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떳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흰 천장이었다.
금빛 장식
침대 기둥에 걸린 얇은 휘장
내 손을 잡고 있는 커다랗고 부드러운 손
손등에는 짧고 고운 흰털이 나있었다.
나는 그 손을 한참 바라보았따.
이상하게 낮설치 않았다.
그게 더 무서웠다.
"레온"
어머니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엘레오노라 왕비
이 세계에서의 내 어머니
일반적인 사자수인인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온몸이 흰색털로 덮인 사자수인 이었다. 왕비가 과거 배척받던 흰색털의 사자수인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정치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때는 내게 어머니는 그저 부드러운 눈과 떨리는 손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자 머리가 다시 아팠다.
"어머니"
내 입에서 말이 나왔다.
왕국어였다.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머리속에선 한국어가 떠올랐따.
엄마.
그 단어를 삼키자 목이 메였다.
어머니의 눈가가 아주 조금 젖었다. 그러나 왕비는 울지 않았다.
왕비는 왕궁에서 울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따.
"괜찮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 말에 나는 이상하게 무너졌다.
여섯살의 몸은 내가 기어갛는 것보다 훨씬 약했다. 전생의 기억이 머리속에 쏟아졌다고 해서,
몸까지 어른이 되는것은 아니었따. 나는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울었다.
왜 울었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모르곘다.
죽을 뻔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전생했다는것을 떠올려서 그런지
아니면 어머니와 인간엄마가 겹쳐져서 그랬는지
어쩌면 셋 다였을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있을때 문이열렸다.
방 안의 분위기가 곧바로 바뀌었다.
어머니의 손이 아주 살짝 굳었고 시종들이 고개를 숙였다.
의원은 몸을 낮추었고, 침대 옆에 있던 유모는 한걸음 물러났다.
아버지가 들어왔다.
아우렐리안 솔라르.
레오니아의 왕.
아버지는 내가 기억하던 어떤 인간보다 컸다. 금갈색 갈기와 깊은 눈, 검은 망토, 가슴 위의 왕실 문장.
느리게 걸었지만 방 안의 모두가 그의 걸음에 맞춰 숨을 죽였다.
아버지가 침대 옆에 섰다.
나는 울음을 멈추려 했다.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를 내려다 보았다. 표정은 엄격했다.
"왕세자"
여섯살 짜리 아들에게 하는 말치고는 너무 딱딱했다.
"말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왕궁 전체를 소란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나는 그말에 멍하니 아버지를 보았다.
그당시에는 몰랐다.
아버지는 내 의식이 돌아오기 전까지 주치의를 네번이나 불렀다는 것
승마 교관을 처벌하려는 것을 신하들과 어머니가 뜯어 말렸다는것
내 상태가 변할떄마다 침실밖에서 보고를 받았다는것
하지만 그떄의 나는 이런것을 알지못했고
그저 아버지가 무섭다 생각했다.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폐하, 아이가 방금 깨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나를 향해 손을 뻗어 이마에 손을대 열을 확인했다.
왕이 아니라 아버지처럼
하지만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이내 손을 거두었다.
"의원"
"예 페하"
"왕세자의 발열, 동공 반응, 언어상태를 다시 기록해 올려라, 같은 보고라도 좋다. 시간별로 나누어서 써라"
"명 받들겠습니다"
어머니가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폐하, 이미 같은 보고를 세번 받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답했다.
"왕세자의 상태는 국정 사안이오."
그떄 나는 그 말이 차갑다고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그건 그거 할수있는 가장 노골적인 걱정이였다는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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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나는 처음으로 거울을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의원은 아직 안정이 필요하다했고 유모는 못일어나게 말렸으나 어머니가 내 얼굴을 몇번 살피더니 시종에게 손짓해 거울을 가져오게했다.
커다란 은거울이 침대 앞으로 옮겨졋다.
나는 거울을 들여보았다.
그곳에는 어린 사자가 있었따.
둥근 귀,
짧은 주둥이.
이제 막 나고있는 갈기털
금빛에 가까운 털
아기 고양이같은 큰 눈
입술 사이로 살짝 보이는 작은 송곳니
나는 손을 들어 얼굴을 만졌다. 거울속의 꼬마도 똑같이 움직였다.
손을 움직이자 손톱이 손에서 튀어나오고 놀라서 멈췄다.
나는 손을 천천히 내리고 손톱을 집어넣었따.
이세계... 왕족... 사자수인...
전생의 내가 보던 인터넷 게시판이나 소설 제목 속에서라면, 이건 분명 굉장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사자수인에 왕족이라니.
이 정도면 엄청 괜찮은 환생 아닌가?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침실 밖에서 들리는 낮은 목소리가 그 생각을 박살냈다.
"루펜하르트 공작가에서 문병 사절을 보냈습니다."
"엘크라운 대공가에서는 회복 기원과 남부 곡창의 첫 수확분을 함께 보냈다고 합니다."
"벨페나 상회연합 쪽에서도 약재를 들여보냈습니다. 품질은 좋습니다만, 명단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우르사그림 변경백께서는 친필 서한을 보내셨습니다. 왕세자 전하의 쾌유를 빌며, 필요하다면 변경의 주술의까지 보내겠다고..."
나는 거울을 보다가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병 선물 서한
그 모든게 단순한 걱정만은 아니라는 걸 나는 어렴풋이 느꼇다.
여섯살짜리 아이가 다쳤을 뿐인데, 왕국의 주요 귀족들이 움직이고 있어다.
왕세자의 건강은 가족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치였다.
그들이 보낸 약재와 곡물 서한이 단순 호의가 아니라 각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정치였다는것을 ...
늑대는 에의를 지켰다.
사슴은 충성을 보였다.
여우는 쓸모를 증명했다.
곰은 변함없는 맹세를 보냈다.
그리고 사자왕가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어느 쪽에도 지나치게 기울지 않는 답례를 보내야햇다.
고작 낙마사고 하나에도....
나는 다시 거울을 보았다.
어린 사자 왕세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얼굴은 아직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머리속으로 이세계 전생같은것이나 떠올리며 즐거울거 같다는 생각을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등골이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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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주치의 보고서
왕세자 레온하르트 솔라르 전하 낙마 사고 후 경과 보고
왕세자 전하계서는 동부 승마장에서 훈련 중 낙마하여 후두부에 충격을 입고 혼절하심.
사고 직후 의식 혼미, 발열, 간혈적 헛말 증세가 있었으나 사흘째 되는 날 의식을 회복하였습니다.
의식 회복 후 다음 사항의 관찰됩니다.
-왕국어 사용에 이상 없음
-일부 의미 불명의 단어를 중얼거린 정황있음.
-왕비 전하를 인식함.
-현왕 폐하를 인식함.
-거울에 집착함.
-사고 이전보다 질문이 많아짐.
위 사항은 물리적 충격에 따른 일시적인 혼란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왕비 전하께서는 안전을 우선하라 명하셨으며
현왕 폐하께서는 동일 보고를 시간대별로 작성하고 보고하라 명하셨습니다.
보고자 : 왕실 주치의 세르반
위 보고서는 왕실내부 서고에 왕족건강기록으로 관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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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쓰는 2편
오탈자는... 포기하여라
오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