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탄


회사 출근 셋째날

오늘도 어김없이 7시에 일어나서 실내자전거 한시간 타고 샤워하고 우유에 미숫가루 타서 텀블러에 넣고 출발.

차로 10분 거리인데 유튜브로 불후의 명곡 레전드 들으면서 가니까 8시30분에 회사 주차장에 도착하고도 노래가 너무 좋아서 내리기 싫은 거야.


어치피 10분 전까지 사람들 안오니까 그냥 차에서 시트 젖히고 나만의 시간을 가짐.

근데 내 앞에 차 도착하더니 전종서 대리님 내림.

신입이 사수보다 느릴 수 없으니 후다닥 내림.

쫓아가서 인사하려는데 담배 피러 가심.

난 사원증으로 출근 찍고 사무실 도착.

미숫가루 먹어서 화장실가서 양치함.


자리 앉아서 컴퓨터 켜고

9시 안됐으니 핸드폰만 보다가

전종서 대리님 오길래 인사하고 업무 시작.


대리님은 진짜 불쌍할 정도로 바쁨.

3일째보지만 그 흔한 카톡 하나를 안함.

못 함.

할 시간이 없음.

하... 저게 내 미래라니...


나는 인보이스 입력 시작.

한참하는데 대리님이 어제 몇 개 했냐고 물어봄

12개 했다고 함.

2개요? 라고 하길래 12개라고 하니까

놀라서 처음으로 내 얼굴 빤히 쳐다봄

정면으로 두 눈이 마주친 건 아마 이때가 처음인 듯

그제랑 어제는 이야기 할 때 나 안쳐다보고 앞에 쳐다보고 말했거든


12개를 했다고요? 다시 묻길래

수첩에 어제 한 거 1401부터 3201까지한 거 체크한 거 보여줌.

그제야 믿는 눈치.

어제 진짜 1초도 안 쉬고 했거든.

식당 장사를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백종원 됐겠다 ㅋㅋ


대리님은 엑셀에 내가 한 거 체크하고

인보이스 30개 주심. 거의 이틀은 종일 해야겠더라.

단순 입력이라 지루하지만 내가 안하면 대리님이 해야하니 다시 열심히 하기 시작.


근데 진도가 잘 안나가고 멍 때림.

내가 지금 3가지 고민이 있거든.

모니터보고 멍 때리니까 대리님이 막힌 거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하고

다시 집중해서 일하기 시작.


일하는데 전략부 부장님이 전무님 못 만나봤지? 하면서

전종서 대리한테 나 데리고 가서 인사시키라고 해서

따라감. 대리님이 먼저 가서 신입 왔다고 말하고

내 어깨 잡고 끌어당겨서 인사하라고 소개시킴.

머리깊게 숙이며 전략부 영업팀에 새로 들어왔다고 인사드림.


그리고 다시 업무 시작.

부장님이 대리님한테 트럭 출장 정리서도 이제 나한테 업무 넘기라고 해서 인수인계 받음.

트럭이 물건 싣고 간 거 엑셀로 정리하는 거임.

설명들으며 노트에 잘 정리해서 1번에 알아들음.

공용 책상에 서류가 가득함.

견적보니 이틀 걸리게 생겼음.

인보이스 2일. 트럭 출장서 2일.

와... 4일간 할 일 다 정해졌네? 신난다!


전종서 대리님이야 나보다 10배는 바쁘니 이걸 누구한테 하소연하냐. 그냥 해야지.

단순 입력 업무가 지루하지만 39살 먹은 무경력 사무직 뽑아준 것에 감사하며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지루함을 꾹 참고 탕비실에서 아메리카노 3번이나 타 먹고 화장실 가서 세수도 3번하고 계속 일함.

하... 사무직도 마냥 좋은 게 아니구나

와이프는 웹툰도 보고 쇼핑도 하고 다른 부서 놀러가서 수다도 떨고 한다는데...


아무튼 일하고 있는데

부장님이 포장업체 사장님 오셨다며 나랑 전종서 대리 둘 다 회의실로 오라고 함.

나이 60 넘어보이는 분이 계셨는데

포장업체 사장님이라고 함.

컨테이너 가지고 와서 중장비 포장해서 가지고 가는 회사 사장님.

부장님이 나 소개해줘서 자리 일어나 폴더 인사.

요 근래에 폴더 인사만 30번은 한 듯.

사장님이 잘 해보자며 명함 주심.

나는 죄송하지만 명함이 아직 안나왔다고 받기만 함.

괜찮다며 스몰 토크 하는데

사장님이 전종서 대리보고 살 좀 쪄야겠다고 하심.

대리님은 찌워보려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 실패했다고 하심.

사장님읔 나를 보더니 자네는 좀 뻬야겠다며.

옆에 전종서 대리한테 그 살 좀 나눠주라고 하심.

당황해서 안 그래도 살 빼려고 매일 아침 1시간 운동하고 온다고 하니까 부장님이 나보고 성실하다며 칭찬하심.


부장님이 포장업체랑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걸 알려줌.

멀리서 컨테이너 가지고 와서 포장해야 하는데

그때 인력도 부름. 그런데 그때 중장비가 준비 안되어 있으면 업체 사장님은 멀리서 헛걸음 한 게 된 거임.

인력 부른 비용도 공중으로 날아가는 거.

그런 참사를 피하기 위해 나랑 전종서 대리는 포장업체 사장님과 자주 연락하며 재고 파악을 잘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해주심.


회의 끝나고 나와서 다시 트럭 출장서 정리.

보니까 우리 회사 트럭은 국내용이고

포장업체 컨테이너는 해외용이라는 걸 알게 됨.

업체에서 판매되는 중장비랑 부품 양을 보니까

와... 월급 밀릴 일은 없겠다 싶을 정도로 잘 팔림.

회사가 아주 돈을 쓸어 담네.

워크넷에서 재무재표보니까 쭉 우상향임.


이게 내 3가지 고민 중 하나임.

나는 영업과 영업관리 이외에도

홍보와 마케팅도 하기로 했음.

문제는 내가 홈페이지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를 잘 한다고 해도 우리 회사 제품 판매량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가 없음.

이미 국내 3곳 해외 3곳에서 주문하는 양을 공장이 못 따라가는 것도 있지만 중장비는 홍보한다고 잘 팔리기 어려움.

왜냐면 일반 공장에서 쓰기에 너무 큰 중장비임.

이 회사에 면접 보고 부장님이 견학 시켜줘서 봤는데

그냥 중장비가 아니라 초대형 중장비임.

홍보에 아무리 시간을 투자해도 판매를 늘릴 수 없음.

대기업만 쓰니까.

일반인이나 일반업체용이 아니라는 말임.

사실 난 홍보를 잘해서 판매량을 급격히 늘리고 그 공을 인정받아 내년 연봉협상에서 연봉을 늘리고 싶었거든.


아무튼... 지루한 타이핑을 하다가 12시가 됨.

밥 먹으러 가고 싶은데 전종서 대리님은 너무 바쁨.

내가 식사시간 됐다고 말해야 하나 눈치 보는데

말 걸 수 없을 정도로 바쁨.

에휴... 다른 사람들 다 빠지면 눈치채겠지 하고 나도 일이나 함.

12시 10분 되니까 벌떡 일어나더니 담배피러 가심.

담배피고 다시 와서 나 데리고 가겠지?

설마 혼자 먹으러 갔나?

오만 생각하면서 굶주린 배 잡고 있는데

전종서 대리님한테 전화옴.


??? 밥 먹게 내려오라는 건가 싶어서

전화 받으니 나보고 대각선 자리에 앉은 과장님 데리고 일층으로 내려오라고 함.

전략부 과장님인데 원래 다른 부서에 있다가 나 입사하는 날 전략부로 넘어오신 분.

말해서 같이 내려가니 전종서 대리님이 모하비 타고 차 안에서 이리 오라고 손짓함.

차로 가니까 자재구매관리 차장님이 운전석에 있고

보조석이 전종서 대리

뒤에 경영지원 과장님(여자) 이렇게 셋이 있음

전략부 과장님이 타고 나도 자연히 따라 탐.

왜 차에 타는지도 모르고 일단 타라고 하니 탐.


알고보니 이 4명은 2층의 2030크루.

회사 밖으로 밥 먹으러 가는 거.

거기에 나 끼워준 거임.

이 회사 젊은 사람 없는 줄 알았는데

전종서 대리 빼고 나머지 다 30대였음

과장님 두분 차장님 40대 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나보다 어리네....

고생을 많이들 하신 거 같음.


차타고 10분 가서 돈까스집 감.

남자들은 제육 가자는데

여자들이 돈까스 가자고 해서 결정됨

4명은 이미 친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길래

필사적으로 대화에 끼어듬

초대해줬는데 아무 말도 안하면 안될 거 같아서...

그래도 말하면 잘 받아주셨음

나 지갑 안들고 와서 계좌이체 하려는데 사주심

커피도 사주심.

산책할 시간도 없이 돌아옴.

아무래도 2층 2030크루 일원이 된 거 같음.


솔직히 밥 먹을 때 나에대해 호구조사 할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안 물어보심

그냥 주변 부동산 시세

차 값 아파트 값 그런 이야기나 함

전에 뭐하다 왔냐고 하면 요식업 분야에서 7년 있었다고 장사 7년 했다고 둘래대려고 했는데... 다행임.... 곧 들키겠지만...


오후는 또 지루한 서류 입력.

시간과 정신의 방에 들어온 느낌.

엉덩이가 쑤시고 미친듯이 지루함.

카피마시고 세수하고...

부장님이 전종서 대리보고

김철수 사원(나)한테 한 달 안에 서류 업무 다 넘기고

이제 전종서 대리는 앞으로 현장(공장) 위주로 나가라고 함.

그래서 대리님이 선적 서류 알려주는데

배 부르고 졸려서 몰래 내 다리 꼬집으며 간신히 정신 차리고 배움.


대리님 잠깐 타 부서 갔을 때

그때 눈치 안보고 핸드폰 하는 타이밍.

와이프랑 카톡하는데

내 책상 궁금하다고 해서 사진 찍어 보냈더니

와이프가 그 회사는 파티션도 없냐며 기겁함.

근데 옆자리 누구냐고

무슨 자리가 pc방 커플석처럼 되어있냐고

옆자리랑 어깨 닿겠다고 하는데

그 자리가 전종서 대리 자리임.

ㄷ자 책상 안에 우리 둘이 들어가는 구조.

업무 특성상 서로 모니터 봐야하고

상대 마우스 키보드 잡아야 해서 이렇게 만들어진 듯

말하니까 와이프가 질투함


대리님 와서 핸드폰 내려놓고 다시 업무 시작.

2시간 지났나.

좀이 쑤시고 몸 좀 움직이고 싶은데

대리님이 같이 공장 가지 않겠냐고 해서

나도 모르게 네! 하고 소리지르며 벌떡 일어남

30초만 기다리라고 자판 두드리고 있어서

다시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서 기다림.


사무실 나가니까 완전 더움

사무실은 에어컨 때문에 추웠는데

얇은 가디건 챙겨와야겠다 싶을 정도인데

밖은 여름임.

담배 한대 피고 가자고 해서

난 담배도 안피지만 따라감

흡연장에서 뻘쭘하게 서 있다가

우리회사 판매제품 몇개인지 물어봄

홈페이지보면 수십개인데

왜 서류상 품번은 300개가 넘어가는지 물어봄

옵션 붙으면 품번이 달라지는 거라고 하심


1공장부터 5공장까지 돌면서

재고 파악할 건데

공정 알려주겠다고 해서 따라다니며 배움

두리번 거리다 철판에 부딪칠 뻔 했는데

대리님이 내 손목 급하게 잡아당겨서 안 다침

나보고 여기서 정신 안차리면 크게 다친다면서 집중하라고 혼남

그러면서 본인은 나한테 설명한다고 옆보고 걷다가

지게차 후진하는데 치일 뻔 한 거 내가 허리 잡아당겨서 구해줌(손목 잡으려고 했는데 파일철로 가려져서)


공장돌아다니며 공장 책임자들 만남.

3공장 공장장님은 나이 거의 60다 되 보이는데

대리님이 나 소개하니까 나보고 앞으로 잘 좀 부탁한다며

자기 좀 예쁘게 봐달라며(토시 하나 안틀리고 정확히.이렇게 말함) 두 손으로 내 손잡고 머리 숙이심.


그게 기분이 너무 이상했음.

3공장장은 80명 용접사 대빵이야.

나 사무직 떨어지면 국비용접 6개월 다닐까도 고민했어.

내가 용접사로 여기 들어왔으면 용접 똑바로 안하냐며 뒤통수 때릴만한 분이 내게.머리 숙이며 잘 부탁한다고 하다니.

권력뽕에 찬 게 아니야.

난 진짜 나이 39먹고 식당 서빙이나 하던 루저인데

하루 아침에 관리자가 됐어.

업무상 내가 공장장에게 앞으로 지시할 일이 많을 거야.

준비됐냐 트럭에 싣게 옮겨놔라 이 정도겠지만...

아무튼 공장 다니는데 다들 대리님 소개하니 내게 와서 잘부탁한다고 인사하고 가.

기분이... 참... 이상했어....

좋은 게 아니야.... 울적했어....

난 이런 대우 받을 놈이 아닌데... 이런 생각


공장 진짜 덥더라

대리님이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심

나는 땀이 많아서

팬티까지 땀으로 젖을 정도로 더웠어

철가루 날리고 글라인더 갑자기 가니까 발로 불꽃 날아들고

다 돌고 사무실오는데

대리님이 오늘 알려준 거 많아서 정신 없을텐데

그거 다 머릿속에 집어넣는 거 불가능한 거 아니까

그냥 흐름만 익힌 것으로 치자고 하심


3일차에 이정도 진도 뺀 것도 대단한거라고

의욕 넘쳐서 거의 한달치 진도가 나간거라며

잘하고 있다고 칭찬 받음


사무실 돌아오키 기진맥진...

세수하고 커피 마셔도 탈진....

6시 되니까 기절할 거 같은데...

대리님 부장님 다들 바빠서

속으로 울면서 계속 일함

그러다가 6시40분에 대리님이 지금 하던 것만 끝내고 가라는 말에

힘내서 마무리

다른 사람들 다 일하고 있어서

대리님이 귓속말로 인사하지 말고 조용히 빨리 가라고 해서 퇴근함.


집에 오니 와이프가 치킨 맥주 준비해놔서 그거 먹고

아들 재롱잔치보고 집 정리하고

오늘 일기 쓰려다가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잤는데

또 눈이 떠져서 다시 일기쓰기 도전해서 일기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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