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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안 솔라르는 형이 말에서 떨어지던 순간을 보지 못했다.


그는 그날 서쪾 교육실에 있었다.

작은 책상 앞에 앉아, 왕국 남부 곡착지대의 주요 가문 이름을 외우고 있었다.


엘크라운 대공가, 벨피나 상회연합, 렌마크 해안가, 우르사그림 변경백가


아직 네살밖에 되지 않은 루시안에게 그 이름드른 너무길고,

서로 비슷하고, 가끔은 발음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교육관은 그가 왕자라는 이유로 기다려주지 않았따.


"다시"


나는 작은 손으로 책장 끝을 붙잡았다.


"엘크라운 대공가는 남부 곡창의..."


그때 복도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처음에는 낮은 발소리였다.

그 다음에는 누군가 급히 문을 여닫는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시종의 억눌린 비명


교육관이 말을 멈췄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잠시 뒤, 문 밖에서 근위기사가 낮게 말했다.


"왕세자 전하께서 낙마하셨습니다."


그 순간 공기가 얼어 붙었다.


낙마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잇었다.

말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왕족은 승마를 배우고, 승마중 떨어질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관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나는 깨달았다.


이번 일은 그냥 떨어진 것이 아니다.


"형님은요?"


내가 물었다.


교육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 때문에 더 무서웠다.


"형님은 괜찮으십니까?"


"제2왕자 전하"


교육관이 말했다.


"왕실의 소식은 확인된 뒤에 전달받으셔야 합니다"


그건 대답이 아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교육관이 낮게 말했다.


"앉으십시오"


"하지만 형님이"


"앉으셔야 합니다"


어쩔수없이 다시 앉았다.


왕자는 울지 않는다

왕자는 소란을 만들지 않는다

왕자는 확인되지 않은 일에 감정을 먼저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게 배웠다.


그래서 책상 아래에서 옷자락을 꽉 쥐었다.


-----


형은 사흘 뒤에 깨어났다.


그 사흘 동안 왕궁은 조요했지만, 루시안은 그 조용함이 더 무서웠다.


시종들은 발소리를 줄였다.

복도에서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어머니는 평소보다 더 오래 형의 침실에 머물렀따.

아버지는 회의장과 집무실을 오가면서도, 형의 침실 쪽에서 보내는 보고를 계속 받았다.


나는 형의 방에 들어갈 수 없었다.


어린 왕자의 감정은 중요했지만, 왕세자의 안정이 더 중요했다.


그 말은 옳았다.


적어도 왕궁에서는 옳았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싫었다.


형이 깨어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수업 중이었다.


"왕세저 전하께서 의식을 회복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들고 있던 깃펜을 떨어뜨렸다.


작은 실수였다.


하지만 교육관은 그를 보았다.


재빨리 깃펜을 주었다.


"죄송합니다"


기뻐서 그랬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왕족은 기쁨도 관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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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낙마 이후 조금 이상해졌다.


나는 그것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형은 가끔 멍해졌었다.

왕국어를 말하다가 이상한 소리를 삼켰다.

시종에게 고맙다고 말하려다가, 이상하게 조심했다.

거울 앞에서 자기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형은 자기 자신의 신체에 자주 놀랐다


자기 꼬리에, 귀에. 발톱에, 이빨에


그것을 이상하게 보면서도, 조금 재밌다고 느꼈다.


형은 왕세자였다.


나에게 형은 항상 먼저 걷는 사람이었고

먼저 이름을 불리고, 먼저 인사를 받고, 만저 아버지 앞에 서는사람.

형은 언젠가 왕이 될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형이 자기 꼬리때문에 당황했다.


그런 사실이 이상하게 안심을 주었다.


형도 모르는것이 있고 실수하는구나


형도 가끔은 그냥 아이처럼 보이는구나.


그러면서도 형은 달랐디.


식탁에서 시종이 수프 그릇을 잡아냈을 떄 형은 화내지 않았다.

은잔에 발톱 자국을 냈을 떄도, 누구를 탓하지 않았다.

교육관에게 어려운 질문을 받으면, 무작정 외우기보다 "왜?"라고 물었따.


그 "왜?"가 신기했다.


왕궁에서 아이들은 왜라고 묻디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배웠다.


질문은 허락받은 범위 안에서 해야 했다.

답은 정해진 순서대로 해야 했다.

모르면 다시 배워야 했고, 늦으면 더 빨라져야 했다.


그런데 형은 달랐다.


형은 가끔 아주 당연하다는 얼굴로 이상한 질문들 했다.


"왜 기준이 다릅니까?"


"왜 전쟁을 조정이라고 부릅니까?"


"왜 시종이 벌을 받습니까?"


어른들은 그 질문을 듣고 잠깐식 멈췄다.


그 멈춤이 좋았다.


형이 말하면 어른들이 멈췄다.


그게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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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교육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부당하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부당하다는 말을 배운 적이 없엇다.


나는 둘째 왕자였다.


왕세자가 아니지만, 왕위계승권자였다.

형이 병들거나, 죽거나, 왕국이 문제가 생기면, 루시안은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그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 들은 말이었다.


"제2왕자 전하께서는 예비가 아니라 기둥입니다."


교육관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이상하게 싫었다.


예비가 아니라 기둥


좋은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기둥은 움직이지 않는다, 자기뜻대로 쉬지 않는다

'기둥은 무것은 것을 버티기 위해 세워진다;'


나는 가끔 자신이 사자수인이 아니라, 왕궁 어딘가에 세워진 하얀 돌기둥이 된거 같았다.


검을 들 땐 손목이 아팠다.

계보를 외울 떄는 머리가 멍했다.

외교 언어의 발음을 반복하다 보면 혀가 꼬였다.

아침에는 졸렸고, 저녘에는 눈을 뜨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형은 왕세자니까 힘들것이다.

아버지는 왕이시니까 더 힘들것이고,

어머니는 왕비니까 울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참아야 했다.


그렇게 배웠다.


그래서 목검을 떨어뜨렸을 때도 울지 않았다.


교관이 말했다.


"왕족은 손에서 검을 놓지 않습니다."


손이 떨렸지만, 검을 다시 붙잡았다.


"예"


그때 문밖에 누가 서있었다.


형이었다.


형을 보았다.


형의 얼굴이 이상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했고, 아픈 것 같기도 했다.


순간 겁이났다.


혹시 형이 자신을 한심하게 본거 아닐까?


왕족이 검을 놓는 모습을 봐서 실망한 걸까?


그래서 더 세게 목검을 잡았다.


손목이 아팠다.


그래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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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체로 보고 자리에 처음부터 들어가 있지 않는다.


옆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는, 다음 교육 보고를 위해 대기 중이었다.


문은 완전히 닫혀 있었지만, 왕궁의 문은 소리를 완전히 막아주지 않았다.

특히 안에서 목소리가 조금 높아 지면, 복도나 옆방까지 희미하게 들렸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낮고 단단했다.


다음은 교육관의 목소리


루시안은 자기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들었따.


"제2왕자 루시안 전하의 금일 교육 경과를 보고드립니다"


몸이 굳었다


또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겠지


알고 있었다.


손목이 무너지고 집중력이 떨어졌고 발음이 느렸다

계보 순서를 즉답하지 못했다.


그 말들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정말로 지쳤고, 느렸고, 자주 틀렸다.


그래서 듣고 있어도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냥 조금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떄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이상합니다"


형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높았다.

아니, 원래도 어린아이 목소리였지만, 지금은 더 떨리는것 같았다.


아버지가 물었다


"무엇이 이상하지?"


형은 말했다.


"루시안은.... 아직 작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작다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네살이었고 형보다 작고 아버지보다는 훨씬 작았다.

목검보다도 작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왕궁에서 그것은 이유가 되지 않았다.


작기 때문에 배워야 했다.

작기 떄문에 더 빨리 준비해야 했다.

작기 떄문에 약하면 안 되었다.


그런데 형은 다르게 말했다.


"너무 많이 배웁니다"


내손이 나도 모르게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방안에서 아버지의 모소리가 들렸다.


"왕족이다"


형은 바로 대답했다.


"그래도 아이입니다"


그 말에 숨을 멈췄다.


아이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많았다.


어린 왕자

제2왕자 전하

왕가의 어린 피

예비 계승권자


하지만 그 말들은 전부 이름표 같았다


형이 말한 "아이"는 달랐다


그건 내가 잠들고 싶고

손목이 아프고 실수하면 무섭고

형이 깨어났다는 말에 기뻐할수 있는 존재라는 뜻 같았다


문을 바라보았다


문 너머에서 형이 계속 말했다


말은 매끄럽지 않았다


가끔 끊겼고 조금 떨렸고 어른처럼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이상했다.


형은 무서워하면서도 말하고 있었다


누가봐도 알수 있었을것이다


형도 아버지를 무서워한다


왕 앞에서 말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래도 말한다


나 떄문에


"전장이 아니잖습니까"


그 말이 들렸을때, 옆에 있던 시종이 작게 숨을 삼켯다.


저말은 위험한 말이었다.


아버지의 말을 정면에서 받은 것이다.


하지만 형은 멈추지 않았다.


조금 뒤, 방 안이 아주 조용해졌다.


그리고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생은 예비 물건이 아닙니다"


그순간 내 몸 어딘가가 뜨거워지는것을 느꼈다.


예비 물건


그 말을 들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동안 자신이 느꼇지만 이름 붙이지 못했던것


나에 대한 수식어들이 갑자기 하늘의 말로 묶였다


물건


형은 그것을 부정했다.


"루시안은 물건이 아닙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왕자는 울지 않는다.


그렇게 배웠으니까.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


형이 자신을 위해 왕에게 대들고 있었다.


여섯살짜리 형이

아직 꼬리도 제대로 못 가누고, 귀도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은잔에 발톱 자국을 내던 형이

그 형이 왕 앞에서 자신을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떄 처음으로 형ㅇ르 다르게 보았다.


형은 단순히 먼저 태어난게 아니었다.


형은 왕세자라서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무서워하면서도 자기보다 약한것을 보고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에 압도되었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는 그것을 복잡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주 단순하게 받아들였다.


형은 내 편이다.


그러면 나도 형의 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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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침대에 누워서도 오래 잠들지 못했다.


손목은 여전히 아팠다.


하지만 이상하게 통증이 전처럼 외롭지 않았다


형이 봐줬고 말해줬다


내가 물건이 아니라고


이불 속에서 작은 손을 움켜쥐었다


나는 아직 네살이었다


왕국이 무엇인지, 왕위계승이 무엇인지, 귀족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형은 언젠가 왕이 될 사람이다.


그리고 형이 왕이 되면, 아마 왕국은 지금과 조금 달라질 것이다.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몰랐다.


하지만 나는 형이 혼자 서 있게 두고 싶지 않았다.


형은 이상한 질문을 많이하고, 어른들을 당황시키켰다.

형은 무서워 하면서도 말해야될떄는 말했다.


그런 형은 분명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것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내가 도움이 되어야된다.


형보다 더 빨리 배워야 한다.

형보다 더 정확히 외워야 한다.

형이 이상한 질문을 할때 그 질문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다듬어 줄수 있어야한다

형이 앞으로 걸어갈때 뒤에서 칼과 문서들을 막아줄수 있어야 한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들리지않게 작게 맹세했다.


"나는 형님을 위해 살겠습니다"



네살짜리가 말하기엔 커다랗고 무거운 말이었지만


스스로 그 말들을 골랐다


왕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왕족을 위해서도 아니라


오직 형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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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을 동생시점에서 풀어서


동생이 브라콘이 되는 계기를 써봤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