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사수 예쁘냐고 물어보더라

솔직히 예쁜 편이라고 했음

연예인 중에 닮은 사람 있냐고 해서 전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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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매가 좀 날카로운 인상임

와이프가 사수 예쁘다고 엄청 싫어하길래

내가 말했음. 뭘 걱정하는 거냐고

내가 39살 배 나온 아저씨라는 걸 잊지 말라고 했음.


통화 끊고도 시간이 남아서 나는 그냥 회사 공장 부지 빙글빙글 돌다가 12시50분에 사무실 돌아가서 세수하고 자리에 앉음

건너 건너 앉아있는 전략부 부장님이 전종서 대리 착하니까 물어보면 일 잘 알려줄거라고 하심

알겠다고 했는데 속으로 생각하기를

아니 회사 넘버3 전략부 부장님한테 착하지 않은 사원이 회사에 어디있어? 라고 생각함 ㅋㅋㅋㅋㅋ


12시 55분에 사수 자리로 돌아옴. 담배 냄새 남. 담배 피는 거 같음.

1시 될 때까지 핸드폰 좀 보더니 1시 땡 하니까 또 사수는 존나 바쁘게 일하기 시작함.

나 뻘쭘해서 회사 공식 사이트 들어가서 회사 판매하는 제품들 암기했음.

근데 중장비라 외울 게 별로 없어서 금방 끝남

눈치 보다가 전종서 사수한테 뭐 도와드릴 거 없냐고 물어보니까

원래 첫 주는 그냥 회사 분위기만 보는 거니까 편하게 있으라고 말해주심

그러더니 전화받고 갑자기 일어나는데 전략부 부장님이 일 나갈 때 김철수(내 이름) 사원도 데리고 나가라고 함

나보고 가서 배우라고.

1층 가니까 지게차 기사님 두 분 앉아계심

전종서 사수가 지게차 기사한테 나 영업팀에 새로 들어왔다고 소개함

내가 "안녕하십니까 전략부 영업팀에 새로 들어온 김철수 사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90도 머리 숙이니까

지게차 기사님이 내 얼굴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사원? 몇 살인데요? 라고 물어봄

39살이라고 하니까 전종서 대리한테 "너는 몇살이었지?" 라고 함 25살이라고 하니까

"어... 후임이 나이가 더 많네?"라고 함.

전종서 대리 아무말도 안하고 지게차 기사 노려봄

지게차 기사 얼른 나가자고 후다닥 일어남

전종서 대리는 도착한 트럭 기사보더니 차 돌려서 여기에 대라고 하고

지게차 기사한테는 9개 중장비 중에 앞에 6개 옆으로 치우고 7번째거 8번째거 트럭에 실으라고 지시함

다 싣고 사무실로 돌아옴

땡볕이라 전종서 대리랑 나랑 둘 다 땀에 젖음

내일 팔토시랑 선크림 챙겨와야겠다고 생각함


자리 앉자마자 전종서 대리는 전화받고 엑셀하고 거래프로그램 3개 열고 멀티태스킹으로 일하기 시작

와이프가 행정직 공무원인데 연말에 좀 바쁘고 평상시에는 한가해서 커피 타임도 하고 웹서핑도 하고 한다는데

전종서 대리는 진짜 1초도 안 쉼. 카톡도 할 시간 없음.

다른 부서에서 찾아오고 전화하고 메일하고 난리도 난리가 없음

회사에서 제일 바쁨

그거 보면서 저게 내 미래구나 ㅆㅂ 

이러니까 39살인 나를 뽑았구나 싶었음

도망치지 않을 인간을 찾은 거 같음


할 거 없어저 전종서 대리 모니터만 쳐다 봄

무슨 프로그램 쓰는지 무슨 일하는 건지 유심히 지켜봄

그리고 수첩에 프로그램 이름 적었음

혹시나 집에 가서 프로그램 다루는 법 유튜브 같은 걸로 공부할 수 있을까 싶어서


계속 쳐다보니까 전종서 대리가 신경 쓰였는지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다가 일 하나 알려주겠다고 하심

원래 일주일은 그냥 쉬시면 되는데 의욕적으로 보이셔서 알려준다면서

인보이스라고 송장 입력하는 거 알려줌

문제는 그걸 적는 곳이 미국 거래처 사이트라는 거

시작부터 끝까지 영어였음

전종서 대리가 내 핸드폰 번호 물어보더니 카톡 추가하고 사이트 주소 하나 보냄

아직 내가 회사 아이디가 안 만들어져서 자기 아이디로 하라며 아이디 암호 알려줌

접속하고 알려주기 시작하는데 존내 복잡함

버튼을 한 30개 누르고 입력해야 할 게 50개는 되어보임

순서도 어려운데 버튼 누르면 뭐는 글자색이 변하지 않은 것만 눌러야 하고 등등...

내 대가리로 순서 절대 못 외움

전종서 대리도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하다가 막히면 고민하지 말고 물어보라고 함


이때 한가지 묘수가 떠오름

와이프가 공무원이라 인수인계 받을 때 써먹는 방법인데

복잡한 거 배울 때 동영상 촬영하는 거임

전종서 대리한테 한 번만 더 알려달라고 하고

동영상 촬영해도 되냐고 해서 허락받고 알려주는 거 촬영함


그리고 시작하면서 막히면 동영상 다시 돌려보면서 하기 시작하니까

전종서 대리가 나를 흘끔흘끔 보다가 그런 방법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감탄함

자기는 사수 언니한테 배울 때 3일 동안 100번쯤 질문했다가 나중에는 사수 언니가 한숨 쉬었다면서

근데 나는 100번 질문할 거 100번 동영상 돌려보면서 전종서 대리한테 질문 안하고 해나갔음

인보이스 입력해야 하는 거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오후 내내 입력했는데 5분의 1밖에 못함

그러다가 6시 됨

전략부 부장님 출장가셔서 전종서 대리가 나보고 이만 퇴근하라고 함

대리님은 더 일하시냐고 물어보니까

조금만 더 하면 된다고 먼저 가라고 해서

사무실 전체 직원들한테 인사 돌리고 가야 하냐고 물어봄

그러니까 전종서 대리가 여기 그렇게 딱딱한 곳 아니니까 전략부만 인사하고 가라고 하심

그래서 얼른 퇴근함

집 가면서 와이프한테 전화 걸어서 하루 있었던 일 보고 하는데

아들이 아빠 보고 싶다고 빨리 오라고 막 소리지름

이게 행복이구나 싶었음

이제 다음 달 얼마들어올지 걱정 안해도 되는 삶이 너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