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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너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 거 같지 않아?

정신 차리고 보니까 새해가 지나가고, 그래서 가끔 올해가 몇 년도인지 까먹어버려. 2010년이라 써야 하는데 2009년이라고 써버린다거나~ 헤헤.

있잖아, 새해라 하면 뭔가 두근두근하고 재밌고 맛있는 게 잔뜩 있어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올해는 너무 따분하게 보내는 거 같아...

그래도 지금은 공부에 집중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 기–타도 우이한테 맡겨버렸고. 보고 싶구나아~.

그리고 있지? 아즈냥이랑 데이트 못 한 지 너무 오래됐어!

물론 저번 달엔 몇 번 만나긴 했지만... 올해 들어선 한 번도 못 만났잖아. 마지막이... 크리스마스였던가? 벌써 보름이 넘게 지났다고!

부실에서 공부하다 보니 아즈냥이랑 거의 매일 보긴 하지만 그걸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란 말야.

그래서 말인데, 수험 전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데이트하자! 아즈냥 파워를 받으면 분명 공부도 더 잘 될 거야.

그럼 부탁해~ 아즈냥!


"송신!"


삑–


좋아! 문자도 보냈고, 이제 어디로 갈지 생각해 볼까!


"언니, 밥 다 됐어! 먹고 마저 해~."


아, 우이가 부르네. 그러고 보니 공부도 해야 하지? 으음... 밥 먹고, 어디서 놀지 정하고, 그다음에 공부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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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오니 유이 선배에게 문자가 와 있었고, 그 내용이 이랬다.

요약. 심심하기도 하고 올해 한 번도 못 했으니 데이트하자.

문자를 확인한 나는 바로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이 선배..."


-응? 왜?


"수험 한 달 앞두고 데이트하자 조르는 사람은 유이 선배밖에 없을 거예요, 분명."


올해 못 한 건 못 한 거고 할 말은 해야지.


-그...런가?


"당연히 그렇죠! 대학 붙을 수 있다는 확신이라도 생기신 거예요?"


-그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아즈냥 한 번 보고 싶었단 말이야.


"정말, 수험 끝난 뒤엔 곧 졸업까지 하실 분이 왜 이렇게 애처럼... 아."


그렇구나, 이젠 정말로 선배들이 곧 졸업하는 건가...

아냐,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자.


-아즈냥?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크흠! 하여튼, 기분은 이해하지만 수험 한 달 전엔 누구라도 취미생활까지 다 참으면서 공부한다고요."


-그래서 연주도 참고 있는데...


"그건 당연한 거거든요."


-나름 큰 결심이었다구?!


"당연한 일인데 큰 결심이었느냐가 그닥 중요하진 않은 거 같아요."


-아즈냥 매정해! 정말 데이트 안 해줄 거야?


"안 해줄 거예요. 공부 열심히 하세요, 응원할게요. 그럼 이만..."


-그러지 말고 잠깐만! 끊지 말아봐! 잠깐만이라도 좋으니까 한 번만 하자, 응? 한두 시간 정도라도 완전 만족이니까! 잠깐 기분 전환만 해도 충분하다구...


"흐음..."


시간제한을 두니 또 너무 얼토당토않은 바람은 아닌 거 같기도...?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한시도 안 쉬고 공부만 할 순 없으니까.

...유이 선배 집중력이라면 더더욱.


-부탁드립니다! 이번이 수험 전 진짜로 진짜로 마지막! 그 담엔 더 안 조를게, 응?


"휴. 알았어요. 대신 딱 두 시간까지. 내일 저녁 같이 먹고 좀만 놀다 들어가시는 거예요."


-진짜?! 고마워, 아즈냥! 엄청 기대돼!


"그렇다고 나갈 준비하는 데 시간 많이 낭비하시면 안 돼요?"


-걱정 마! 우이가 순식간에 도와줄 거야!


언제나 고생이구나, 우이...


"그럼 내일 저녁에 봐요 선배."


-응. 내일 봐~.


뚝-


"그럼 내일 식사부터 하고, 그 다음엔... 산책만 하기엔 시간이 좀 남을 거 같고. 디저트 카페라도 들릴까."


그 뒤로 전에 선배랑 갔던 곳을 갈까, 아니면 다른 곳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나 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또 유이 선배한테 무르게 해버렸어! 수험 한 달도 안 남은 선배한테!!' 라며 스스로를 자책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쩌겠는가.

다음부턴 정말로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

...이런 다짐이 몇 번째더라. 이전에도 엄청 많이 했던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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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즈냥~!"


그렇게 하루 지나고 저녁. 선배는 집 앞에서 기다리던 날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시며 불렀다.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 보니 바로 출발한다.


"그럼 가 볼까요?"


"응! 저기 말야, 집 앞에서 기다려주는 아즈냥... 이거 생각보다 엄청 두근대는 거 있지?"


"별것도 아닌걸요. 그냥,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껴야 하니까요."


"역시 아즈냥도 조금이라도 더 데이트하고 싶었던 거려나~?"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아껴야 하는 건 유이 선배의 시간이라고요."


"그래그래~ 귀여워."


"정말..."


언제나와 같이 유이 선배의 페이스엔 쉽게 말려들어 가는 느낌이다.

익숙해지고 싶진 않았는데, 어느새 당연하단 듯이 일상의 한 조각이 된 느낌이라 기분이 묘하네...


"너무 많이 듣는 얘기일 거 같아서 말하기 좀 그렇긴 하지만요. 그, 공부는 잘돼가요?"


"음~. 역시 힘들어."


"그렇겠죠..."


공부에 집중하셔야 해요, 같은 말을 엄청 여러 번 하긴 했지만 역시 수험 스트레스를 견디긴 쉽지 않으시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비록 오늘 이 시간이 유이 선배의 간곡한 부탁에 이기지 못해 성사된 거긴 해도, 잠깐이라도 선배에게 숨 쉴 틈이 될 수 있다면 그거대로 나쁘진 않을지도.


"그래도 다들 응원해 주고, 도와주니까 힘낼 수 있는 거 같아! 우이는 항상 옆에서 챙겨주고, 미오 쨩이나 무기 쨩은 모르는 걸 물어보면 항상 잘 알려줘서 든든해."


"리츠 선배는요?"


"물론 릿쨩도! 모르는 걸 알려준 적이... 어라? 있었나?"


그럴 거 같긴 했지만, 아무래도 리츠 선배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얘긴 여기까지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즈냥이 있으니까!'


"네? 저도요?"


"응! 아즈냥은 그냥 옆에 있어 주기만 해도 엄청 힘이 되는걸."


"아..."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이자, 가장 든든한 마음의 버팀목.

사귀고 나서부터, 어쩌면 그 전부터 모르는 새 한 조각씩 자그마한 추억들을 쌓아온 우린 그런 관계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간질거리는 느낌이 든다.

새삼스레 느끼는 거지만 그런 우리들의 관계가,


"역시 좋네요."


"응? 뭐가?"


"아무것도 아니에요. 거의 다 왔으니까 어서 가요!"


"응!"


왠지 미소를 숨기기 조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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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다아~."


"입맛엔 맞으셨어요?"


"맛있었어! 역시 아즈냥이 고른 가게네."


"그럼 다행이네요. 그럼 이 다음엔..."


"오오, 다음 장소도 정해둔 거야?"


"네, 식사만으로 두 시간을 때울 순 없으니까요. 좀 걷다가 디저트 카페를 들릴 생각이에요."


"역시 든든하네~. 나도 아즈냥한테 든든한 선배가 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흐음... 그다지 실현될 거 같진 않네요."


"에엥? 너무해! 나도 가끔씩은 선배다운 모습도 보여주고 그러잖아."


...유이 선배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당장은 그다지 떠오르는 게 없다.


"아즈냥이 물건 잃어버릴까 봐 스티커도 붙여줬고!"


"그건... 그 덕에 키링 안 잃어버리긴 했지만요. 그래도 아무 데나 붙이고 다니시면 못 써요."


"치–."


유이 선배의 이런 모습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선배보단 어린애 쪽이 더 어울리는 성격인 거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요즘은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이야."


"그건 왜요?"


선배가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게 조금 놀라우면서도, 솔직히 유이 선배의 이미지와 그닥 겹쳐지지 않는 느낌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나, 이제 곧 졸업하고 어른이 되는걸."


"아..."


요즘 들어 자주 들리는 졸업이란 키워드.

다들 곧 졸업하시지만 앞으로도 선배들과, 유이 선배와 함께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대충 생각하고 넘어가기만 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선배들이 졸업 하고 난 뒤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워져서 피하고 있었던 걸지도.


"그래서, 그땐 아즈냥에게 어른답게, 선배답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서."


"어른답게, 인가요."


"응! 어른답게. 아즈냥 생각은 어때? 나, 졸업하고 나서 아즈냥한테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까나?"


"....."


지금까지 피하기만 했던 그것을 제대로 마주하고 나니, 그 음절 하나하나가 뇌리에 박혀 머리를 흔든다.

물론 당장 떨어져도 유이 선배와의 관계가 변한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수험 걱정에서 벗어난 선배와 한 번씩 만나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N여대는 여기서 꽤 떨어져 있으니, 아마 기숙사에 들어가실 테고. 그럼 지금처럼 학교에서 매일 만나는 건 불가능하겠지.


조금, 쓸쓸해질지도 모르겠어.


...경음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선배들이 모두 졸업하시면 이제 나 혼자만 남는데.

모두의 흔적이 사라진 채, 나 홀로 남은 텅 빈 부실을 상상하기만 해도 가슴이 저려와.

게다가 부원 셋을 바로 구하지 못하면 폐부잖아.

선배들과 함께 해온 소중한 경음부인데.


"..즈냥...?"


곧 지금 누리는 소중한 일상들이 사라진다 생각하니... 무서워.


"아즈냥!"


"핫!... ㄴ, 네? 유이 선배."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보여..."


"아..."


순간 정신이 퍼뜩 들자, 눈앞에 보이는 건 날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계신 유이 선배.

나 혼자 너무 깊이 생각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어느새 선배의 손을 잡고 있던 왼손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고,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질 정도니.


"...아뇨,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다고 유이 선배를 걱정시키는 건 싫으니까, 이 불안함은 마음속 깊이 고이 넣어두기로 하자.


"거짓말."


"네?"


"아즈냥 손이 이렇게 떨리는 거, 처음 본단 말야."


확실히, 불안감이 자기 존재를 알리고 싶어 몸 밖으로 뛰쳐나오려는 것처럼 양손이 떨려오는 게 느껴진다.

...선배한테 들키는 건 싫었는데.


"있잖아 아즈냥, 나는 선배답지도 않고, 그래서 믿음직하지 않은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즈냥에게 뭔가 힘든 일이 있으면 말 정돈 들어줄 수 있는,

아즈냥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


"유이 선배..."


그렇게 말하시며 나를 바라보시는 유이 선배는, 그 어느 때보다 어른스러워 보여서,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누구보다 믿음직한 선배처럼 느껴졌다.


"...선배가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거나 하는 그런 사람이라곤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어요."


"정말?!"


"당연하죠. 그런 거에 놀라시면 어떡해요? ...그래도 고마워요."


"에헤헤~. 아즈냥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쁜걸."


"네... 그럼, 잠깐만 얘기 좀 들어주실래요?"




.
.
.





"그렇구나... 나랑 모두가 졸업하고 나면 지금과는 많이 바뀔 테니까."


"네... 경음부는, 으음.. 우이랑 쥰을 끌어들이면 되려나요. 그러면 1학년 신입 한 명만 확보해도 되니까."


"확실히 그렇네! 아즈냥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아! 저번처럼 인형 탈 쓰고 해보는 건 어때?"


"그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역효과에요."


"에? 그런가?"


"신입생 때 처음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우이도 도망치더만요."


"그것까지 봤었구나... 그러면, 음..."


골똘히 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계신 유이 선배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작게 쿡– 하고 웃음이 나왔다.


"응? 왜 그래?"


"아뇨, 그냥... 혼자 앓고 있자니 되게 답답했거든요. 상상하는 것만 해도 무섭고. 그런데 선배랑 같이 얘기하니까... 오히려 별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원래 긴장을 푸는 데엔 다른 사람이랑 떠드는 게 제일 확실하다고들 하고, 고민이 있을 때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으면 편해진다고들 하니.

게다가 상대가 유이 선배니까, 누구보다도 편해지는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아깐 아즈냥 안색이 너무 안 좋아서 걱정했단 말야."


언제나와 같이 곧 안겨드신 유이 선배의 품은 역시나 따스했다.

이건 확실히 앞으로도 변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더더욱 편안해지는 느낌.


"그래도 졸업하시고 나면 선배들을 자주 못 보게 되는 건 좀 그렇지만요."


"그건 그렇네. 음... 아! 우리가 매일 아즈냥 보러 찾아가 주면 어떨까? 그럼 아즈냥 혼자 쓸쓸해하지도 않겠네!"


"기숙사의 의미가 없어지는 건 둘째 치고 교통비도 체력도 감당하시기 힘들 걸요?"


"그런가... 있지, 여기서 N여대까지 많이 멀어?"


"그걸 선배가 저한테 물어보시면 어떡해요? 유이 선배가 지망하는 대학이잖아요."


"에헤헤~."


"정말...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적어도 매일 왔다갔다 할 만한 거리는 아닐걸요."


"힝, 아쉽네에~. 아즈냥이랑 매일 볼 수 없다니."


확실히 내가 제일 걱정했던 부분도 그거다.

부실에 가기만 하면 언제든지 선배들을 볼 수 있던 지금까지와는 정말로 달라지는 거니까.


"통화라도 자주 할까? 매일 밤 자기 전 연락하기, 어때?"


"그거 좋네요. 대신 빼먹으시면 화낼 거예요?"


"안 그래~. 꼬박꼬박할게."


"문자도 자주 해 주세요."


"응, 약속! 그리고 또 뭐가 좋으려나... 아! 손편지라도 써서 보내 줄까? 아즈냥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랑, 대학에서 있었던 일들을 담아서 일기처럼. 그... 키가 큰 아저씨? 그 소설 주인공처럼 말야."


"키다리 아저씨요?"


"응, 그거! 역시 아즈냥!"


"...수험 진짜 괜찮으신 거 맞죠?"


"그런 질문은 실례거든? 부– 부–"


제목을 비슷하게나마 떠올리셨단 점은 고무적으로 봐야 할까.

평소 유이 선배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나름대로 성장하신 거긴 하겠지...


"그래도 고마워요, 선배. 이젠 정말 괜찮아진 거 같아요."


"에헤헤... 아즈냥한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야. 후후, 이번에는 나도 좀 선배다웠으려나?"


"마지막에 그 말만 아니었다면요."


"에엥– ...어라?"


"왜 그러세요?"


"아즈냥, 저기 봐! 위에, 위에!"


"위에?"


뭘 보셨길래 이러시나 하고 고개를 올리자 보인 건,


".....와아."


차가운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새하얀 빛.


"첫눈, 첫눈이야 아즈냥! 완전 예뻐!"


활짝 웃으시며 이쪽을 바라보는 유이 선배와 첫눈의 조화는, 더없이 아름다우면서 기억 속에 영원토록 간직하고픈 장면이었다.


"아즈냥이랑 데이트하다 보는 첫눈... 뭔가 로맨틱하지 않아? 엄청 좋아!"


"네, 확실히 이렇게 둘이서 보니까 뭔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그치? 나도!"


선배와 함께 보는 첫눈은 황홀하면서도, 이 상황 자체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분명 머지않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겠지만,

지금까지 쭉 그래왔듯이 이런 순간들을 하나씩 쌓아나가다 보면, 언젠가 돌아봤을 때 외로움 같은 건 깊게 파묻혀 보이지도 않겠지.

그거면 충분하고도 남을 거야.


"아즈냥, 아즈냥! 같이 눈사람 만들래? 아님 눈싸움? 엄청 재밌겠지!"


"이 정도 내리는 눈으론 그런 거 못 할 걸요?"


천진난만하게 들뜨신 유이 선배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우산도 없는 와중에 그런 걸 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내리면 그거대로 문제다.


"힝, 기왕이면 엄청 큰 눈사람을 만들 만큼 눈이 펑펑 내리면 좋겠는데."


"그러다 또 감기 걸리면 어쩌시게요? ...아, 그새 시간도 많이 지났네요."


"진짜?! 그렇네... 아쉬워."


"이렇게 된 거 더 내리기 전에 슬슬 들어가죠. 얼마 안 내리긴 해도 계속 맞으면 안 좋아요."


"응. 그럼, 아즈냥이랑 같이 눈 구경하면서 가야지~."


선배가 내민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어 늘상 해왔던 그 행위가 오늘따라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일까?


"유이 선배, 오늘 정말로 고마워요."


"뭐가?"


"그... 고민 들어주신 거요. 덕분에 속이 홀가분해진 거 같아요."


"엣헴, 앞으로도 고민거리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 아즈냥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니까~."


"으으... 분명 유이 선배 기분 전환 시켜드릴 겸 시작한 데이트인데..."


오히려 내가 더 받아버린 느낌이라 조금 부끄러워...


"많이 됐는 걸? 고마워, 아즈냥. 츄–"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하진 말아주세요! 좀 더 분위기를 읽으시라고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선배의 애정행각을 받아주다 누가 보기라도 할까 노심초사하고...

그러다 보니 금방 도착.

선배네 집까지 가까운 건 마냥 좋지만은 않은 거 같다. 즐거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니까.

가끔은 일부러 먼 길로 돌아서 갈까,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선배가 먼저 말을 꺼냈다.


"있잖아, 아즈냥. 그거 기억해?"


"네? 뭘요?"


"아즈냥이 나 감기 걸렸을 때 간호해 준 날, 그렇게 말했잖아. 감기 다 나으면 츄– 다음..."


"아니아니아니! 그런 걸 왜 기억하고 계신 건데요! 잊어 주세요!"


"후후후... 있잖아? 난 곧 졸업하고 어른이 되지만, 그땐 아즈냥은 고3이잖아."


"그렇...죠?"


이쯤 되니 대체 이다음에 무슨 발언을 뱉으실지 심히 걱정되기 시작한다.


"츄– 다음은 말이야, 아직 어린 아즈냥한텐 너무 이르니까 내년까지 기다ㄹ..."


"아 정말!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시라고요!! 어린애 취급도 그만두시고!"



...그렇게 시덥잖다면 시덥잖지만 나에겐 생전 겪어본 적 없는 수준의 충격적인 대화가 오갔고, 결국 간신히 선배를 집에 들여보냈다.


아무래도 오늘은 잊기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여러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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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 전에 한편은 써야지 -> 진짜 한편만 씀
너무 게을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