에 몇 번이고 쑤셔대던 곰. 음흉하게 낄낄대며 넌지시 건네던 한 마디.
호모.
호모 기둥서방.
태건의 눈이 가늘어졌다. 생전 처음 보는 호모에 대한 감상은, 생각보다 역하진 않다는 것이었다. 그냥 사람 같다고 해야 할까. 머리통 있고, 팔다리 달려 있고. 직업도 생각보단 멀쩡하고. 어디 이상한 여장 술집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어서는 묘한 애잔함이 느껴졌다. 상대의 취향이 그렇다는 건 아니었고, 사람 자체가 그러하다는 뜻이었다. 푸석한 털, 퀭한 눈가, 마주치지 못하는 시선. 팔이고 다리고 몸이고 전부 빼빼 말라서는, 톡 건드리면 도미노처럼 우르르 무너질 것만 같은 체격까지.
“친척이 돈 달라고 찾아와요?”
결국 장단에 맞춰주기로 한 태건이 물었다.
“세상에 그런 친척도 있어?”
“워, 워. 원래는……. 차, 착한……. 애, 애예요.”
착하긴 무슨!
태건이 홱 열리려는 뚜껑을 간신히 틀어막았다. 그렇게 뜯기고, 그렇게 얻어맞아 놓고 한다는 소리가 원래는 착한 애가 어쩌고저쩌고. 살다 살다 이런 호구 병신 새끼는 또 처음 보네. 나 같았으면 반쯤 죽여 놨을 텐데. 왜 거절을 못 하는 거지.
고추가 크기라도 하나?
“……그래도 사람을 때리면 안 되지.”
불쾌한 상상을 떨쳐낸 태건이 조용히 말했다.
고개를 왼편으로 비스듬히 튼 영윤이 머쓱하게 웃었다. 입가를 매만지던 손은 곧 볼로 향했다. 모피로 뒤덮여 있어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볼살이 약간 부풀어 올라 있었다. 아마 며칠 전 늑대가 손찌검한 바로 그 자리일 터였다.
“바, 반찬은…….”
한참이나 머뭇거리던 영윤이 작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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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더 꼴린다고 하면 좀 이상한가...
정상
하루에하나씩가져와.
어흑
영윤이 사랑해 - dc App
요리왕 고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