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학교 교무실, 유이의 책상엔 어제 받은 전단지가 그대로 있었다. 유이는 그 전단지를 무언가에 홀린 듯 내내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가는게 맞을까...” 그 말을 입에 달면서 몇 번이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한숨을 쉬었다. 그때, 수업을 끝낸 사와코가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유이는 사와코가 들어온지도 모르는 듯 했다. 

“유이 뭘 그렇게 봐?” 사와코는 유이 옆으로 다가가 유이의 전단지를 보며 말했다.

유이는 그제서야 사와코의 존재를 알아차리고는 놀라 의자에서 넘어졌다.

“사와코 선생님?! 언제부터...” 

“이런건 옛날이랑 똑같네.” 사와코는 그런 유이를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넌 무언가에 집중하면 다른건 아무것도 안보이고 안들렸잖아.”

“죄송해요. 무언가 생각할게 있어서.” 유이는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보러가.” 사와코는 유이의 생각을 간파한 듯 말했다. 얼굴엔 옅은 미소가 있었다.

유이는 다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유이. 언제까지고 피할 수는 없는 일이야. 니 마음의 상처만 더 커질 뿐이라고. 그 애들은 널 원하고 있어. 널 포기하지 않았고, 널 보려고 지금도 기다리고 있어. 넌 이제 거기에 응할 시간이 된거야.”

 유이는 아무 말없이 그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사와코는 이어 말했다.

“걱정하지마. 너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든간에 그 애들은 널 있는 그대로 안아줄테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유이가 말했다.

“그럼 뭐가 문제인건데?” 사와코는 유이의 말에 반박하듯 유이를 진지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면 도대체 뭐 때문에 도망치는거야?”

유이는 잠시 침묵한 다음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뒤를 돌아보기 무서워요. 이제 너무 멀리 와버렸으니까...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꼬여버렸으니까...” 유이는 거기서 진정하며 침을 한번 삼킨 후 이어말했다.

“실이 엉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풀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계속해서 든다고요. 절벽에 낭떠러지 앞에 서서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것 같이 느껴져요.” 유이는 고개를 숙이고는 그렇게 말했다. 유이의 말이 끝나자 교무실엔 아주 조용한 침묵만이 돌았다.

사와코는 그런 유이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하다 말을 꺼냈다.

“낭떠러지 앞에서 나아가봤자 어차피 떨어질 뿐이잖아. 가끔은 뒤로 돌아가는게 방법이 될 때도 있는거야.” 사와코는 그렇게 말하며 유이에게 웃어보였다.

“애들을 만나. 이제 음악을 안해도, 그 애들은 널 있는 그대로 받아줄 테니까.”

유이는 그 말을 듣고는 진정된 듯 사와코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아 그리고 말인데, 경음부 애들이 너랑 친해지고싶은거 같아. 매번 혼내지만 말고 가서 말 좀 걸어줘.” 사와코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생각난 듯 말했다.

“저랑요? 왜 굳이... 설마 사와코 쌤 걔네들한테 옛날이야기 했어요?” 유이는 사와코에게 짜증내듯 물었다.

“아니 설마? 하고싶어 죽을지경이긴 하지만 하진않아. 아마 창고에 있던 카세트테이프를 들은거 같아. 니가 졸업 전 연주했던 그 테이프 말이야.”

유이는 말없이 책상에 있던 서류를 정리했다. 마치 그 말을 딱히 반가워하지 않는 듯 보였다.

사와코는 그런 유이를 보며 미소지었다.


시간은 6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교무실엔 여전히 희미하지만 분명한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어설픈 기타, 박자가 살짝 빠른 드럼, 들릴 듯 말듯 한 베이스소리, 모든게 어설픈 밴드음악이었다.

유이는 그 소리를 듣고는 컴퓨터로 일을 하다 말고는 교무실을 나와서 계단을 올라갔다. 끝 층인 음악실에 도착하고 문을 열려는 순간, 희미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유이쌤은 어떤 분이실까?"

유이는 그 말을 듣고는 의아하다는 듯 문에 귀를 갖다댔다.

"무서우신 분이신거 같아."

"그치만 노래 엄청 잘하시더라." 

경음부 애들의 목소리였다. 유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중이다. 유이는 그 소리를 자신도 모르게 집중해서 듣고있었다.

경음부 애들은 유이가 듣고있는지도 모른 채 계속 유이 이야기를 해댔다.

"친해지고 싶어."

"하지만 엄청 차가우신 분같아. 난 무서워."

"유이쌤이 부르는 노래 들어보고싶어. 천사를 만났어? 그 노래 엄청 좋더라."

"난 푹신푹신 타임!"

유이는 그 말을 듣고선 움찔했다. 얼굴에서 뭐가 흐르고 있었다. 눈물이었다. 왜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기쁘지도 않았고, 슬프지도 않았다. 오히려 알 수 없는 감정만이 유이의 가슴속에 계속 멤돌았다.

그저 계속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눈물이 나는걸 인지한 유이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짓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과거의 순간이 머릿속에 어렴풋이 아름거렸다. 그때의 티타임, 그때의 연주들이 계속해서 유이의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려고 발버둥쳤다.

"나 잠깐 반 좀 갖다올게!" 그때, 문 너머에서 한 경음부 학생의 소리가 들렸다. 유이는 그 말을 듣고는 손등으로 급하게 눈물을 닦고 문에서 얼굴을 치웠다. 급하게 교무실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결국 문을 연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헉! 유이쌔..선생님...저희 안그래도 지금 막 가려고..." 그 애는 겁을 먹은 듯 유이에게 설명했다.

유이는 그 애를 보며 미소지었다. 그때 이후로 처음 보는 자연스럽고 평온한 미소였다.

"괜찮아. 더 있다가도 돼." 

유이는 그렇게 말하고선 계단을 내려갔다.

눈물이 터져나왔다. 긍정의 눈물이다. 희망의 눈물이다. 암흑 속에서 출구를 찾은 듯 빛이 들어오는것 같았다. 유이는 아무도 없는 복도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이제부터 제목에 걸맞는 이야기가 되가는것 같아

유이가 너무 고지식한것 같긴 하지만 그건 국어선생이라서 그런거야(?) 

곧 과거이야기를 다뤄볼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