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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저는 히라사와 유이! 사쿠라고 경음부 3학년!

그리고, 소개할게요! 경음부 2학년 후배, 나카노 아즈사!

아즈냥은 작고 귀여운, 소중한 후배예요!

기타를 치는 모습도 귀엽고,

가끔씩 툴툴대는 모습도 귀엽고,

간식을 오물오물 먹는 모습도 귀여워요!

그래서, 그런 아즈냥이 정말 너무너무 좋아요!


그래도,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어요.

저는 3학년, 아즈냥은 2학년.

앞으로도 쭉, 아즈냥과 함께 차를 마시고, 과자도 먹고, 함께하고 싶지만...

저는 곧 졸업하고, 어쩔 수 없이 아즈냥과 떨어지게 되겠죠?

그전까지 아즈냥한테 선배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즈냥에게 멋진 선배로 남고 싶은데...







ㅡㅡㅡㅡㅡ







"선배와 함께 있으면 행복해요."

"선배가 저에게 웃어주실 때마다, 기뻐서 견딜 수가 없어요."

"저, 유이 선배를 좋아해요."


아즈냥...!

다행이다아, 아즈냥.

아즈냥도 역시 날 좋아해 주고 있었어.

나, 아즈냥에게 좋은 선배였구나!


"아즈냥, 나도 아즈냥이 너무 좋아! 아즈냥은 귀엽고, 고양이 같고, 기타도 잘 치고!"

"너무너무 소중한 후배야! 아즈냥도 날 좋아해 주는구나~ 에헤헷."

"나도 드디어 멋진 선배가 된 걸까나~"


너무 기뻐. 아즈냥 정말 좋아!

에헤헤...





"아니에요...제 마음은, 그런 게 아니라고요!"

"제가 유이 선배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그깟 선배니, 후배니 하는 것 따위가 아니란 말이에요!"


어?

아즈냥...?

어...어라? 아즈냥이 울고 있어.

어, 어떡해...


"저는 유이 선배가 너무 좋아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고백한 건데!!"


"아, 아즈냥..."


나, 나 때문에 아즈냥이 울고 있어...

아즈냥, 울지 마...



아파.

아즈냥이 내 손을 쳐냈어...

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그랬는데, 히끅... 어떻게 그런 식으로 넘어갈 수가 있어요? 전 정말로... 정말로 용기 내서, 유이 선배한테 마음을 전했는데!!"


아즈냥의 울음이 멈추지 않아.

아즈냥이 우는 건 싫어...


"그래요. 유이 선배에게... 저는, 그냥 후배일 뿐이었던 거죠?"

"「사랑」같은 감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그냥 귀여운 후배였을 뿐이었네요."


"기다려, 아즈냥!"


아즈냥이 뛰쳐나갔어, 따라가야... 따라가야 하는데...


"가지 마..."

"미안해 아즈냥, 그러니까 제발..."

"제발, 가지 마...흐윽."

"흐끅, 으아아아아아앙—!"


나,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ㅡㅡㅡㅡㅡ






그 일이 있고, 하루.

주말이라서 다행이다.

지금 상태로 유이 선배를 만나기라도 했다간...

...아니, 다음 주가 와도 달라질 건 없겠지.


곱씹어 보려 할 때마다 가슴이 찢겨나간다.

내 마음은 유이 선배에게 닿지 못했어.


내 '좋아'는 사랑이었고,

유이 선배의 '좋아'는 그저 소중한 후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


'사랑'을 더 명확하게 전했으면 달라졌을까.

평소에 조금씩 내 마음을 선배에게 흘려보냈다면 달라졌을까.


.
.
.


의미 없는 고민이다.

이미, 전부 끝나버렸는걸.

이제 와서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이 전해졌을까'를 논해봤자, 실패했단 사실은 변하지 않아.

어쩌면, 전해졌는데도 거절당했을 뿐일 지도.

차마 싫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모르는 척한, 유이 선배 나름의 배려이자, 거절의 표현이었을지도 몰라.

...아니, 유이 선배가 그렇게까지 하진 않겠지.

마음속 몰아치는 거친 폭풍에,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된다.



"흑....."


눈물은 아직도 멈추지 않는다.

내가 품었던 이 감정이 전부 흘러 내려갈 때 까지, 멈추지 않겠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해?

부실에 갈 때마다 유이 선배와 마주칠 텐데.

내가 그걸, 견딜 수 있을까.

아마도 이젠, 부실에도 갈 수 없어.

모두와 밴드를 할 수 없어.

더 이상, 이전처럼 함께할 수 없어.

그야, 난 더 이상 유이 선배를 볼 자신이 없는걸.

유이 선배도, 거절당한 후배가 다시 부활동에 나오면 불편하실 거야.

그러니까...


"싫어..."

"다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니, 그런 건 싫어!"


"그냥... 그냥 고백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애초에, 유이 선배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차마 말을 더 잇지 못했다.


"하아...."


어떻게 그 사랑을 부정할 수 있겠어.

그야, 거절당한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산산이 조각났는걸.


모르겠어, 정말로 모르겠어.


"유이 선배....흐윽.."

"보고 싶어요..."


제발, 부탁드려요.

단 한 번만이라도 좋아요.

그것이 마지막이라도, 충분하니까.


저를 향한, 선배의 환한 미소가 보고 싶어요.







띵동—


"..응?"


갑작스레 울린 초인종 소리.

딱히 올 사람도 없다.

외출하신 부모님은 아직 오시려면 한참 남았을 텐데.



"뭐 놓고 가신 거라도 있나..."


나는 현관으로 향했고,


"네..."


이윽고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눈부신 햇살.


그리고 그 빛 속에 보이는 건,


닿지 못한 내 마음을 부숴버렸고,

모든 것을 잃고 땅에 처박히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게 해준.


그럼에도, 내가 정말로,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유이, 선...배?"






ㅡㅡㅡㅡㅡ






아즈냥을 상처입혀버렸어.

나 때문에, 아즈냥이 울어버렸어.

이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아즈냥이 내가 좋다고 말해줬을 땐, 정말로 기뻤어.

내가 아즈냥에게 좋은 선배였던 거 같아서.

그런데, 그런 게 아니었어.

아즈냥의 '좋아'는, 그런 게 아니었는데.

내가 멋대로 착각해서, 그래서...


"히끅..으..."


멋진 선배가 되고 싶었는데.

그러긴커녕 아즈냥의 마음도 알아주지 못하고.

아즈냥이 말한, 나를 좋아한단 그 말은, 분명 사랑이었을 텐데.

그런 소중한 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해서 상처만 주고.


"나, 완전 나쁜 선배인가 봐..."


미안해.

미안해, 아즈냥.


"아즈냥은, 이런 나쁜 선배 따윈 미워하겠지...?"


아즈냥이 날 미워하게 되는 건 싫어.

내가 상처입혀서, 그래서, 아즈냥이 날 미워할까 봐 무서워.

더 이상 아즈냥과 함께 웃을 수 없을까 봐, 무서워.


...그리고 그것보다도,

나 때문에 아즈냥이 슬퍼하는 게, 너무 무서워.


...


"역시 이대로는 안 돼."


아즈냥이 용기를 내서 나에게 마음을 전했듯이,

이번엔, 내가 전할 차례야.


"아즈냥에게 말해야 해."


알아주지 못해서,

상처를 줘 버려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마음을.





"후—."


한 번 결의를 다지곤,

눈물에 잔뜩 젖어버린 옷을 갈아입고,

방문을 열고 나선다.


"우이~..."

"왜 그래, 언니..?"


우이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야, 어제 그렇게 울면서 들어왔으니까.

우이도 많이 놀랐을 텐데, 아무것도 묻지 않아 줬어.

항상 고마워, 우이.


"물어볼 게 있어서."

"아즈냥네 집, 어딘지 알려줘."






ㅡㅡㅡㅡㅡ






"유이, 선...배?"


순간적으로 사고가 멈췄다.

유이 선배가 우리 집에? 왜?


"아즈냥...."


왜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 계신 건가요.

마음이 산산이 부서져 땅에 떨어진 건 내 쪽인데.


그럼에도 내심 기쁜 마음에, 머릿속은 더더욱 혼란스럽다.

나, 정말로 유이 선배를 좋아했구나.

그만큼 더 가슴이 아파오지만.


"아즈냥에게, 해야 하는 말이 있어서..."


"...뭔가요."



"미안해."


이 사과는 무슨 의미일까.

내 말뜻을 오해해서 얼렁뚱땅 넘어가 버린 거?

아니면 혹시... 이번에야말로, 거절의 의미?

제발, 그것만은 아니기를.


"아즈냥의 소중한 마음을, 알아채지 못했어."

"아즈냥은, 정말로 용기 내서 전한 말이었을 텐데..."

"내가, 내가 마음대로 받아들이곤 넘어가버려서...흐윽..."

"그래서 아즈냥한테 내가...히끅!"


유이 선배는 차마 말을 더 잇지 못했고,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그 말을 끝으로 곧 울음을 터뜨렸다.


유이 선배의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질 때마다, 나 자신이 깎여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다.

이런 걸... 이런 걸 보고 싶었던 게 아닌데.


"...일단, 들어오세요."



.
.
.



"...조금 진정되셨어요?"


"응..."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이 선배는 여전히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고 있었다.


"아즈냥..."


선배는 곧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아즈냥한테 상처를 줘버린 거지...?"


"..."


부정할 수 없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란 게 어떤 건지, 똑똑히 안 순간이었으니까.


"아즈냥한테 상처를 주면 안 되는데..."

"나한테 아즈냥은 정말로, 정말로 소중해서, 그래서 상처 주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다시 유이 선배의 뺨을 타고 떨어진다.


제발...


"항상 아껴주고, 귀여워해 주고 싶었는데, 상처같은 건 하나도 주면 안 됐는데..!"

"그런데, 아즈냥이 나 때문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슬픈 표정을 지었어..."


제발 그만해 주세요.

제발, 제발 그런 표정은 짓지 말아 주세요.


"생각해 보면 나, 항상 아즈냥한테 응석만 부리고, 폐만 끼치고..."

"선배다운 모습은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하고, 그런 짓을 해버렸어."


더 못 듣겠어.

심장에 못이 박혀버린 기분.

유이 선배가 죄책감에 빠져,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그런 표정을...

도저히 더 쳐다볼 수 없어.


"나, 아즈냥한테, 정말로 나쁜 사람이었구나... 그렇지?"















"그만..."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유이 선배의 입을 틀어막았다.


"제발 그런 말은 그만해주세요...!"


유이 선배는 놀란 얼굴로 날 바라봤지만,

이내 눈물에 흐릿해져, 선배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유이 선배의 자길 미워하는 말 따윈, 듣고 싶지 않았다고요!"

"나쁜 사람이었냐고요? 폐만 끼쳤냐고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응석 따위는 얼마든지 부리셔도 돼요!"

"유이 선배와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좋아서, 두근두근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

"왜, 왜 자길 책망하는 말만 하시는 건가요?"


어느새 유이 선배를 꽉 쥐고 있던 두 손이 떨려오고,


"유이 선배는 최악이에요! 정말로, 정말로 바보예요?"


깊게 가라앉았던 감정은 목소리를 타고 나와, 그 사람에게 전해진다.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걸 보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모르시냐고요!"


그때, 그 떨리던 순간에 전해지지 않았던 마음은, 이제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 유이 선배의 그런 말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이번에야말로, 닿는다.


"제가 그만큼 유이 선배를 사랑하니까!!"



...




전부 토해낸 감정.

숨은 턱 밑까지 차오르고, 온몸이 떨려온다.

들려오는 건 내 거친 숨소리, 그리고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눈물 소리.


유이 선배.

유이 선배는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계신가요?





"..."


따뜻한 손길.


유이 선배는, 조용히 날 끌어안았다.

고작 하루 동안이었지만, 다신 느끼지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던.

또 그만큼 그리워했던 따스함.


"아즈냥."


그리웠던 달콤한 목소리.


"아즈냥의 좋아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을 땐, 아즈냥은 울고 있었어."


"..."


"그래서, 무서웠어. 아즈냥이 상처받아 버려서, 날 미워하게 될까 봐."

"이게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소중한 후배가 상처 입었다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뭔가 더 아프고, 쓰라린 기분이 들었어."

"그래서 지금... 사과하러 와서 이래도 되는진 잘 모르겠지만..."


선배의 품에 파묻혀 있던 고개를 들어, 유이 선배와 눈을 마주친다.

유이 선배에게서, 눈물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한 가지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선배의 뺨을 타고 내려오는 그 감정은, 슬픔만이 가득 차 있는 건 아니라는 것.


"나, 아즈냥이 사랑한다고 말해줬을 때, 너무 기뻤어."


그토록 보고 싶었던 환한 미소.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던, 그 사랑스러운 미소.

드디어, 드디어 닿았구나.

안도감에 힘이 조금 풀린다.


"나 지금, 엄청 기쁘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 그리고 두근두근거려."

"내 심장 소리, 들려..?"


이 고동은 내 것뿐만이 아니었구나.

나와, 내 사랑하는 선배의 고동 소리.

그 고동만으로도, 유이 선배의 행복한 마음이 나에게 전해져 온다.


"이 두근거림이, 아즈냥이 느낀... 사랑이란 걸까?"


얼굴이 새빨개질 것만 같아.

그럼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선배를 똑바로 바라보며.


"유이 선배."


작게 속삭인다.


"좋아해요."


달콤함에 몸이 떠오를 것만 같다.

왜냐하면, 이 말이 전해질 거라고 알고 있으니까.

유이 선배에게 전해져, 다시 나에게 돌아올 거라 믿으니까.


"나도 아즈냥을, 정말로, 정말로 좋아해."


선배의 따뜻한 손이, 내 뺨을 조용히, 그리고 부드럽게 감싸 쥔다.

서로가 하나가 되어 만나며, 곧 사랑으로 우리는 이어진다.



앞으로 분명 많은 일들이 있겠지.

이번처럼 서로가 상처받는 일이 더 많이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분명 괜찮아.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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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완성!
솔직히 처음엔 하던 대로 단편으로 마무리하려 했는데, 쓰다보니까 너무 길어져서 2편으로 나눴어
1인칭 시점도 도전해 봤고, 이렇게까지 길어진 글도 처음이고...
여러모로 응원해준 케붕이들 덕분이야
암튼 끝까지 읽어줘서 진짜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