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취해서 꼴은 후에 두서없이 쓰는 새벽뻘글이라 그냥 스윽 보고 지나가주라.

카트라이더가 사라지고 2달이 지났는데 솔직히 나는 인생의 절반을 카트에 갖다바쳤기에 카트가 없으면 엄청 허전하고 심심할 줄 알았다.

근데, 지금 나에게 남은 건 오직 카드립에 대한 증오뿐이다.

당연하게도 맞이했어야만 하는 섭종이겠지만 카드립이 없었더라면 굳이 문을 닫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 만큼 카드립이 누구보다 흥하길 원했지만 세상에 나온 결과물은 원작을 경험한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음에 더욱 실망했다.

때문에 프리시즌 때 라이센스만 깨고 3판 해본 뒤에 단 한 번도 카트에 손을 대지 않고 있는데, 사실 전혀 허전하지 않다.

2015년, 우리집 컴퓨터 사양에 맞는 게임을 찾던 12살의 나는 우연히 당시 인기 BJ였던 대정령의 카트라이더 영상을 보고 여기에 빠져들었다.
이미 망해버린 오래된 게임이라는 인식이 있었음에도 당시에 그 게임을 시작한 나는 돌이켜보면 그 게임에 재미도 재능도 있었다.
검은 장갑이 될 즈음 순부 쓰는 법을 배우고 초보서버에서 포디움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됐고 이후에 루키서버 가서 된통 맞았던 기억이 있다.

내 첫 대장카트는 전카박에서 뽑았던 흑기사9.

흑기사를 간신히 5강 찍고 노익 어택만 죽어라 팠던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 1분대 기록에 진입하고는 내 최애맵이 노익이 됐다.
그 이후로 기록이 계속 줄어들더니 2018년 멘티스로 49초를 찍었던 기억은 기록으로 남아있진 않지만 내 뇌리에 생생하다.

이때부터 내 실력에 자신감이 생기고 조그만 온라인 대회나 지역대회도 나갔었는데 세상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더라 ㅎ...

중학교 때 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 전에 긍정인 방송 보면서 길드전 저격하고 노익 어택 파는 게 하루 루틴이었는데 정말 게임하면서 화도 많이 냈고 재미는 있었지만 인생으로 돌이켜보면 참 영양가 없었다 ㅋㅋㅋㅋ

2019년에 카트가 확 뜨면서 학교에서 내 이름이 소문나고 피방가면 내 어깨가 으쓱해졌던 기억도 있다.

이때쯤 라이센스가 부활해서 학교 가기 전에 4시까지 밤 새서 프로라이센스 파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도 설산 물로켓일 때 땄어야했는데 이때를 놓쳐서 평생 마엠블 딱으로 남았다...

2020년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코로나로 학교를 안 가서 카러플 랭킹권에 이름도 올리고 클럽전 미친듯이 돌려서 cs 모으던 게 아직도 몸이 기억한다.

우리 클럽장 형이 클럽 레벨 안 올리고 인원수 늘려서 2.5렙 클럽이라고 놀림받던 것도 당시엔 좀 쪽팔렸는데 지금은 그저 웃기다 ㅎㅎㅎ

그렇게 게임 열심히 하다가 작년 2022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고3 시절. 공부를 위해 게임을 끊었다.

가끔 한 번씩 게임 했지만 6월 이후로는 게임하는 것마저 시간아깝고 죄책감들어 손도 대지 않았다.

그저 대학다니며 남는 시간에 카트 실컷하는 미래의 내 모습만을 상상했을 뿐이다.

하지만 수능 치기 전 마지막 주말과 수능 전날, 모든 부담을 놓고 카트를 8시간동안 했다.

정말정말 재밌더라.

머리론 '이러면 안 돼' 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다.


다행히 수능은 인서울 점수가 나왔고 어디가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학교로 들어갔다.


그리고 12월까지 난 정말 소원대로 실컷 카트만했다. 그 기사가 나기 전 까지.

섭종 기사가 떴을 땐 난 믿을 수 없었고 드리프트 프리시즌을 겪었을 땐, 드리프트를 4월 전까지 망하게하면 원작 섭종을 철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딴 건 없더라.

3월부턴 정말 게임에 정 떼려고 원작 카트마저 삭제했다. 그리고 섭종날, 친구들이랑 카트 장례식 치뤄주고 보냈다.

맥없이 "서버와의 연결이 끊겼습니다" 문장을 보는 순간 좀 허탈하더라.

그리고 인생을 바친 만큼 슬플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사실 3월에 처음 겪는 대학생활에 카트라이더라는 마음 속의 한 부분이 밀려난 것 같다.
과대도 맡고 학생회도 하고 동아리에다가 과팅 소개팅하느라 게임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지 ㅋㅋㅋ...

아무튼 내 예상과는 정말 정반대로 놀라우리만치 카트 없이도 난 참 심심하지 않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사람이 참 매정하다고 느낀다.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던 존재가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사니, 사실 이젠 남에게 모든 정을 쏟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내 가슴을 뜨겁게 했던 그 기억을 떠올리면 여전히 행복하다.
기록을 위해 10시간 넘게 어택파고 길드전하면서 cp 모으고 신차 뽑으려 10만원씩 현질하던 그 열정 덕에 공부도 1년 바짝해서 괜찮은 학교도 왔고,
남들이 겪지 못한 경험을 내 안에 항상 안고 간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다들 원작 카트는 없어도 드리프트 잘 즐기고 리그 잘 즐기고 나름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빈자리를 잘 메꾸고 있는 것 같아서 항상 보기 좋다.



두서없이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다들 재밌게 게임했던 기억 또는, 리그 보며 가슴 벅찬 기억들 가지고 가면서 행복했던 우리의 추억 잊지말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