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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었다면 학교에서 점심시간이 막 지나갔을 이 시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찌는 듯한 더위에 밖으로 나가기도 힘든 시간대였다.

그러나 순식간에 찾아온 가을바람 덕이라 해야 할지, 이젠 그 더위는 멀리 떠나가 버리고 시원한 날씨가 남았다.

아니, 오히려 조금 추운 듯한 한 느낌.

실제로 눈 깜짝할 새 추워진 공기에 희생된 사람이 있었으니...


띵동–


바로 오늘 내가 병문안 온, 유이 선배다.

초인종을 누르고 잠시 정적이 지나가자, 곧 문이 열렸다.


"아즈사 쨩, 어서 와."


평소보다 우이의 목소리에 기운이 없는걸...

유이 선배를 간호하느라 지치기도 했을 테고, 언니바라기인 만큼 걱정도 많이 하고 있겠지.


어쩌면 선배가 감기에 걸린 이유가, 내가 선배랑 자주 만나서 이곳저곳 다닌 탓에 컨디션을 망가뜨려서라는 생각이 들어 나 역시 마음이 좋지 않다.


"아, 우이... 유이 선배는 좀 어떠셔?"


"아직 열이 좀 나서 계속 쉬어야 할 것 같아... 그래도 많이 나지는 않아! 지금은 푹 자고 있어."


"그렇구나..."


병문안 차 선배의 상태를 보려 온 거지만, 주무시고 계신다면 어쩔 수 없지. 물건만 전해주고 돌아갈까.


"이거 받아, 유자차야. 목에 좋을 거라고 해서... 그럼 가볼게."


유자차 병이 든 봉투를 우이에게 건네주고,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고마워, 아즈사 쨩. ...어라? 바로 가게?"


"응. 유이 선배도 주무시고 계신다면서. 아프신데 깨울 순 없으니까."


"음... 얼굴이라도 보고 가지 않을래? 조용히 하면 안 깰 거야."


"정말?! 그래도 돼?"


아차, 너무 대놓고 들떠버렸나.

솔직히 온 김에 선배를 한번 보고 싶었기에, 그만 너무 신난 목소리로 답해버렸다.


"응! 언니는 한 번 잠들면 잘 안 깨기도 하고. 그리고 아즈사 쨩, 언니 보고 싶지?"


정곡을 사정없이 찔렸다.


"ㄲ... 꼭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선배의 컨디션 확인차니까?"


"후후, 역시 아즈사 쨩은 언니를 엄청 좋아하는구나."


저렇게 방긋방긋 웃으며 말하면 도무지 아니라고 답할 수가 없잖아...


"언니도 매일 아즈사 쨩 얘기만 한다? 둘이 정말로 잘 지내는 거 같아서 다행이야. 전에 둘이 싸웠다고 했을 땐 많이 걱정했었거든."


"아하하..."


확실히 그땐 선배한테 엄청 화내긴 했었지. 거절은커녕 고백이라고도 생각 못 하실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건 그렇고, 사귄 뒤로 시간이 좀 지났지만 여전히 우이와 유이 선배에 관한 얘기를 나눌 땐 살짝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우이는 정말 친한 친구지만, 아무래도 연인의 동생, 이라는 느낌이니까.

뭐, 이것도 차차 익숙해지겠지?


"아즈사 쨩이 보고 간 걸 알면 언니도 엄청 기뻐할 거야."


"그런가... 그럼 잠깐만 실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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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선배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혹여나 선배가 깨시기라도 할까 봐 괜히 숨죽이게 되네.


"흠냐... 단무지...."


대체 무슨 꿈을 꾸고 계신 거람.


"다행히 많이 아프시진 않아 보이네."


"응, 작년처럼 한참 앓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때만큼 독한 감기는 아니었나 봐."


확실히 잘 주무시고 계신 선배를 보고 안도했다.

열도 그리 많이 나진 않는다고 했으니 금방 나으시겠지?


"쿠울... 으음..."


"그럼 난 슬슬 가볼게. 내일 학교에서 봐."


그렇게 말하고 방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등 뒤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말소리에 깨신 건가?


"으... 어라..? 아즈냥?"


정말로 깨워버렸어... 어쩌지?


"아, 안녕하세요 선배."


"에헤헤, 아즈냥이다... 엣취!"


역시 아직 기침은 안 나으셨구나.
빨리 나으셔야 할 텐데.


"언니, 좀 어때? 많이 안 아파?"


"죄송해요, 선배. 깨울 생각은 아니었는데..."


"응, 별로 안 아파! 거의 다 나았... 푸엣취!!"


"하나도 안 나으셨잖아요! 빨리 다시 주무세요."


"에에~ 진짜 많이 나았는데."


"아직 더 쉬어야 해, 언니. 푹 쉬다가 이따 죽 먹고 약도 먹자."


역시 우이. 확실히 엄청 든든해.

우이 말이라면 분명 선배도 듣겠지?


"알았어..."


"그럼 난 미리 준비해 두고 올게. 아즈사 쨩, 잠깐만 언니랑 있어 줄래?"


"응, 다녀와."


아마 죽 끓일 준비를 해 두려는 건지, 우이는 주방으로 내려갔다.


"아즈냥, 손잡아주라."


그리고 우이가 가자마자 선배는 대뜸 이런 걸 요구하고 있다.


"갑자기 뭔가요... 알았어요."


"아즈냥의 손 말랑말랑해서 잡고 있으면 기분 좋아~."


"네네, 빨리 주무시기나 하세요."


"아즈냥 매정해! 콜록콜록."


"이거 봐봐요! 선배는 지금 더 쉬셔야 한다고요. 그래야 감기도 빨리 낫죠."


선배는 아마 '연인이 병문안 와준 상황' 같은 걸 생각하며 들떠 계신 것 같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열이 다 내린 것도 아니고, 기침까지 하시는데 그런 알콩달콩한 소리나 늘어놓을 순 없다.


"아무튼 전 가볼게요. 제가 있으면 선배가 제대로 쉬질 못하시는 거 같고."


"히잉... 안 가면 안 돼?"


"안 가면 안 주무실 거잖아요."


"잘 게, 응? 아즈냥이...콜록! 옆에서 자장가라도 불러주면 엄청 푹 잘 수 있을 거 같아."


선배 말대로 푹 주무실 수 있다면, 그 정돈 해드릴 수 있긴 한데...

아니, 그냥 같이 있고 싶어서 댄 핑계일 수도. 확실히 이쪽이 더 가능성이 커 보여.

무엇보다 우이도 선배 간호해 주느라 바쁠 텐데, 너무 오래 있으면 우이한테 폐가 될지도.


그렇게 고민하던 때, 다시 올라온 우이가 말을 걸었다.


"저기 아즈사 쨩,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응? 뭔데?"


"실은 죽 끓일 재료가 다 떨어져 버렸어... 장 보고 올 동안 언니 간호를 좀 부탁해도 될까..?"


아무래도 유이 선배를 혼자 두긴 불안한 모양이다.

하긴, 선배는 다 낫지도 않았는데 부실까지 왔다가 그대로 뻗으신 전적이 있으시기도 하고. 무슨 심정인지 이해가 된다.


"물론이지, 맡겨 줘."


"고마워! 그럼 부탁할게. 물수건은 이쪽에 있어."


우이가 가리킨 쪽, 선배의 침대 옆엔 물이 든 작은 냄비와 젖은 수건이 놓여 있었다.


"잘 다녀와~."


멀리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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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수건을 다시 물에 적시고, 이렇게... 선배의 이마 위에 얹어준다.


"시원하네~. 고마워 아즈냥."


"정말... 어제 두꺼운 옷 입고 나오셨던 것도 이미 열 좀 올라와서 그랬던 거 아녜요? 무리하지 마시지..."


"별거 아닐 줄 알았지... 아즈냥이랑 데이트하는 걸 포기할 수도 없었고."


"제가 컨디션 관리 잘하라고 분명 말씀드렸잖아요."


"그.. 그건 그랬지."


"자꾸 이러시면 입시 끝날 때까지 데이트 없을 줄 알아요."


"잘못했어요! 앞으로 몸 관리...콜록! 으... 잘할 테니까, 제발 봐주라, 응?"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말씀하시니 이번은 넘어갈까.
그다지 믿음은 안 가지만.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알았어요. 대신 이제부터 아프지 않게 몸 관리 잘하기에요. 중요한 시기잖아요?"


"명심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알아들으셨으리라 믿고 잔소리는 여기까지.

이제 간호에 집중해야겠지.

우선 물수건으로 부드럽게 선배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시원하네에~. 고마워, 아즈냥."


그리고 이 다음엔... 팔다리를 부드럽게 문질러드리면 되겠지. 우선 팔부터.


"아즈냥은 역시 꼼꼼해... 콜록! 콜록!"


"말 너무 많이 안 하시는 게 좋아요. 목 아플 때 안 좋으니까요."


"힝... 알았어."


나도 선배랑 얘기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감기 걸린 환자가 계속 말하는 건 말려야지.

어디 보자, 팔은 다 닦아드렸으니 이제 다리...


"흐읏?!"


에? 어라? 방금 유이 선배가 낸 소리?


"선배? 왜 그러세요? 혹시 아프셨어요?"


"아, 아즈냥, 갑자기 다리를 만지며언..."


그러니까, 방금 게 선배가 낸 소리가 맞단 거지?

다리에 닿자마자 선배가 그런 반응을...


'짜악–!'


정신 차려, 아즈사!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난 이렇게 엉큼한 사람이 아니야!

양쪽 뺨을 손바닥으로 짝 치고 나서야 간신히 이성을 붙잡을 수 있었다...


"죄, 죄송해요. 살살 할게요."


"으응... 괜찮아 아즈냥."


날아갈 뻔한 정신줄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힘겹게 마저 다 닦아드렸다.



.
.
.




"휴우..."


"고생했어, 아즈냥."


"아녜요. 몸은 좀 어때요?"


"음... 아직 좀 아픈 거 같아."


"그럼 내일 학교엔 못 나오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런가... 아즈냥을 못 보겠네. 아쉬워."


"그럼 내일 또 병문안 와드릴까요?"


"아냐, 아즈냥을 너무 고생시킬 순 없지. 그래도 마음은 기특하네~. 장하다, 장해."


선배는 그렇게 말하시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손이 조금씩 떨리면서 묘한 열이 느껴지는 건 조금 마음이 아팠지만.


"마음 같아선 잔뜩 안아주고 츄– 해주고 싶은데. 아즈냥한테 감기 옮으면 안 되니까 참아야겠지?"


"나중에 해 주세요. 다 나으시고 나서."


"헤헤~."


어제 못다 한 키스가 마음에 남은 건지, 아님 그저 조금 지쳐서 혼란스러워진 건지.
아까 유이 선배가 낸 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돌고 있는 느낌.

뭔가 평소보다, 그 키스라는 행위가 다르게 느껴지는 거 같아.

안 돼, 참아야지.


"빨리 낫고 싶네에~. 감기만 다 나으면, 아즈냥이랑 잔뜩... 할 수 있겠지?"


"무슨 의미인가요, 그게..."


"글쎄, 뭘까나? 후후..."


선배는 평소처럼 놀리려고 한 소리겠지만, 어쩐지 나에겐 조금 다르게 들려온다.

선배에게서 느껴지는 열 때문인지, 묘하게 공기가 뜨거운 것처럼 느껴져.

침대 위에서 흐트러진 유이 선배를 보니 더더욱...


...더 이상 못 참겠어.


"다 유이 선배 탓이에요."


"응?"


선배의 코앞까지 다가가, 시선을 마주친다.


"감기만 다 나으면, 그렇게 말했죠?"


"아, 아즈냥? 잠깐만..."


"못 기다리겠으니까, 이건 먼저 받아 갈게요."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어.

방금 선배를 간호했을 때처럼, 선배를 부드럽게 감싼다.

그리고 이번에는 간호 대신 입을 맞춘다.


"흐읍...."


평소보다 훨씬 강렬한 열기가 전해져 와.

그게 분위기 탓인지, 아님 선배의 열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지.


"후아! ...아즈냐앙, 뭔가 평소보다..."


"감기는 옮기면 낫는다잖아요? 자, 빨리 나으시려면 확실하게 옮겨야죠."


평소였다면 이러다가도 다시 선배에게 주도권을 내줬겠지만, 지금 선배에게 그럴 힘은 남아있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만큼 그 입술을 탐할 수 있어.



.
.
.




"하아...하아... 츄–가, 조금 거칠어. 콜록!"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어쨌든 환자를 무리시킬 순 없으니까.
대신, 감기 다 낫고 난 뒤엔... 말씀 지키셔야 해요?"


"으,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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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유이 선배를 재우고, 우이가 장을 다 보고 돌아와 이만 가기로 했다.

우이는 같이 저녁 먹고 가는 게 어떠냐 했지만, 너무 오래 있기도 좀 그렇고 하니까. 그냥 배웅만 받기로 했다.

"잘 가, 아즈사 쨩! 오늘 고마웠어."


"응! 내일 학교에서 봐!"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돌아서서 집으로 향했지만...






...집에 돌아오고 나니 드디어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실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미쳤어미쳤어미쳤어! 으아아아아!!!"


감기 낫고 나면? 그다음? 그다음은 대체 뭘 생각했던 건데?!

아니 애초에, 무슨 정신으로 환자한테 그런 식으로 거칠게 키스한 거야??


"으으으..."


그때 그 장면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다, 이윽고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미쳤지! 무슨 짓을, 무슨 소릴 한 거냐고 진짜아..."


일단 언제가 될 진 몰라도, 선배가 언제 다 나아서 학교에 올 진 모르겠지만 만나자마자 사과하자.

그래, 없었던 일로 하는 거야! 키스하고 난 뒤에 했던 말까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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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중에 전해 듣기론, 유이 선배는 금방 회복되어서 화요일부턴 다시 학교에 나왔다고 한다.

당연히 나는 감기가 옮아 딱 선배가 학교에 나온 날부터 앓아누웠고.


그렇게 금요일쯤 되어서야 다시 선배를 볼 수 있었다.

닷새나 지났으니 적어도 마지막에 했던 말은 잊으시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내심 품었지만.


"아..안녕, 아즈냥... 감기는 다 나았어..?"


묘한 어색함과 부끄러움이 섞인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 기대가 무참히 배신당했단 걸 알 수 있었다.


"있잖아 아즈냥, 그때 했던 말 말인데..."


"으아아아! 그건 그러니까!"



그 뒤로 진땀을 빼며 해명했긴 하지만, 아마 선배나 나나 그 순간을 잊진 못할 거 같다.


쏘아졌던 그 말이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는 지금은 알 수 없겠지만.


...어쩌면, 내 생각보다 빨리 되돌아올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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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걸린 유이를 즈사가 간호해주면서 보빔각 재는 내용으로 가보자!
-> 내가 감기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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