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가던,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요 근래 엑스칼리버, 드라큘라, 모차르트까지 김준수 배우 연기를 관람했습니다

모두 한 번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번 보게 되었죠

호불호가 확실한 사람이라 한 번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그 배우 연기는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왜 여러 번 보게 될까 고민하고 인터뷰 영상 찾아보다가 흘러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사견이고, 꽤 주절댈 것 같으니 부디 양해 바랍니다.



0. 좋은 배우의 능력


제가 본, 김준수 배우가 출연한 뮤지컬들은 꽤 리스크가 커보였습니다.

캐릭터들의 감정이 진폭이 꽤 큰데다, 자칫 잘못하면 개연성 없는 극으로 보일 여지가 다분했습니다.

이런 극들은 사건과 사건, 감정과 감정 사이에 커다란 여백이 존재하는데

그 공백은 전적으로 배우의 능력에 의지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백은 일종의 스케치북으로, 그 안에 무엇을 채워넣을지는 배우에게 달린 것이라고요.

 

좋은 배우란 여백을 없애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고 관객이 해석하고 상상하게 만들지만

나쁜 배우는 여백을 방치하고 전시할 뿐입니다.

좋은 배우는 이게 뭘까? 하고 상상하게 만든다면

나쁜 배우는 이게 뭐야? 하고 화를 내게 만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준수 배우는 좋은 배우였습니다.

매번 기분 좋은 여운을 안겨주며 극장을 떠나게 해주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 12일 공연에서 저는 여운에 젖어, 극이 끝나고서도 자리를 뜨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김준수 배우는 작품의 단점이 될 수 있는 여백을 훌륭히 채워주었습니다.

전 이번 모차르트에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김준수 배우의 강점을 확인했습니다.


1. 감정의 진폭이 큰데, 확실하다.


모차르트는 순수한 천재가 광기 어린 최후를 맞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파편적이고 개연성이 없다고까지 느껴질 스토리라 생각합니다

그 어려운 과제를 김준수 배우가 훌륭히 해내는데,

김준수 배우는 캐릭터의 상황마다의 감정을 정말 '확실하게' 표현합니다.


모차르트는 순수하고 철없이 보일 모습들부터 어머니를 잃은 슬픔, 권위와 구속에 대한 반발,

제 운명에 대한 한탄과 절망 등 정말 수많은 감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입니다

김준수 배우는 그런 모차르트의 감정을,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정확히 표현해 보여줍니다

이는 엑스칼리버에서도 느꼈던 강점인데,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해냅니다.

순수하면서도 내면에 분노를 가지고 있던 양면적 모습을 그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지요.


시각적으로는 상황마다 변해가는 그의 얼굴과 몸짓이며,

청각적으로는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며 숨결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흰 스케치북이 시시각각 분명한 색깔을 가진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았죠.


이런 다양한 감정을, 3시간 남짓의 시간에 확확 바꾸어 확실히 표현해내는 물감 같은 표현력에

저는 김준수 배우가 상당히 감성적인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제가 찾아본 인터뷰들에서는 오히려 무던하다는 인상이 들어 신기했습니다.

자기가 겪은 일들을 너무 무덤덤하게 말해서 그런 것일까요.


2. 그의 연기는 재미있다


전 재미없는 배우의 연기를 보면 집중하지 못하고 3시간 남짓을 딴 생각을 하며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김준수 배우는 관객을 확 사로잡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의 연기를 '재미있다'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넘버를 부를 때 특정 부분에 강한 악센트를 넣는 것입니다.

엑스칼리버에선 왕이 된다는 것, 드라큘라에선 프레쉬 블러드, 모차르트에서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특정 부분에 강조하며 소리치듯 내뱉는 부분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내 운명에서 '어 떻!! 게!! 그림자 잃고~ 이러는 것처럼)

이게 자칫 잘못하면 넘버에 어울리지 못하고 붕 뜨게 느껴질 수 있는데,

김준수 배우는 노래를 효과적으로 변주할 줄 아는 배우였습니다.

넘버가 심심하지 않게 흘러가고 순간 바로 귀를 사로잡으며, 캐릭터의 강한 심리도 잘 표현해냅니다.

본능적으로, 혹은 치열한 연구를 통해 관객을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죠.


그래서 김준수 배우의 연기는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확실하게 표현해내면서 그 또한 변주를 가미하니, 다회차 관람하는 재미가 있는 배우입니다.



전 뮤지컬 배우 김준수를 매우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모차르트 마지막 공연까지 별 탈 없이 마무리하시고,

어서 빨리 새로운 작품으로 만나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