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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방금도 유튜브에서 2d 캐릭 소환하는 법 영상을 보고왔다.

작성자 : 밍그린체

내용 : 미오짱의 겉은 부드럽지만 속은 베이스로 단련된 손을 만지작거리고 싶어서 울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다들 어디 이쁜 애 없나 찾아다니기 바쁘지만 나는 늘 말망한다. 이 세상 어딘가 진짜 미오짱이 살아 숨쉬기를,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나 말해주기를.

“난 너를 쭉 기다려왔어.”


댓글

ㅇㅇ (110.12) : 얘는 아직도 이러고 있네

ㅇㅇ (106.101) : 꾸준함은 ㅇㅈ



나는 ‘케이온’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그렇다, 당신이 아는 그거. 

09년에 방영을 시작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모두가 악기점을 들르게끔 한 그 애니메이션. 

주연 다섯명 모두 매력적이고 개성 넘치지만 내 최애는 그중에서도 ‘아키야마 미오’다. 

윤기 있는 흑발을 가진 근사한 미인. 무대에서는 출중한 실력의 왼손잡이 베이시스트지만 사실은 수줍음 가득한 부끄럼쟁이 그녀. 

난 그녀와의 연애를 (상상 연애지만) 케이온 1기 1화가 방영된 이후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라고 망상과 현실을 혼동하는건 아니다. 중요한건 여러 종교에서 말하듯 ‘믿음’이다. 

나와 미오짱의 연애는 분명히 현실에 일어난다. 예고든 예언이든 이건 명백한 사실로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알고보니 바로 옆반에 수수께끼의 미소녀 여학생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거다. 

머리는 긴 흑발에, 왼손잡이에, 베이스를 치는,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 그런 여학생이.

 (별로 맛없는)점심을 먹고, 학교 게시판에 붙은 동아리 모집 포스터가 눈에 띄어 살폈다. 

사진, 축구, 심지어 수화까지 다양한 테마의 동아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겉만 그럴싸한 빛 좋은 개살구였다. 

분명 이 중 대부분은 지금 같은 새 학년 학기 초가 지나면 활동을 정지할게 뻔하다. 

여기는 일본이 아니니까. 내 시선이 향한 곳은 밴드부 모집 포스터였다. 

그나마 이 학교에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하는 몇 안되는 동아리라 들었다.


‘베이시스트 & 드러머 대 환영!’


드러머와 베이시스트라, 리츠(케이온!에 등장하는 드러머)와 미오라면 이 문구에 흥미를 보였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찰나, 내 옆에 누군가가 섰다. 여성이었다.

키는 160 정도 되보이고, 찰랑거리는 긴 머리를 가진 여학생. (물론 검은 머리였다, 한국이니까.)

그 여학생은 밴드부 포스터를 보며 수첩에 무언가를 적은 후 내 시야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내 시선에서 사라지기까지 곁눈질 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분명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외양임에도 신경이 쓰였다. 왜? 얼굴도 제대로 못봤는데?

그렇게 몇번을 스스로에게 묻자 답이 곧잘 떠올랐다.

아까 수첩에 글씨를 적던 손, 왼손 아니었나?


“그렇게 신경쓰이는거면.” 현수는 볼펜을 딱딱거리며 말했다. 

“그때 말이라도 걸어보지 그랬냐.” 

현수는 나와 같은 중학교를 나온 친구다. 우리는 애니를 좋아했고, 서로 만화책을 빌려주는 걸 즐겼다. 

하지만 현수는 무언가에 길게 과몰입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현수의 관심사가 여자, 음악 등으로 옮겨가는 동시에 애니나 만화에 대한 흥미는 빠르게 식어갔다. 

여전히 우리는 친구지만, 우리의 감성은 판이했다. 

“나는 그런 짓 따위는 하지않아.”

 “왜?” 

나는 늘 그렇듯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난 운명을 믿으니까. 이루어질 사랑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엮이게 되어있어.” 

그래, 난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다. 정확히는 신화를 믿는다. ‘피그말리온’.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너무나 사랑한 오타쿠. 

그의 사랑에 감탄한 아프로디테 여신은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었고, 피그말리온은 그녀와 결혼해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내 성이 ‘피’인거야. 피그말리온의 의지를 잇는거지.”

“이름은? 네 이름은 그냥 민이잖아.”

뻔한 패턴이다. 이전의 나였다면 모를까, 지금은 답할 수 있다.

“민은..”

나는 양손을 뻗고 소리쳤다.

“민나 다이스키!” (*모두 좋아해!라는 뜻, 케이온 1기 마지막화에 나오는 대사.)

“…”

목소리의 볼륨이 컸던 탓인지 주변의 시선이 나와 현수에게로 쏠렸다. 현수는 부끄러워 하는 듯 했지만 난 딱히 상관없었다. 

성은 피그말리온의 ‘피’, 이름은 케이온 최고의 명대사인 ‘민나 다이스키’의 민. 그야말로 나를 위한 이름이니까.


그리고 - 말 그대로 며칠동안 아무 일이 없었다. 모퉁이에서 누군가랑 부딪혔더니 알고보니 그 애였다던가, 

시끄럽게 밤마다 소음을 내는 이웃집에 찾아갔더니 그 애였다던가 하는 전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거다. 

객관적으로 별 일은 아니긴 했다. 

난 그냥 밴드부 모집 포스터에 흥미를 보이는 흑발의 긴머리를 가진 160cm 정도로 추정되는 어쩐지 '드러머 & 베이시스트 대 모집'이라는 문구에 관심을 가지는 듯한 왼손잡이 여자애와 마주쳤을 뿐.

그럼에도 난 수수께끼의 그녀를 직접 찾아본다거나 할 생각은 결코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했다.

기회가 '찾아온다면' 반드시 잡으리라고.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현수에게 메세지가 왔다.



'네가 말한 애, 지금 밴드부에서 오디션 보는듯?' 

'긴 머리에 베이스.'

'2층 합주실'



난 뛰지 않으려 했다. 혹시 그 애의 차례를 놓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같은걸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난 분명 숨 가쁜 속도로 합주실을 향해 걸었다. 마침내 도착한 문 앞,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합주실의 문을 열었다. 

오디션을 보러 온 인파 사이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누군가가 보였다. 

흑발의 긴머리, 큰 키에 베이스를 치는 그녀. -오른손으로- 오른손? 맞다. 내 눈 앞의 그녀는 왼손잡이가 아니었다. 

애시당초 나와 마주쳤던 그 애도 아니었다. 

그 애는 160cm 정도였는데 이 쪽은 딱봐도 165는 되어보이는데다가 머리에도 묘하게 웨이브같은게 들어가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왼손잡이가 아니란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중대 사항이다.)


'뒤질래? 오른손잡이잖아.'


현수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툴툴대며 내려오던 때, 문득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만약 미오라면 저 밴드부 오디션을 봤을까?' 

그랬을리가 없다. 밴드부 오디션은 이 학교의 몇안되는 '진짜' 동아리 행사중 하나다. 

필연적으로 이목이 집중된다. 그리고 내가 아는 케이온의 미오라면 절대 그런 자리에서 공개 오디션을 볼 생각같은건 안한다.

 왜, 그래서 처음에도 경음악부로 시작하는게 아니라 원래는 문예부에 들어가려고 했었지. 그래, 문예부.


문예부?


'문예부'라는 단어가 머리에 떠오르자 그 단어는 마치 비상등처럼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놓쳐서는 안되는 신호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구석에서 성의없는 디자인의 포스터를 봤던 기억이 난다. 아마 3층이었지.

3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에서 내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운동부족이라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 3층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더 빠르게 요동쳤다. 

분명히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작은 학습실 앞에 도착했다. 

어떻게 해야할까, 노크를 해야하나? 아니면 그냥 문을 열까? 귀에 문을 붙이고 소리를 들어보는건 어떨까? 

이런 저런 시뮬레이션을 거칠수록 내 정신은 점점 평온함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어붙은 내 앞에서 문이 열렸다, 

덜컥.

내 앞에 나타난 그녀는 분명, 내가 봤던 그녀였다. 단순히 밴드부 모집 포스터 옆에서 봤다는 것만을 말하는게 아니다. 

그녀는 분명.


"문예창작부, 올해는 운영안한데."

맑은 목소리.

"아, 응."

먼저 말을 걸거라고는 생각 못했기에 어색하게 답했다. 

이성과의 대화에는 재주가 없는 편이지만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용기라던가, 운명이라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기회는 눈 앞에 있으니까.

"혹시 이름이 어떻게 돼?"


단 하나의 거짓도 보태지않고 말한다. 

그때 내 머리에는 분명 케이온의 '후와후와 타임'이 울려퍼졌다.





あぁカミサマお願い二人だけの

아- 카미사마 오네가이 후타리 다케노

아아 하느님, 부탁드려요, 우리 둘만의..


"내 이름?"


Dream Timeください

Dream Time 쿠다사이

드림 타임을 주세요.


"내 이름은 김미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