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 선배는 예전부터 틈만 나면 날 껴안으려 한다.
"아즈냥~!!"
"우왓! 이번엔 또 뭔가요, 선배..."
"헤헤... 아즈냥이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 없는걸?"
"하여튼..."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기분 나쁘진 않아.
오히려 요즘은 더 좋은 것 같기도.
분명, 예전에는...
"유이 선배! 갑자기 끌어안지 말아 주세요!"
라던가,
"끼야앗! 갑자기 뭔가요, 선배!"
등등, 내 반응이 그다지 좋진 않았던 거 같은데.
애초에 처음엔 '아즈냥' 이란 별명도 맘에 들지 않았다.
라이브를 보고 입부했더니, 한다는 게 연습은커녕 고양이 귀나 씌우고.
또 그걸 보고 잘 어울린다며 별명이나 짓고.
하여튼, 유이 선배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
...
사실, 정말로 이상한 건 내 쪽일지도 몰라.
언제부터였을까, 유이 선배의 손길이 없으면 허전함을 느끼는 내가 보였다.
그 정도면 차라리 다행일 텐데.
'아즈냥.'
'아즈냥~!'
'아~즈냥!'
달콤하다.
유이 선배가 날 '아즈냥'이라 불러줄 때마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내 몸이 꿀의 바다에 빠져버리는 듯한 이 기분.
...
솔직히, 이게 무슨 감정인지는 나도 알고 있어.
역시 인정하긴 싫어. 그렇지만...
아마도, 나는 선배를...
ㅡㅡㅡㅡㅡ
"아즈냥, 무슨 일 있어?"
"네?!"
멍때리고 있던 아즈사의 뒤에서 들려오는 유이의 목소리.
아즈사는 갑작스런 부름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어? 아즈냥, 얼굴이 빨개... 어디 아파? 괜찮아?"
유이는 조금 빨개진 아즈사의 얼굴을 보곤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 아뇨?! 완전 괜찮아요!"
"그래? 아즈냥이 아픈 게 아니라 다행이네~."
"윽..."
언제나와 같이 해맑은 유이의 목소리.
아즈사는 오늘따라 그 목소리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고,
결국 얼굴만 더 새빨개졌다.
"하, 하여튼! 빨리 연습 시작하죠!"
"응!"
아즈사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저 유이의 목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새빨개진 얼굴과 주체할 수 없는 심박.
아즈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 두근거림이 들키지 않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
.
.
"아~ 지쳤다아..."
"아직 얼마 안 했다고요? 벌써 지치시면 어떡해요?"
"으으응... 그래도 열심히 했다구 아즈냥. 칭찬해 줘~."
하며, 아즈사에게 안겨드는 유이.
"히냐앗?!"
"..? 아즈냥?"
"아, 아뇨! 아무것도 아녜요! 그것보다, 떨어져 주세요!"
"싫어~. 아즈냥은 작고 귀여워서 안으면 기분 좋단 말야."
"으우우..."
아즈사가 밀어내든 말든, 유이는 아즈사를 더 꼬옥 끌어안으며 볼을 비볐다.
"으...유이 선배..."
"왜 그래, 아즈냥?"
"...좀 답답한데요."
"에에~ 좀 더 안고 싶어."
"하아..."
한숨을 내쉬는 아즈사였지만, 결국 유이를 밀어내진 않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국 아즈사에게 유이와의 포옹은 따스하고 행복했기에.
"응? 저기 아즈냥, 아즈냥의 심장, 엄청 빨리 뛰고 있어."
"네?!"
"이제 보니 얼굴도 엄청 빨갛고..."
안타깝게도, 포옹을 즐긴 나머지 자신이 지금 무슨 꼴인진 파악하지 못했던 아즈사였다.
"아...아아아......."
"아즈냥, 역시 감기 걸린 거 아니야?"
유이는 아즈사의 머리를 짚었고, 곧 아즈사의 얼굴은 더더욱 새빨개졌다."
"조금 뜨거워... 어, 어떡해 아즈냥! 역시 감기인가 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는 아즈사는,
"ㄴ..네! 정말 감기인가 봐요!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라며, 순식간에 짐을 챙기곤 그대로 부실을 달려 빠져나왔다.
물론 감기 따윈 걸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저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해야 했다.
"아즈냥...아프면 안되는데..."
위기를 불러온 당사자는 그런 것도 모르고 도망간 아즈사를 걱정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지만.
ㅡㅡㅡㅡㅡ
"역시 이대로는 안 돼."
도망치듯 빠져나오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오늘 일로 어느 정도 확실해졌다.
이 마음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야.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해?"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
아무리 유이 선배라도, 내가 매번 그렇게 반응하면 이상하단 것쯤은 눈치채실 거야.
어쩌면 유이 선배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까지 걱정하실지도 몰라.
결국, 어떻게든 해결해야 해.
.
.
.
"좋아해요."
허공에 뱉은 혼잣말일 뿐인데, 그마저도 꽤나 큰 용기가 필요했다.
내가 정말로, 유이 선배에게 이 말을 전할 수 있을까?
내 마음이, 유이 선배에게 닿을 수 있을까?
...
어느샌가 깨달은 이 감정은, 이미 가슴 속에 가득 쌓여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쉽사리 이 마음을 전할 수 없는 이유.
"만약..."
"만약 유이 선배가 거절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한 번 거절당한다면, 적어도 이전처럼은 지낼 수 없겠지.
누구에게나 해맑게 웃어주고, 붙임성 있는 유이 선배.
그런 선배가 나에게만,
나에게만 '불편함'이란 걸 느끼게 된다면,
오직 나에게만 더 이상 웃어주지 않는다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어..."
상상만 해도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날 보고 어색한 표정을 짓는 유이 선배를 상상하기만 해도, 마음속 깊은 곳까지 갈기갈기 찢겨나간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큰 파도가, 나를 집어삼켜 심연으로 끌고 가는 기분.
그렇지만,
"해야만 하는 이유..."
유이 선배의 졸업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선배가 졸업하고 나면 지금처럼 매일 함께할 수는 없겠지.
매일 날 껴안아 주지도 못할 거야.
그렇게 되면 내가 품은 이 마음도, 언젠간 사그라들까 봐, 두려워.
"그런 건 싫어..."
사실, 정말로 두려운 것은 따로 있다.
선배가 대학에 가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겠지.
만약 유이 선배가 그 중 누군가와 먼저 사귀게 된다면,
"우읍..."
상상만 해도 헛구역질이 나와 견딜 수 없다.
고백해 보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선배를 채간다고?
그거야말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이야기다.
끔찍해.
"그러니까, 해야만 해."
선택지는 단 하나뿐.
다른 선택지란 처음부터 없었어.
"유이 선배에게 고백한다."
전해야 한다.
전해야만 한다.
설령 그 결과가 최악에 다다를지라도.
ㅡㅡㅡㅡㅡ
"아! 아즈냥! 어서 와~"
"안녕하세요, 선배."
다음 날, 아즈사는 방과 후 부실로 향했다.
마침 유이와 함께 단둘뿐인 상황.
아즈사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곤, 주먹을 꽉 쥐고 각오를 다졌다.
"유이 선배, 이따가 연습 끝나고 잠깐 시간 남으시나요?"
"응! 왜?"
"그... 둘이서만 할 얘기가 있어서요. 다른 선배들 다 돌아가시고, 잠깐 남아주실래요?"
"뭐야 뭐야, 사랑 고백?"
"네?!"
유이는 평소처럼 장난스레 한 말이었겠지만, 이번에는 정곡을 찔렀다.
"무, 무슨 소릴 하시는 건가요!"
'위험해, 설마, 설마 유이 선배가 먼저 눈치채신 거야?!'
"에헤헤, 농담이야 아즈냥."
"정말..."
아즈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이만큼 놀랄 일이 몇 번이나 있었겠는가?
"하여튼, 이따 잠깐 남아주세요."
"알았어~"
여기까지는 아즈사의 계획대로.
출발선에는 제대로 설 수 있었다.
ㅡㅡㅡㅡㅡ
연습이 끝난 뒤.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야.
나는 기타를 정리하는 유이 선배를 불렀다.
"유이 선배, 저..."
"아, 그렇지! 얘들아, 나는 좀 더 있다가 갈게! 먼저 가~"
"어, 먼저 간다—.'
"두 사람 다 내일 봐~"
.
.
.
"아즈냥, 그래서 할 말이 뭐야?"
유이 선배는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그게..."
차마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야, 고백이라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그야말로 처음 겪어보는 시련.
그렇지만, 해야 해.
"유이 선배."
"저, 2년간 선배와 함께 지내면서 깨달았어요."
"선배와 함께 있으면 행복해요."
"선배가 저에게 웃어주실 때마다, 기뻐서 견딜 수가 없어요."
"「아즈냥」이란 유치한 별명도, 선배가 불러 주시면 달콤하게만 느껴져요."
"그래서, 저..."
마음속, 용기를 쥐어짜내고,
그리고 소중한 감정을 담아.
"저, 유이 선배를 좋아해요."
.
.
.
했다.
결국, 유이 선배에게 고백해 버렸어.
유이 선배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지?
차마, 고개를 들어 선배를 바라볼 수가 없어.
"아즈냥."
"네!"
고개를 들어, 유이 선배의 얼굴을 바라본다.
"나도 아즈냥이 너무 좋아! 아즈냥은 귀엽고, 고양이 같고, 기타도 잘 치고!"
"너무너무 소중한 후배야! 아즈냥도 날 좋아해 주는구나~ 에헤헷."
응?
"나도 드디어 멋진 선배가 된 걸까나~"
유이 선배?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계신 건가요?
"다행이네~ 졸업하기 전에 아즈냥한텐 좋은 선배로 남고 싶었거든."
...
"...아니에요."
"응?"
"제 마음은, 그런 게 아니라고요!"
"제가 유이 선배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그깟 선배니, 후배니 하는 것 따위가 아니란 말이에요!"
틀렸다.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아.
무너져 내리는 마음이 멈추지 않아.
"저는 유이 선배가 너무 좋아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고백한 건데!!"
"아, 아즈냥..."
유이 선배가 나에게 조심스레 뻗은 그 손을 쳐낸다.
"에..."
이젠 정말로, 견딜 수 없어.
"그랬는데, 히끅... 어떻게 그런 식으로 넘어갈 수가 있어요? 전 정말로... 정말로 용기 내서, 유이 선배한테 마음을 전했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전부 무너져버린 마음은, 자꾸 나쁜 쪽으로만 흘러가.
"그래요. 유이 선배에게... 저는, 그냥 후배일 뿐이었던 거죠?"
"「사랑」같은 감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그냥 귀여운 후배였을 뿐이었네요."
나는 그대로, 짐을 챙기는 것도 전부 잊어버린 채 부실을 뛰쳐나왔다.
뒤에서 유이 선배가 날 불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흘러나오는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눈물에 가려져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느껴지는 것은, 내가 미친 듯이 달리고 있단 사실과, 내 울음소리 뿐.
그리고 끝끝내 날 짓이긴 절망감.
이젠 정말 끝이야.
유이 선배가 날 그저 귀여운 후배로 보는 게 싫어서,
그래서 고백했던 건데.
이젠 그런 관계조차 끝이다.
...최악이다.
처음부터 잘못됐던 걸까?
그야, 여자끼리의 사랑이라니. 내가 이상한 거잖아.
유이 선배가 날 후배 이상으로 봐주길 바랐던 시점에서, 전부 틀렸던 것일지도.
"정말로..."
"정말로, 끝이구나."
흘러넘치는 슬픔은 내 뺨을 타고, 전해지지 못한 사랑과 함께 바닥에 스며들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총 2편으로 구상하고 써본 글임니다
2편은 이번 주말 내에 써서 올릴 생각
암튼 부족한 글 봐줘서 고마워!
이거 내가 준 소재잔아.... 진짜 미식인데
배드엔딩도 보고싶군요..
빨리 다음편 크아아아악
며칠만 기다려줘!
글 잘쓰는 똑똑한 케붕아 이번거도 너무너무 잘읽었어 빨리 후편도 보고싶네
미식
이 맛에 유이아즈 빨지
잘했다 즈사야 언제나 날아갈듯 가벼운 천연계 유이에게 그 무거운 감정을 실어주렴
팩 트 는 아 즈 사 는 그 런 애 가 아 니 라 는 거 임
보통 저렇게 부정하는 애들이 으흐흐
보비기
다음편 빨리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