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수인 왕세자로 사는 일은 여전히 피곤했다.
다만 사람은... 아니 사자수인은 생각보다 적응력이 좋았다.
낙마 이후 몇주가 지나자 나는 적어도 자기 꼬리로 잉크병을 엎는 횟수를 줄일수 있게 되었다.
완전히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줄었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상당한 발전이었다.
처음에는 내 몸이 너무 낮설었다.
귀는 마음대로 움직였고, 꼬리는 내 감정보다 먼저 대답했으며, 발톱은 놀랄 때마다 튀어나왔다.
털은 잠을 잘못 자면 한쪽으로 눌렸고, 송곳니는 말할 때마다 혀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요령을 익혔다.
꼬리는 의자에 앉기 전에 먼저 위치를 확인한다.
놀랐을 때는 손을 움켜쥐지 않는다. 움켜쥐는 순간 발톱이 나오기때문에 주의해야된다.
귀는 완전히 숨길 수 없으니, 차라리 너무 노골적으로 움직이지 않게 훈련한다.
고기를 씹을 때는 신경써서 힘을 절반만 쓴다.
시종에게 감사 인사를 할때는 너무 평민처럼 굴지 말고, 왕족답게 짧게 한다.
마지막 내용은 아직도 맘에들지 않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왕실 시종장은 엄격하게 그것에대해 말했다.
"전하께서 시종에게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시면, 시종이 벌을 받을수 있습니다."
"왜?"
"전하의 체면을 손상시켰다는 이유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내가 고맙다고 했는데?"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벌을 받아?"
"전하께서 고개를 숙이실 정도로 시종이 처신을 잘못헀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이 왕궁이 단순히 화려한 감옥이 아니라 해석이라는 지뢰가 심겨진 지뢰밭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웠다.
그래서 나는 고마울 때 고개를 숙이지 않고, 짧게 말했다.
"수고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너무 거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종들은 오히려 그쪽을 더 편하게 받아들였다.
그게 이 세계의 왕족 예법이었다.
나는 속으로 '전생에서라면 인성문제로 욕먹을 말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게 배려였다.
정확히는 적어도 벌을 피하게 해주는 방식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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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생활에 적응한다는 건, 사실 몸에 적응하는것보다 더 복잡했다.
왕궁은 건물이라기보다 하나의 생물같았다.
아침에는 시종들이 먼저 움직인다.
해가 완전히 뜨기전부터 복도에는 물동이를 든 하인들과 향유를 든 시녀들, 문서함을 한아름 안은 서기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왕궁의 하루는 기도와 보고, 식사와 수업, 접견과 회의, 훈련과 의례로 나뉘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있었다.
누가 먼저 들어오는지.
누가 어느 문을 사용하는지,
누가 앉고, 누가 서는지
누가 직접 말하고, 누가 대신 전하는지,
누가 이름으로 불리고, 누가 작위로 불리는지,
처음에는 더럽게 귀찮은 예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규칙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예법은 겉치례라기보단 권력의 지도였다.
예를 들어, 아침 보고 때 장교가 왕에게 보고하는 자리는 항상 오른쪽 뒤편이었다.
재정관은 왼쪽 앞에 섰다.
상회연합에서 나온 사람들은 절대 중앙에 안서고 문에서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 위치를 차지했다.
변경백의 사절은 말수가 적었고, 언제나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숙였다.
무례가 아니라 변경식 예법이 수도 예법보다 느리고 묵직했기 때문이라 나중에 시종장이 설명해줬다.
처음에는 보이지않던 그런 것들이 보였다.
왕궁안에서 사람들은 별 말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계속 말하고 있었다.
고개를 얼마나 숙이는지,
침묵이 얼마나 긴지,
누구의 이름을 먼저 꺼내는지,
누구의 선물을 칭찬하고 누구의 선물은 품질만 언급하는지.
이곳에서는 칼을 뽑지 않아도 싸울수 있었고
대체로 그런 싸움들이 더욱 오래가고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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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업도 조금씩 따라가기 시작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왕국의 역사는 전생의 역사와 닮은 구석이 있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달랐다.
가령 왕국의 옛 질서는 육식 귀족들의 무력 연합에 가까웠다.
사자왕가는 그 정점이었다.
늑대는 왕의 칼이었고, 호랑이와 표범은 전장의 날개였으며, 곰은 변경의 방패였다.
하지만 몇 세대 전의 대기근과 전쟁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교사는 그 사건을 공식 명칭으로 불렀다.
"대조정기"
나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했다.
"전쟁이었다면서요?"
"예 전하"
"왕국의 절반이 죽었다고 했죠?"
"그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조정입니까?"
교사는 잠시 침묵했다.
요즘 나는 그런 침묵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이건 '대답을 모르는 침묵'이 아니였다.
'대답을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고르는 침묵' 이었다.
"왕실 기록에서는 그렇게 부릅니다"
교사가 말했다.
"왜요?"
"그 전쟁 이후 왕국의 질서가 다시 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죽은 사람들은요?"
교사의 깃펜이 아주 조금 멈췄다
나는 그때 내가 또 무언가 불편한 질문을 했다는걸 깨달았다.
전생의 기억이 돌아온 뒤로, 나는 자주 남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번도 남들은 그냥 지나가는 말 앞에서 멈췄다
-대조정기-
이름은 차분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굶주림과 학살, 약탈과 피난, 불타버린 곡창과 버려진 영지가 들어 있었다.
왕실은 그 시기를 조정이라고 불렀다.
왕국이 다시 균형을 찾았기 떄문일 것이다.
하지만 죽은 이들에게는 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교사는 안도한 듯했다.
대신 나는 책장을 넘겼다.
그곳에는 왕실 곡창 개방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사자왕가가 전쟁에는 중립을 선언했으나, 굶주린 영지에 곡물을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북서 변경의 곰영지는 왕실 곡창이 아니었다면 겨울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한참 보았다.
전생의 역사책에서도 비슷한 문장을 본 적이 있었다.
문슨 왕이 몇년에 무슨 칙령을 내렸다 라던가 어느정부가 재난 구호를 했다라던가
어느전쟁이후 조약이 맺어졌따 같은
그런 문장들은 늘 건조하고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세계에서는 그 건조한 문장 하나가 현재의 정치적 충ㅅ헝으로 이어져있었다.
우르사그림 영지가 왕가에 절대 충성하는 이유
그건 그들이 순진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겨울. 누가 자신들을 버리지 않았는지.
나는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역사는 지나간 일이 아니구나.
적어도 내가있는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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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서부터 동생 파트여야됬는대 설정 추가하다보니 이야기가 새내
다음편부터 동생파트
뭐임 소설 공장이라도 돌림???? ㄷㄷㄷㄷ - dc App
걍 생각나는게 좀 많아서 쭉 써지네 gpt도움도 받고있고 설정정리같은건 좋긴하내
@=레굴= 그럴때 머리속에 있는 어흐흐한 생각들 존나 돌더라구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