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비밀연애에 도전한 이야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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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 선배, 잘 들어가셨나요?'
씻고 나와선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다.
조금 전까지의 그 순간들이 뇌리에 박혀 빠져나가질 않는다.
들뜨고 설렌 마음에, 아직도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는 것만 같아.
삐롱—
'응! 잘 들어갔어~ 걱정해 줘서 고마워 아즈냥! 정말 좋아!
내일 학교에서 보자.'
금방 답신이 날아왔다.
선배의 글을 읽곤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 지었다.
유이 선배도 나처럼 아직 두근거리는 마음일까?
내일도, 학교에 가면 유이 선배를 볼 수 있겠지.
방과후엔 부실에서 함께...
어라? 부실에서...
부실에는 미오 선배, 리츠 선배, 무기 선배도 계시지.
그럼, 유이 선배랑 '연인처럼' 있는 건 힘들지 않나?
"으음..."
오늘 했던 것처럼 부실에서 선배와 꽁냥거리면, 분명 다른 선배들도 알게 되시겠지.
그러면 결국 유이 선배와의 관계를 고백하게 될텐데...
"역시 그건 좀..."
영 내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부끄럽기 때문에.
선배들 앞에서 '우린 사귀는 사이예요!' 라고 말한다니, 상상만 해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그렇다면 역시 비밀로 하는 수밖에 없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굳이 선배들 앞에서 그런 말 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러려면 우선 유이 선배부터 단속해야겠지.
가만히 냅두면 온 동네에 자랑하고 다니실지도 몰라.
...아니, 분명히 그러실 거야.
으으... 상상만 해도...
"....."
'유이 선배, 내일 둘이서만 할 얘기가 있어요. 방과 후, 부실에 가기 전에 잠깐 시간 내주실래요?'
송신.
ㅡㅡㅡㅡㅡ
다음 날.
"좋아, 주변엔 아무도 없고..."
"왜 그래, 아즈냥?"
"흠흠. 저기, 우리 연인이잖아요?"
"응! 그렇지~ 에헤헤."
말 한마디에 신난 강아지처럼 달려들어 볼을 비비는 선배.
유이 선배의 볼, 말랑해서 기분 좋...
이게 아니라!
"크흠! 아무튼, 저희 사이는 다른 사람들한텐 비밀로 하고 싶어서요."
"왜? 모두 축하해줄 거야, 분명."
"...혹시 우이한테 이미 말했어요?"
"응! 그저께 돌아가서 바로 자랑했어! 우이도 축하해주더라~"
"하아..."
예상은 했지만, 역시...
어쩐지 오늘따라 날 보면서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싶었어.
적어도 쥰에게까진 얘기가 안 흘러 들어가길.
"선배들한텐 아직 얘기 안 하셨죠?"
"응. 아직 안 했어. 왜 그래?"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선배들한텐 비밀로 하고 싶어요. 밴드 내 연애는 금물이라고 하니까, 리츠 선배나 미오 선배가 반대하실 수도 있고..."
"에?! 연애, 안되는 거야?"
아차, 실수했다.
유이 선배가 놀란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아뇨아뇨, 아마 괜찮을 거예요!"
"다행이다아—"
"아무튼, 선배들이 알게 되시면 괜히 신경 쓰실지도 모르고요... 그러니까... 곧 수험이시기도 하고... 그리고..."
내가 생각해도 횡설수설하게 말을 늘어놓는다.
"흐음..."
유이 선배는 잠깐 듣고 계시더니, 곧 내 눈을 골똘히 바라보신다.
"뭐, 뭔가요?"
"아즈냥, 그냥 부끄러워서 그런 거 아냐?"
"히냐앗?!"
뭐, 뭐야. 독심술?
도대체 어떻게 알아채신 거지?!
"그야, 부끄럽다고 얼굴에 다 쓰여 있는걸~"
그 정도로 티 났나...?
어찌 됐든 사실이라 부정할 수 없긴 하지만...
"네... 맞아요."
"아즈냥, 솔직한 것도 귀여워~!"
"으윽... 그, 애인끼리는 서로 솔직한 게 좋다고 어디선가 들어서..."
거기까지 들은 유이 선배는 나를 꼭 끌어안곤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그, 그만해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밖인데..."
"아즈냥은 부끄럼쟁이구나~"
다행이도, 여전히 주변에 보는 눈은 없는 거 같다.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것보다, 어떻게 유이 선배를 설득한담... 아.
"유이 선배, 비밀 연애하죠, 비밀 연애."
"비밀 연애?"
"네. 저와, 유이 선배 둘만의 비밀 연애."
"우와아아아..."
유이 선배의 눈이 반짝거린다. 아마 둘만의 비밀이란 키워드가 선배의 관심을 끈 것이겠지.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갈 걸 그랬나.
"굉장해! 하자, 아즈냥! 비밀 연애!"
선배는 내 두 손을 잡곤, 아주 들뜬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아무튼 이걸로 선배들에겐 안 들키겠지.
ㅡㅡㅡㅡㅡ
방과 후, 부실.
유이 선배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본 사람은 없으니... 말 그대로 평상시랑 똑같은 상태.
좋아. 이대로만 가면 분명 괜찮을 거야.
...그렇다고 연습 안 하는 것까지 평소대로일 필욘 없지만.
"음~ 이 케이크 맛있어! 아즈냥도 먹어봐~"
유이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케이크를 살짝 떠서 나에게 내밀었다.
"아~"
"아—"
그리고 나는 그대로 케이크를 받아먹었다.
확실히 달달한 느낌이, 유이 선배의 취향에 딱 맞을 맛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내가 먼저 먹여줬을 때 유이 선배의 반응, 엄청났지.
오늘도 어제랑 같을지 궁금한데... 한번 해볼까.
아니아니! 선배들 앞에서 그랬다간 분명 들킬 거라고.
이상한 생각은 그만두고, 차나 한 모금 마시자... 어라?
고개를 들자 맨 처음 보인 건 헤실헤실 웃는 유이 선배.
그리고 다음으로 보인 것은...
"무기 선배?"
무기 선배는 뺨이 조금 붉어진 채로, 나와 유이 선배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번갈아 봤다.
"무기 선배? 왜 그러세요?"
분명 전에도 저러실 때가 몇 번 있었던 거 같기도 한데.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
"그냥, 유이 쨩이랑 아즈사 쨩, 마치 연인 같아서."
"네에엣?!"
뭐, 뭐야..? 벌써 들킨 거야?
뭔가 이상한 행동이라도 했나?
아, 그러고 보니 유이 선배가 먹여주실 때 원래였으면 한 번은 튕겼을 텐데.
그런데 이번엔 저항 없이 바로 받아먹었고..?
설마, 고작 그거 때문에 무기 선배한테 들켜버린 거야?
시, 실수했다!
"무, 무, 무슨 말씀이세요, 무기 선배!"
아니, 진정하자.
아직 한 번 실수했을 뿐이야.
아무리 무기 선배라 할지라도 아직 확신하진 않으셨을 거야.
분명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겠지.
"크흠!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쵸, 유이 선배?"
"...에헤헤헷~"
뭘 싱글벙글 웃고 계신 건가요, 유이 선배!
이래서야 사귄다고 광고하는 거나 다름없잖아!
'째릿—'
"아."
내가 유이 선배를 째려보자, 선배는 곧 정신을 차리시곤 수습에 나섰다.
"그..렇지! 그럴 리가 없잖아, 무기쨩? 사귄다니. 여자끼리인걸?"
문제는 당황한 게 눈에 보일 정도라는 점. 유이 선배, 부디...
"헤에—"
리츠 선배가 재밌다는 듯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유이랑 아즈사, 오늘따라 사이 좋아 보인다 싶더니..."
"리츠 선배까지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이 흐름, 좋지 않아! 부디, 미오 선배만큼은...
고개를 조금 돌려 보니, 미오 선배는 조금 빨개진 얼굴.
그리곤 곧,
'빠악—!'
"둘한테 실례잖아, 리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으으... 시작한 건 무기인데 왜 나만?"
휴, 다행이다... 역시 미오 선배. 믿음을 저버리시지 않았어.
아무튼, 이제부턴 정말로 정신 바짝 차려야지. 또 이러면 들킬지도 몰라.
유이 선배와 잠시 시선을 주고받고, 함께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ㅡㅡㅡㅡㅡ
"시간도 늦었고,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네, 수고하셨어요."
"수고했어~"
다행히도 그 이후론 별일 없었고, 연습까지 무사히 마쳤다.
"아즈냥, 잠깐 이리 와봐~"
"왜 그러세요, 선배?"
짐을 챙기고 나가려던 참에, 유이 선배가 뒤에서 날 불렀다.
"유이, 우리 먼저 간다?"
"응! 내일 보자 릿쨩!"
"그럼 내일 봐."
"내일 보자, 유이 쨩."
선배들이 먼저 가시고, 유이 선배와 단둘이 남게 되었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는 건가?
"그래서, 무슨 일인가요 선배?"
"응! 실은 말이지~"
그렇게 말하시며 유이 선배는 내 손을 잡고, 곧 구석으로 날 데려갔다.
"대체 뭔가요..."
머릿속이 의문으로 찬 그때, 유이 선배는 부드럽게 나를 끌어안으셨다.
"에헤헤~ 오늘 아즈냥 성분이 부족했단 말이야."
"난 또 뭐라고..."
분명 방과 후에도 끌어안으셨으면서.
아, 혹시 사귀는 게 들킬까 봐 부실에선 내내 자제하신 건가?
"네, 네. 잘 참으셨어요."
"그렇지? 아즈냥을 맘껏 껴안을 수 없어서 슬펐다구."
"정말..."
유이 선배의 등을 살짝 토닥여 준다.
귓가에선 선배의 달콤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보는 사람까지 행복해지게 만드는 미소를 짓고 계시겠지.
"오늘 아즈냥은 다정하네."
"오늘만, 특별히에요."
그렇게 말하자 유이 선배는 나를 더 꽉 끌어안으셨다.
순간 선배의 온기와 포근함에 몸을 맡기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지만, 너무 꽉 끌어안으신 나머지 숨이 조금 막혔다.
"선배, 너무 세게 끌어안으시는 게..."
"아,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선배는 곧 풀 죽은 강아지처럼 시무룩해지셨다.
조금... 가여우니까.
"살살 안아주시는 거라면, 괜찮으니까요..."
"아즈냥...!"
유이 선배는 활짝 웃으시며 다시 날 끌어안았다.
역시, 이 정도가 딱 좋다.
"에헤헤~ 역시 아즈냥은 작고 귀엽고, 부드러워서 끌어안았을 때 제일 기분 좋아."
"제일 기분 좋다는 건..."
"응! 다른 사람보다 아즈냥이 제일 느낌이 좋아~"
유이 선배 나름의 칭찬이겠지만 무언가 따끔따끔한 기분이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하나.
...그냥, 솔직하게 얘기할까.
"유이 선배."
"왜 그래, 아즈냥?"
"...저 말고 다른 사람은 껴안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응?"
"그야, 유이 선배의 사귀는 건 저니까. 그러니까... 선배가 다른 사람을 안으시는 건 싫어요."
"아즈냥..."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니까.
"그럼, 아즈냥만 껴안아 주길 원하는 거지?"
그렇다고 그걸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아니, 사실이긴 하지만...
"네..."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으으... 역시 엄청 부끄러워.
"아즈냥, 질투하는구나?"
"네?!"
"정말, 귀엽다니까~ 그렇구나, 질투구나 아즈냥~!"
선배는 나를 또다시 꽉 끌어안으셨다.
"으으..."
분명 어떻게 보면 질투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것보다, 이번에도 너무 세게 안으셨어. 답답해.
"유이 선ㅂ..."
"아즈냥."
선배에게 그만 풀어달라고 말하려던 찰나, 내 말은 유이 선배의 목소리에 가로막혔다.
"키스해도 돼?"
"...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선배의 입에서 나왔다.
그것도 귓가에서 바로 울려 퍼지니,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아.
"아즈냥이랑, 또 츄—하고 싶어."
"이, 이렇게 갑자기요?! 게다가 여기, 부실이잖아요!"
"응. 그런데?"
"그야, 다른 사람이 볼지도 모르는데..!"
"다들 먼저 갔잖아. 분명 괜찮을 거야."
물론 여기는 부실 안. 그 안에 있는 건 우리 둘뿐.
모두가 하교하는 이 시간에 부실로 올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부실에서 하는 건 좀..."
부실은 매일같이 선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소.
그런 장소에서 키스라니, 조금 배덕감이 든다.
"안 돼...?"
"으윽..."
간절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유이 선배.
솔직히 나 역시 키스는 싫지 않고, 무엇보다 선배의 저 눈빛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
"...이번만이에요."
"헤헤... 좋아해, 아즈냥."
거기까지 말씀하시곤, 곧 나와 선배의 입술이 포개어졌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그럼에도 유이 선배의 입술은, 항상 무엇보다도 부드러웠다.
선배의 손이 나를 감싸곤, 서로의 혀가 얽혀진다.
그 부드러움과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아.
"하아..."
들리는 것은 선배와 나의 거칠어진 숨소리, 그리고 서로가 만나 이어지는 소리.
점점 숨이 가빠오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입안에서 설탕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이 감각을, 계속 느끼고 싶어.
"푸하!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실제로는 그리 길지 않았겠지만, 영원 같았던 이어짐은 그렇게 숨이 터져 나오며 끝났다.
"후우... 아즈냥..."
유이 선배는 다시 나에게 다가왔고,
"...사랑해."
그렇게 내 귓가에 속삭였다.
"읏...!"
지금 그런 말을 해버리면...
"...치사하다고요, 선배."
부실에서 이런 짓을 했다는 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겠지.
그래도 앞으로 더 신경 쓸 테니까.
선배와 부실에서 키스하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
그러니까 계속, 계속 비밀로 하면...
...분명, 괜찮겠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기왕 장편으로 하기로 한거 제목 통일하고 본문에 부제 쓰기로 했어
그래서 (1)인데 실질적으론 4편이 되어버리는 사소한 찐빠가 발생하긴 했지만 아무튼 봐줘서 고마워!
홍차랑 바움쿠헨만 주고 가둬서 소설만 쓰게해야함 ㄹㅇㄹㅇㄹㅇㄹㅇㄹㅇ 미쳤다
아즈냥 질투나네
너무맛있다더주세요
후우 질투 아즈사... 그렇게 튕기더니 사귀고나서는 바로 독점욕 튀어나오는게 ㅗㅜㅑ
우이가 지었다는 그 미묘한 표정이 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