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이후 내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왕세자의 건강이 국정 사안이라는 사실이었다.
두번째로 배운 것은, 사자수인의 몸이 생각보다 관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꼬리.
나는 전생에 꼬리를 달고 살아본 적이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에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던 인간에게 꼬리 관리법 같은건 필수 교양 같은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세계의 내 몸에는 꼬리가 있었다.
길고, 근육이 있고, 감정에 따라 제멋대로 움직이는 꼬리.
문제는 내가 그걸 자꾸 까먹는다는 점이었다.
"전하"
유모가 말했다.
"꼬리입니다."
나는 멈칫했다.
내 꼬리는 방금 막 옆 탁자위의 은잔을 부드럽게 훌고있었다.
달그락.
내가 유모의 지적에 놀라 꼬리가 은잔을 가볍게 밀었따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아니 앞발이라 해야하나. 어쩃든 손을 뻗어 잔을 잡으려 했다.
그리고 발톱이 튀어나왔다.
끼긱
은잔에 선명한 발톱자국이 났다.
방 안이 조용헀졌다.
나는 은잔을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왕실 문장이 새겨진 은잔이었다.
금빛 음각 아래로, 내 발톱 자국이 아주 정직하게 지나가 있었다.
"이건... 수리할수 있겠지..?"
내가 물었따.
유모는 왕실 예법에 맞춰 침착하게 대답했다.
"은세공인을 부르면 됩니다. 전하."
말투는 침착했다.
표정은 안그랬지만
그날 나는 세가지를 더 배웠다.
첫쨰. 사자수인은 놀라면 발톱이 튀어나온다.
둘쨰. 왕실 은기는 생각보다 약하다.
셋쨰. 유모들은 왕세자가 은잔을 긁어도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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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회복되자 내 생활은 다시 왕세자의 생활로 돌아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왕세자 생활을 제개하려는 자들과, 이몸에 적응하지 못한 아 사이의 기묘한 싸움이 시작된것이다.
아침에는 털 손질
사자수인의 털은 그냥 방치한다고 알아서 품위 있게 정리되지 않았다.
특히 어린 왕족의 털은 왕실의 체면과도 연결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조금 억울했다.
'털이 뻣치는것도 정치인가?'
하지만 궁정에서는 그랬다.
"왕세자 전하의 갈기 주변 털이 흐트러져 보이면, 아직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소문이 날 수 있습니다."
전담 시종장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시종 두명이 내 머리와 목덜미의 털을 빗기고, 다른 한명이 귀 주변을 정리했다.
귀
그것도 문제였다.
인간일 떄는 귀가 머리 양옆에 붙어 있었고, 대체로 사회생활에 큰 변수를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내 귀는 머리 위쪽에서 수시로 움직였다.
누군가 문밖에서 작은 소리를 내면 귀가 먼저 돌아갔다.
싫은 말을 들으면 귀가 내려갔다.
당황하면 귀가 움찔했다.
감정을 숨기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것은 궁정정치에 매우 불리했다.
"전하, 귀를 조금만 세워주십시오."
시종이 말했다.
"내 의지로 되는게 아니야"
"됩니다, 전하 왕족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거울 속 어린 사자를 보았따.
귀가 애매하게 반쯤 접혀 있었다.
'왕족 교육 과정'
그말은 이세계에서 대체로 다음 뜻이었다.
-원래 안되는 것도 되게 만들어라-
나는 숨을 들이쉬고 귀에 힘을 줘보았다.
외쪽 귀만 올라갔다.
오른쪽 귀는 그대로였다.
시종들이 잠시 침묵했다.
"..... 반쯤 성공한 것 아닌가?"
내가 말했다
시종장은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숙였다.
"전하께서는 빠르게 회복 중이십니다."
그가 진심으로 나를 위로하는건지, 왕실 시종으로서 나를 살려주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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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예법도 문제였다.
그날 아침 식탁에는 부드럽게 익힌 고기와 빵. 수프, 과일이 놓여 있었다.
낙마 후 회복식이라는 이유로 평소보다 간이 약하다고 했다.
나는 고기를 보았다.
전생의 감각으로는 훌륭한 스테이크처럼 보였다.
이 세계의 기준으로도 훌륭한 왕실 식사였을 것이다.
문제는 내 이빨이었다.
송곳니가 생각보다 길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기를 베어 물었따. 그리고 곧바로 꺠달았다.
이 몸은 고기를 씹는데 최적화되어있었다.
조금만 힘을 줬는데 고기가 예상보다 쉽게 찢어졌다.
나는 놀라서 입을 멈췄다.
식탁 맞은편에 앉아있던 어린 동생이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동생은 나보다 두살어린 아직 갈기도 거의 나지 않은 어린 사자수인이었다.
이름은 루시안. 왕위계승순위로는 내 바로 아래였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루시안은 그 나이부터 관찰력이 이상할 정도로 좋았다.
그떄도 그랬다.
그는 내가 고기를 어떻게 씹는지, 손을 어디에 두는지, 꼬리가 의자 옆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조용히 보고있었다.
"형님"
루시안이 작게말했다.
나는 멈칫했다.
"왜?"
"고기가 무서우세요?"
식사가 잠깐 멈췄다.
수프를 따르던 시종으 ㅣ손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유모는 고개를 숙였고, 예법 교사는 눈을 감았다.
나는 여섯 살짜리 왕세자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근엄하게 대답했다.
"무서운게 아니다. 분석중이다"
"고기를요?"
"그래"
루시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나는 잠시 답하지 못했다.
고기를 먹는 내 턱구조와 인간이었을 때의 식사 감각 사이에서 인지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는 말할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왕세자 답게 말했다.
"왕족은 모든 것을 신중히 대해야 한다."
예법 교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만족한 모양이었다.
그 순간 내 꼬리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식탁보 끝을 꼬리가 감았다.
몸을 조금 뒤로 뺴는 순간, 식탁보가 딸려왔다.
수프 그릇이 미끄러졌다.
시종들이 재빨리 움직여 한명은 수프그릇을잡고 한명은 다른 접식들을 고정했다. 한명은 내 꼬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식탁보를 풀었다.
그 모든일이 동시에 일났다.
나는 놀라 굳었따.
안그래도 큰편인 루시안의 눈은 더욱 커더래 져있었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아주 작은 웃음과 함께
시종들은 듣지 못한거같지만 나는 들었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부끄러워 루시안에게 말을걸었다.
"루시안"
"예 형님"
"방금 본 것은 잊어라:"
"예"
대답은 즉각적이였지만... 눈은 전혀 잊을거같지 않은 눈을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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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수업은 더 심각했다.
낙마 이후 처음 재개된 수업은 왕국의 기본 단위와 영지 체게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자신 있었다.
역사와 정치에 조금 관심 있던 현대인,
물론 전문가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섯살짜리 왕세자 수업정도는 쉽게 넘어갈수있지 않을까.
그런 오만은 첫 시간 만에 박살났다.
"수도 척으로 셋, 북부 장척으로 둘, 남부 농척으로는 둘하고 반입니다."
교사가 말했다.
나는 깃펜을 든 채 멈췄다.
"잠까만요"
교사가 나를 보았다.
"예 전하"
"같은 길이를 다른종류로 말하는 겁니까?"
"예 전하"
"그런데 왜 각각 다른겁니까?"
교사는 아주 당연한 것을 설명하듯 말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말을 이해했다.
이해했기 때문에 더 이해할 수 없었따.
"그러면 기준을 통일하면 되지 않습니까?"
교사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방안의 공기가 아주 조금 달라졌다.
나는 몰랐다.
내가 방금 한말이 단순히 학습 불평이 아니라, 왕국의 지방 관습권,상업권,세금정산방식,군수보급 체게를
한꺼번에 건드리는 말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냥 짜증이 났을 뿐이다.
길이를 배우는데 왜 지역마다 기준이 다른가.
계산도 귀찮아지고 장부쓰거나 관련 일을 하는사람드른 안 힘든가.
그정도으 감각이였다.
교사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전하, 각 지방에는 오랜 관습이 있습니다."
"관습이 틀렸다면요?"
내가 물었다.
교사는 잠시 침묵한다
그는 나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렇다고 동의하지도않고 대신 깃펜 끝을 천천히 잉크병에 담갔다가 꺼냈다.
"그 경우네는 틀렸다는 사실을 누가 선언할수 있는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나는 그 마을 듣고 입을 다물수밖에없었다.
조금 전까지 나는 단위가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문제가 이상해졌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왜 권력 이야기가 나오지?
수업이 끝난 뒤에도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틀렸다는 사실을 누가 선언할 수 있는가'
현대에서는 답이 쉬워 보였다.
법 정부 표준기관 학교 교과서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왕이 선언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다가 나는 곧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렸다.
왕세자의 발열 보고서 하나도 시간대별로 다시 쓰게하는사람
하지만 귀족회의 앞에서는 말 하나를 고르기 위해 침묵하는 사람
아마 왕이라고 해서 모든것을 쉽게 선언할 수 있는건 아닐것이다.
나는 깃펜을 내려놓았다.
그러다 실수로 잉크병을 건드렸다.
이번에도 꼬리였다.
잉크병이 넘어지고, 검은 잉크가 책상위로 번졌다.
교사가 눈을 감았다.
나는 빠르게 말했다.
"이건 관습 문제가 아닙니다"
그는 조용히 대답했따.
"예 전하 이건 꼬리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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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은 프롤로그고
이번편부터가 본격적인 우당탕탕 수인생활 시작
재밌게 써볼려했는데
쓰는순간 재미가 뭐지라는 함정에 빠져버려서 일단 써보긴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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