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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갤 주제와 관련 없는 지루하고 현학적인 썰을 주저리주저리 푸는 것에 대하여 먼저 양해 구합니다.
어디가서 자랑할 곳도 마땅히 없기에 제 안식처인 케갤에 자랑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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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조혈모세포 기증이란, 혈액암 환자들의 치료 방법중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건강한 사람의 체내에서 피를 만드는 세포인 조혈모세포를 뽑아내서 혈액암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죠.
환자의 조혈모세포는 방사선으로 다 죽여버린 다음에 건강한 조혈모 세포를 받으면, 그 조혈모 세포가 건강한 새 피를 만들어주는 원리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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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골수이식으로도 불렀는데 그때는 전신마취를 하고 골반에서 직접 뽑아냈다면, 지금은 그냥 조혈모세포 자체를 혈액으로 나오게 유도하여 피를 뽑고 그것만 걸러내는 방식으로 일반 헌혈과 유사하게 진행됩니다.
단 순수 채집 시간이 4~5시간정도 걸린다는것 빼고요.

어쨌든 이런 드물다면 드문 경험을 기증 순서와 함께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기증"이다보니 기증자와 피기증자는 서로가 누군질 모릅니다.
만약 서로 알게되면 모종의 현금거래가 생길 수도 있고, 협박 등의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몰라서 법적으로 금지되어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런 후기도 기증에 관한 자세한 날짜들은 유추되지 않도록 감추고 올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읍니다.
피기증자분이 기증자가 누군지 궁금해서 날짜로 유추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저도 피기증자분에 대한 정보는 성인 남성이라는 것밖에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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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번 글에선 기증했던 정확한 날짜랑 병원 이름을 감추고 써보고자 합니다.
협회에서도 병원 이름이랑 날짜는 가려달라고 했어요.



1. 협회로부터의 연락

그냥 어찌저찌 살아가던 날에 부재중 전화 한통과 카톡이 하나 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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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을 종종 하는데, 작년에 헌혈의집에 갔더니 혹시 조혈모세포 기증을 아시느냐, 등록은 했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대충 설명을 듣고 기증 서약을 했읍니다.

근데 워낙 유전자형이 일치하기가 힘들어서 10년 넘게 지나도 연락이 안온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세상에 저는 무슨 1년정도밖에 안지났는데 연락이 오더군요.


어차피 기증 의사는 있었기때문에 바로 전화해서 구체적인 일정을 물어봤더니, 유전자 정밀검사를 해야한다고 하더군요.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은 보통 헌혈할 때 추가로 소량을 더 채혈해서 유전자정보를 등록하게 되는데, 이 유전자는 8개 항목중에서 4개만 검사해서 등록한다고 합니다. 전부 등록하기엔 검사비용이 비싸다고 하네요.
그래서 환자와 그 절반이 일치하는 사람들에게 전부 연락을 돌리고 정밀검사를 한 뒤, 그중에서 가장 적합한 사람이 기증을 하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쉽지않



2. 유전자 정밀검사

따라서 저도 조혈모협회에서 택배로 보내준 검사키트를 들고 지정해준 병원으로 가서 채혈을 했읍니다.
결제는 미리 배정된 코디네이터님이 해두신 상태였고, 이동비는 나중에 지급해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들고 가서 대충 채혈하고 왔읍니다.

접수


사실상 그 유전자가 타인과 완전히 일치할 확률은 2만분의 1정도라고 하더군요.
심지어 우리나라는 조혈모 기증을 등록한 사람이 30만명으로, 국내 총 인구수의 약 0.5%정도 되는데 그 안에서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야하니 정말 기적같은 확률을 뚫어야 완전 일치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2주 뒤에 결과가 나왔는데, 100% 완전 일치가 떴읍니다;;

저요


그래서 운명이다 하고 기증의사를 밝혔는데,
가족들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했읍니다.

왜냐하면, 기증 직전에 갑자기 가족들이 들이닥쳐서 기증을 절대 반대하고 억지로 끌고간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기증자분들은 기증 2주정도 전부터 앞서 말했듯이 방사선을 이용해 온몸의 조혈모세포를 다 죽여버리는 전처리를 받기 때문에, 직전까지 가서 기증이 무산되면 환자는 100% 죽기에, 가족들에게 꼭 동의를 받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부모님께 연락 드렸는데, 동의는 하셨지만 왜 굳이 제가 그런 일을 하냐고 탐탁치는 않아하셨읍니다.

그래도 일단 동의는 받았으니 연락을 했고,
그 뒤에 피기증자분의 몸 상태에 따라서 일정을 잡게 됩니다. 이게 원래 바로바로 잡히지는 않고 피기증자분이 독한 전처리를 받을 몸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더군요.
이 과정에서 몇 달이 밀리기도 하고, 더 안타까운 경우로는 환자의 상태가 심하게 악화돼서 결국 돌아가시고 기증이 무산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고, 며칠 지난 뒤 피기증자 측에서 빠르게 기증 요청을 하셔서 건강검진 일정을 잡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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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건강검진

건강검진을 진행할 때에는 실제로 기증을 하게 되는 병원에 가서 해야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방 촌놈인 저는 갑작스럽게 상경을 하게 되었읍죠.

이 과정에서 드는 교통비도 당연히 피기증자측에서 부담하게 됩니다.
사실 모든 과정에서 제가 부담하는 돈은 없지만, 이동같은 경우에는 제가 먼저 결제를 한 뒤에 나중에 일괄 정산해서 입금되는 방식입니다.

어쨌든 일정을 잡고 시간을 내서 건강검진을 다녀왔읍니다.

이 과정에서도 배정된 코디네이터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따라다니면서 안내해주십니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엑스레이, 심전도검사 등등을 했고 총 2시간정도 걸렸네요.
아무래도 피에 관한걸 기증하다보니 혈액검사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했읍니다. 거의 채집통 10개정도를 채혈해서 조금 놀랐네요.

심지어 다 끝나고 영수증을 슬쩍 봤는데, 100만원이 넘게 나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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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용도 당연히 피기증자측 부담이라 코디네이터님이 결제를 대신 해주시게 됩니다.

이것도 1~2주정도 지나면 결과가 나오는데, 저는 특별한 결격사유 없이 기증에 적합하다고 나왔읍니다.
그렇게 건강하게 살진 않은 것 같은데 운이 좋았네요.

최고


그리고 이 검진 뒤로는 자극적이거나 고지방 음식들이 일절 금지됩니다. 물론 음주 흡연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술도 1년에 명절날 한두번 마실까말까 하고 담배는 입에 물어본 적도 없어서 상관 없었지만, 클린하게 차려먹는기 조금 귀찮긴 했네요.
그래도 튀김같은거 일정기간 끊으니 살이 좀 빠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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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촉진제 투여

건강검진까지 무사히 마치면 기증일 5일 전부터 3일간 그라신이라는 촉진제를 투여받게 됩니다.

대충 골반쪽에 주로 모여있는 조혈모세포들을 혈액으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주사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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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퀵으로 배달이 옵니다.
타이레놀도 같이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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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뼈에 스팀팩을 꽂아서 강제로 이런저런 수치들을 펌핑시키는거나 다름없어서 골반쪽인 요통, 그리고 큰 뼈 주위들에 통증이 많이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근데 사실 전 이때 아프면 얼마나 아프길래 타이레놀까지 주는가 하며 우습게 보고 있었는데, 제 큰 오산이었읍니다,,,



우선 협회측에서 미리 협조를 구한 병원에서 주사를 투여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드는 병원비는 제가 미리 결제해뒀다가 나중에 영수증을 제출하면 이동비와 함께 일괄 정산되어 지급됩니다.
전 주말을 끼고 투여받아서 응급실 비용도 더 들었네요.

첫번째 투여때에는 일단 주사가 생각보다 아팠지만, 그렇게 큰 통증은 없었읍니다. 저녁쯤 되니 허리가 조금 뻐근한 정도?
그래서 이때까진 제가 부작용이 적은 케이스인줄 알았죠.

두번째 투여때에는 주사 자체가 더 아프게 느껴졌고, 맞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나자 몸에 열이 오르면서 목 뒤 경추부터 척추를 타고 골반뼈까지 징징 울리기 시작하더군요.
상당히 아팠읍니다.
구토감도 조금 들었고요
그래서 이날부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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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투여때에는 간호사분이 주사를 좀 잘못놓으셨는지 반창고를 떼니 피가 살짝 많이 나있었고, 마찬가지로 통증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읍니다.
타이레놀을 먹어야 그나마 좀 잡히더군요.
뼈가 울린다는 느낌을 강제로 받았읍니다.

그 외에도 미약한 두통, 근육통, 구토감 등이 있어서 그냥 걸을 때에도 거슬렸읍니다.

사실상 이 촉진제를 투여하는 기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네요.


그렇게 다 맞고 나면 이제 다시 서울쪽 대학병원으로 입원을 하러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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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입원 첫째날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로 올라가니, 코디네이터님이 먼저 와서 입원 절차를 밟고 계시더군요.
입원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이 되는데, 보통 피기증자측에서 1인실을 준비해준다고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1인실을 배정받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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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랑 병원명이 나온 부분은 가렸읍니다.)
살면서 입원을 해본적이 없는데 첫 입원을 이렇게 1인실에서 다 해보네요.
대충 여쭤보니 1박에 몇십만원 한다는데, 경제적으로 참 부담이 많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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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코디네이터님이 간식이랑 음료들도 준비를 해주십니다.
빵도 있었는데 제가 하나 먹느라 꺼내둔 상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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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날의 일정은
제 중심정맥관에 카테터를 삽입하는 것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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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목쪽 두꺼운 혈관 안에 카테터를 삽입해서 피를 뽑는거라고 하는데,
팔쪽 혈관이 튼튼하신 분들이면 그냥 양팔 오금에 바늘을 꽂고 진행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네요.
전 혈관 탄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하면 중간에 수축하다가 터질 수도 있다고 해서 중심정맥관 삽입으로 하게 되었읍니다.
어디에 꽂게 되는지는 건강검진날에 알려줍니다

근데 목 피부를 1cm정도 자르고 정맥혈관에 뭘 넣는다는게
정말 무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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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시술이라지만 이때 정말 이런걸 하는구나 하고 긴장을 많이 했어요.

어쨌든 그렇게 안내를 받고, 시술 준비가 끝날때까지 진통제랑 수액을 맞으면서 대기를 하게 됐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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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겔 맞아보는것도 처음이라 참 신기했읍니다.


어쨌든 얼마간의 대기 후에 진짜 환자들처럼 침대에 누운채로 시술실로 려가는데
이때가 제일 무서웠읍니다 정말로...

케끼약


그런데 막상 시술을 시작하니 마취할때만 좀 많이 따끔하고 아무런 느낌 없이 진행돼서 묘했읍니다.
괜히 쫄았네요.



그렇게 시술을 마친 뒤에 다시 병실로 돌아왔는데
마취가 풀리면서 점점 목쪽에 이물감이 들고
목에 힘을 줄때마다 상당한 근육통이 오는 느낌이었읍니다.
크게 아픈건 아닌데 카테터를 꽂은 쪽이 좀 거슬리더군요.

그래도 이건 그냥 참을만 했읍니다.
다른 후기들 보니까 물마시기도 힘들었다 이랬는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읍니다.

나만



그리고나서 조금 기다리니 저녁밥이 나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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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기증자측에서 병원밥이 맛없을까봐 일부러 고급식으로 제공해주다고 하네요,,,
정말 잘나와서 깜짝 놀랐읍니다.
맛도 좋았구요.
기증 전에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을정도로 싹싹 비웠읍니다.
한끼에 1.8만원이던데 참 감사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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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양치질 하고나서
가져온 노트북으로 케이온도 좀 보다가
밤에 마지막 촉진제를 맞고 입원 첫날이 끝났읍니다.
역시 케이온 1기 13화는 언제 봐도 감성이 좋네요.

상타치



5. 입원 둘째날

밤이 되니 슬슬 다시 촉진제 부작용이 올라와서 타이레놀을 한알 먹었읍니다.
그리고 목에 삽입한 카테터가 불편해서 솔직히 잠은 잘 못잤어요.


그래서 새벽 2시즈음까지 뒤척이다가 잠에 들었읍니다.

그리고 새벽 5시쯤에 한번 더 피 검사를 한다고 오시더군요.
그렇게 피를 다시 뽑고나서 다시 쪽잠을 자려했지만 몸이 으슬으슬해서 그냥 이불덮고 노트북이나 좀 보고 있었읍니다.

아침이 되고 7시가 좀 넘으니 조식이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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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매우 잘 나왔지만
목도 불편한데다 입맛도 안좋아서 죽 반절정도하고 반찬만 좀 집어먹고 남겨버렸읍니다,,
못먹겠으면 남겨도 된다고 하시기도 했고요.

쇼쿠빵


그렇게 아침을 대충 먹고 또 대충 씻는데
목에 관 삽입한 부분에 절대 물 묻으면 안돼서
한손으로 양치질하고 세수하고 대충 정돈만 했읍니다.
원래 하루 2샤워 파인데 좀 찝찝했읍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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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다리고 준비하다보니
이제 진짜 조혈모채취의 시간이 다가왔읍니다.
중간에 화장실 못가기에 꼭 다녀오라고 해서 함 들른다음에 조혈모세포채집실로 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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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명 가린겁니다.)

요런식으로 저 기계랑 목에 꽂은 관에 줄2개를 연결해서
피를 뽑고
조혈모 세포만 걸러낸 다음에
다시 피를 몸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거쳐서 모은다고 하네요.
원래 기계도 세팅 다 돼있을때 하나 찍어달라고 하려했는데
깜빡해서 끝나고 찍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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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불그스름한게 조혈모세포라고 합니다.
보통 채취는 4~5시간정도 진행돼요.
이때는 자도 되고 핸드폰 봐도 되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전 처음엔 좀 불안불안해서 잠은 못자고 있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한 30분 지나고나서 바로 드르렁 해버렸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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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 끝나기 20분 전쯤 일어났는데,
말씀하신대로 칼슘이 떨어져서그런지 손이랑 얼굴이 저리더군요.
그리고 오줌보도 터질 것 같았는데
분명 기증 전엔 물 별로 안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왔는데도 그러더군요.
하지만 소변통은 절대 쓰기 싫어서 겨우겨우 버텼읍니다.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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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4시간 채취한 결과물입니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겨우 200ml정도 뽑히더군요.
이 팩 하나를 얻으려고 코디네이터님이랑 병원 관계자님들 등등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감개가 무량하더군요.
이제 저기서 또 필요한 성분만 더 걸러내고 환자측에 이식이 된다고 합니다.
혹시 몰라서 바코드나 날짜같은게 적힌건 가렸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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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와서 팔다리 저린것 때문에 칼슘수액을 맞고 영양제까지 맞았읍니다.
채취 자체는 생각보다 별거 없더군요.
근데 자다 일어나서 늦게 말해서 그런지 저림현상이 오래가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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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수액을 맞으면서 늦은 점심을 먹었읍니다.
기껏 식단관리 하고 병원 왔는데
여기서 다시 2kg는 찐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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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채취가 끝나고 팔다리가 저렸는데, 한 2시간이 지나도 계속 저리더군요 특히 팔이...
그래서 칼슘수액을 하나 더 맞았고, 다행히 점점 증상이 줄어들었읍니다.

채취 수치 자체는 아주 잘 나왔다고 하더군요.
자세히는 못들었는데 뭐가 7이상 나와야하는데 7.5정도 나왔다고 추가기증은 안해도 될 것 같다는 소견이었읍니다.
만약 부족했으면 다음날 추가채취를 했어야 했다네요. 한번으로 끝나서 대만족이었읍니다.

즉, 이제 피기증자분한테 잘 생착되는 일만 남은거죠.

다만 목에 삽입한 카테터는 마지막날 피검사 한번 더 하고 수액을 더 넣기로해서 마지막날에 제거하기로 했읍니다.
빨리 빼고 싶었는데 좀 아쉽네요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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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있다보니 저녁이 나왔읍니다.
아침부터 점심 넘어서까지 채취해서 점심을 늦게 먹었는데
저녁이 빨리 나와서
이것도 한 절반 못먹고 남겼네요.
고급식 신청해주신 피기증자분한텐 죄송하지만 너무 배불러요.
이렇게 저녁을 먹고 쉬다가 이틀차도 끝났읍니다.
사실 채취도 끝났고, 이제 마지막날 오전에 카테터 제거하고 지혈 한 다음에 퇴원하는 일만 남은 거긴 하죠.


6. 퇴원

새벽에 혈액검사를 위해서 피를 한번 더 뽑고 아침이 되었읍니다.
처음에 연락이 오고 나서 약 4개월간의 대장정이 드디어 끝나는 날이 찾아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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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아침도 맛있게 나왔고 컨디션이 좋아져서 완식했읍니다.


그리고 입원날 목에 꽂았던 카테터를 뽑았는데
뽑을때는 아무 느낌 없었는데
소독할때 너무 따가워서 눈물 찔끔 났읍니다.
나중에 보니 베개에 피가 좀 묻어있더군요.

눈물3


그렇게 관도 뽑고 모래주머니 올려서 지혈까지 40분정도 하고 나니
코디네이터님이 오셔서 피기증자분께 세포는 잘 이식 됐고 생착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읍니다.

듣기로는 1달정도 지나면 알 수 있고, 그게 더 잘 진행돼서 1년까지 버티는게 고비인데다 2년정도 안정적으로 잘 되면 거의 완치가 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피기증자분의 혈액형이 저랑 똑같이 바뀐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원래 있던 피와 피를 만드는 세포들을 다 없애고 제 피를 만드는 세포를 이식하니 남의 몸에 제 피가 돈다는 것 같네요. 신기합니다.

그리고 제 몸상태를 설명들었는데, 촉진제의 영향으로 입원 첫날 백혈구수치가 10배정도 뛰었다고 합니다.
정상범위는 5000정도인데 저는 5만까지 나왔다고 하네요. 높을수록 잘 뽑히는거라 좋은거라고 하고, 퇴원 전 마지막 검사때는 3만정도 나왔으며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점점 떨어질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혈소판은 25만에서 12만으로 줄었는데, 세포가 작아서 조혈모세포를 뽑을 때 같이 빠져나가서 그런거고 이것도 빠르게 회복된다고 합니다. 물 자주 마시면 더 좋다는군요. 멍이 자주 들고 피가 한번 나면 느리게 멎을 수도 있다네요.

문과라 두통이...

두통



어쨌든 저런 수치들 빼고 그냥 단순히 몸에는 아무 이상 없었읍니다. 집에 올때도 그냥 멀쩡히 대중교통타고 걸어서 왔고요.


그리고 기증 끝나고 며칠이 지나자 우편이 하나 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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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 확인서랑
생명나눔증서가 왔더군요.

나중에 유공패도 온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언제 올지 잘 모르겠군요 언젠간 오겠죠.

어쨌든 이렇게 제 조혈모세포 기증은 끝이 났읍니다.

덤으로 무슨 스타벅스 카드?도 왔는데 전 커피를 안마셔서 고이 보관만 해두고 있읍니다.


후기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잘 안납니다.

크게 고생하지도 않았는데 사람 한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을 끝마쳤다는 게 뿌듯하기도하고 뭔가 묘한 느낌이 드네요.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하나 이루어내서 기쁘긴 합니다.

힘들었던 점은 시간을 생각보다 많이 빼앗깁니다
저는 빠르게 진행된 편임에도 불구하고 첫 연락부터 기증 완료까지 4개월은 걸린듯 하네요

중간중간에 건강검진이다 뭐다 해서 지방사람들은 서울로 올라가게 될 일이 생기기도 하고 촉진제도 생각보다 부작용이 쎄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가장 큰 난점은 2박3일간의 입원이죠
우선 전 운좋게 한가한 시기가 잘 맞아떨어져서 2박3일간 입원 후 기증을 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분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협회랑 병원측에서도 필요한 서류는 다 떼주고 법적으로 유급휴가도 보장되어있지만
그건 그거고 현실은 다르니까요.
전 운이 아주 좋았읍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자주 들은 말인데
"좋은 일이긴 한데 왜 하필 네가 그런 걸 하냐"라는 말을 종종 들었읍니다...

그리고 가장 긁혔던 건 "그거 왜 함 하면 돈 줌?" 이라는 질문에 그냥 기증이라고 대답했더니 "시간도 부자네" 라는 답변이 돌아왔던게 가장 긁혔던 기억이 나네요.
그냥 별 대꾸 안하고 넘어가긴 했지만요.

전 그냥 제 수고로움 조금으로 사람 한명을 살릴 수 있다는 자기만족으로 한 거긴 한데, 다른 부정적인 의견들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만약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무조건 한다고 할 겁니다. 후회는 없어요.
그냥 할 수 있으니까 한 것 뿐입니다.

혹시 헌혈에 관심 있으신 케붕님들도 한번씩 기증 희망 등록 해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혹시라도 케붕님들과 유전자가 맞아서 조혈모세포가 간절하게 필요한 환자분들이 계실 수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이름모를 그분께 보잘것없는 제 세포가 잘 생착돼서 방티탐 멤버들처럼 평범하고 즐거운 일상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간절히 응원하고 있읍니다.

다 나으시면 어떻게 우연히 케이온도 한번 접해주시면 좋겠네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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