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나는 궁정 산책을 허락받았다.
정확히는 '회복 상태 확인을 위한 짧은 보행'이었다.
왕실에서는 산책조차 문서처럼 말했다.
나는 유모와 시종 둘, 호위기사 하나를 뒤에 달고 복도를 걸었다.
왕궁은 내가 전생에서 보던 궁궐사진과는 사뭇 달랐다.
더 가깝고, 다채로운 냄새가 났다.
돌바닥의 냉기, 광택 낸 목재, 털 손질용 향유, 약초, 고기 굽는 냄새, 갑옷의 쇠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가 나를 보았다.
고개는 숙이고 있었지만, 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왕세자가 낙마 후 처음 복도에 나왔따.
그건 궁정 사람들에게 작은 사건이었다.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걸으려 했다.
그러나 꼬리는 자꾸 긴장을 드러냈다.
"전하 꼬리가 너무 낮습니다."
유모가 작게 말했다.
"낮으면 안돼?"
"기력이 없어 보입니다."
나는 꼬리에 힘을 줬다
"이번엔 너무 높습니다."
"높으면?"
"과하게 들떠 보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유모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품위 있게 자연스럽게 두시면 됩니다."
나는 진심으로 물었다.
"그게 뭔데?"
유모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복도 끝에서 루시안이 보였다.
그는 자기 시종과 함께 서 있었다.
아마 다른 수업으로 이동하는 중이었을 것이다.
나를 보자 눈이 밝아졌다가, 바로 예법에 맞춰 얌전하게 고개를 숙였다.
"형님"
"루시안"
나는 왕세자답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루시안의 시선이 내 꼬리로 갔다.
내 꼬리는 그떄 품위와 자연스러움 사이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루시안은 잠깐 자기 꼬리를 보더니, 내 꼬리 각도를 흉내 내려 했다.
그의 시종이 다급하게 속삭였다.
"전하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못 본 척했다.
루시안도 못 들은 척했다.
그 짧은 순간이 이상하게 웃겼다.
우리는 둘 다 왕자였다
왕실의 피를 이은 사자수인
언젠가 이 나라의 권력 한복판에 서게 될 자들
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자기꼬리를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는 어린 사자 두마리였다는게 웃겼다.
그리고 그 웃음이 위로가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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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녘이 되자 나는 완전히 지쳤다.
낙마 후유증 떄문만은 아니었다.
이 몸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피곤했다.
귀를 관리해야했다.
꼬리를 관리해야했다.
발톱을 관리해야헀다.
털을 관리해야헀다.
밥먹을떄 턱힘도 관리해야 했다.
시종에게 감사를 전할때도 상대가 당황하지 않도록 말투를 정리해야 했다.
전생의 나는 인간으로 사는 일이 이미 피곤하다 새각했다.
그런데 사자수인 왕세자로 사는일은, 인간으로 살던 피곤함과는 종류가 달랐다.
출근은 싫으면 욕이라도 할 수 있었다.
왕세자는 꼬리 각도에도 품위가 필요하며 거지같다고 욕도 할수 없었다.
나는 침대에 엎드렸따.
그러자 유모가 기겁했다.
"전하 갈기 주변 털이 눌립니다."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눌리라고 해"
"내일 아침 손질 시간이 길어집니다"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 말은 효과가 굉장한 현실적 협박이었다.
천장에는 금빛 장식이 있었다.
낙마 후 처음 눈을 떳을떄 보았던 바로 그장식
그때만 해도 나는 이 세계가 무섭고 낮설었다.
지금도 무서웠다.
다만 조금 다르게 무서워졌다.
처음에는 내가 사자수인이 됬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이제는 내가 사자수인 '왕세자'로서 매일 이런식으로 살아야한다는게 무서워졌다
그리고 아주 조금 우습기도 했다.
나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이세계전생... 사자수인 왕족...
분명 누군가에게는 꿈만 같은 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군가도 꼬리로 잉크병을 엎으면 생각이 달라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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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별로 누가 보는거 같진않지만
다음 편부터 히로인(?)인 동생 파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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