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코끝의 감각은 찬 공기로 무뎌져 있었다.

입김이 묻어 차가워진 목도리를 끝까지 올리지 않아서일까

익숙한 마지막 하굣길을 지나며, 우이와 함께 걷던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아즈냥, 분명 기뻐했었지?”

운을 띄우며 뒤를 돌자 늘 어른스럽던 미오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경음악부에 들어간 뒤, 처음으로 나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불러줬던 순간의 미오와 닮은 표정이었다.

“어라 미오 설마 우는거야?”

능청스레 리츠가 미오에게 농담을 던졌다. 이야기하는 리츠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지만, 장난기 섞인 눈빛 끝에는 미오를 향한 다정함이 녹아 있음을 이제는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울고 있을 틈은 없어! 미오”

같은 생각을 했는지 살며시 웃던 무기도 미오와 눈을 맞추며 거들었다.


“그래! 우리는 이제 대학생이라구, 과자도 조금 어른스러운 걸로 바꿔야지”

이제는 경음악부 친구들과 함께하는 순간이 어느 때보다 마음이 놓였다. 내 이야기가 터무니없을 때도, 회전초밥 가게에서 갑자기 공연을 하게 되어도, 비행기 시간 직전에 연주를 이어나갈 때도, 언제나 눈을 마주치며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주었다.


“그러고보니, 데스데빌의 노래도 후배를 위해 쓴 거라고 하던데”

어느새 기분이 풀린 듯한 미오가 말을 꺼냈다. 순간 오늘 아즈냥에게 들려준 곡이 머릿속을 스쳤다.

“어라? 우리 제대로 밴드를 이은 거네!”

“굉장히 우연이긴 했지만”

리츠에 대답을 듣고 다시 앞으로 돌아보자, 가로수의 앙상한 나뭇가지들에 따스한 녹색들이 띄엄띄엄 달라붙어 있었다.

같은 빛깔로 바뀐 신호등은 우리를 위해 슬며시 길을 열어주는 듯 했다.

매일같이 지나다녀 언젠가부터 작아 보이는 다리 위로 올라서자, 난간 옆으로는 분홍빛의,

노을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조금 밝은 햇빛이 유리조각처럼 수면에 부딫혀 깨지고 있었다.

다리의 난간이 뒤로 지나가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양 팔을 쭉 벌리고, 어느새 나는 달리고 있었다.

‘오늘 옥상은 어째서 열려 있던 걸까?’

‘오늘이 처음이었지, 놀랐어. 무기 손이 무척 차가워서’

‘리츠의 말 덕분에 안심하고 아즈냥 앞에서 연주할 수 있었어’

'사와쨩 덕분에 반에서 친구들을 위해 공연할 수 있었고'

'어제는 밤새 아즈냥을 위한 곡의 가사를 고민했었지'

'언제부터 늦잠을 자지 않게 되었더라?'

학교에 늦을까 달리는 대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뛰는 일은 나의 일상이 되었고

늘 긴장하고 걱정했던 나는, 내일을 기다리며 기-타와 함께 잠드는 사람이 되었어.

공연을 앞두고 감기에 걸렸을 때도, 기-타를 두고 와 민폐를 끼쳤을 때도, 미소로 날 받아 주어서 정말

고마웠어.


‘정말 다행이었어, 경음악부에 들어오게 되어서’

‘언젠가 모두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다시 뒤를 돌며 외쳤다.

“내년엔 어디로 갈거야?”

“내년?”

“아즈냥의 졸업 여행!”

리츠에게 대답하듯 소리쳤다.


저 멀리로 노도카와 아즈냥이 보인다.

‘지금까지 아즈냥에게 날개를 달아줄 곡을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즈냥이, 친구들이 나에게 날개를 달아 준 거였어.’


발걸음 소리에 돌아보는 아즈냥을 껴안으며 살포시 눈을 감았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아즈냥'


극장판 마지막 장면 보고 만들었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