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줄요약: 이것만큼 손가락 빨 만큼의 치킨이 또 있을까?



컨베이어 벨트의 잔상이 눈앞에서 아른거릴 정도로 혹사당한 몸을 이끌고 퇴근길에 올랐다.
온몸의 나사가 풀린 듯 삐걱거리는 관절을 움직여 도착한 곳은 범계역 근처에 새로 문을 연 KFC 매장이었다.
평소 같으면 집까지 1분 1초라도 빨리 가고 싶었겠지만, 오늘만큼은 발걸음에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바로 단종되었던 ‘치르르’가 돌아왔다는 소식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게 단순한 시식회 그 이상의 의미였다. BHC 주방에서 일하는 동안, 나는 주 1회 이상은 ㅃㄹㅋ을 직접 조리해서 먹었을 만큼 그 맛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의 자주 사먹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던 치르르가 과연 어떻게 변해서 돌아왔을지, 그리고 나의 절대적인 '최애'였던 뿌링클과 당당히 맞설 수 있을지. 설렘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오늘의 주인공을 마주할 준비를 마쳤다.






쟁반 위에는 푸짐한 구성이 나를 반겼다.

먼저 KFC의 상징과도 같은 징거버거가 묵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옆에는 오늘의 주인공인 치르르 통다리 치킨 두 조각이 샛노란 가루를 아낌없이 뒤집어쓴 채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감자튀김 역시 같은 옷을 입은 치르르 프라이였고,
그 옆에는 스모키 머스타드 소스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조합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부르고 있었다. 메뉴판의 버드와이저가 아른거렸지만,
하필이면 먹은 감기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탄산음료로 목을 축여야만 했다....
기름진 치킨에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맛의 탐험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입맛을 돋우기 위해 징거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두툼한 통가슴살 패티의 매콤함과 아삭한 양상추의 조화. 언제 먹어도 실패 없는, 기대했던 바로 그 맛이다.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로서 더할 나위 없었다. 중간중간마다 머스타드 소스를 뿌려주면 더할 나위 없는 맛이다.





치르르 프라이는 평범한 감자튀김에 짭짤하고 달콤한 시즈닝이 더해져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어주었지만, 어디까지나 오늘의 주인공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드디어 치르르를 먹어볼 차례이다.

BHC의 ㅃㄹㅋ에서도 특유의 치즈가루 때문에 꼬릿한 향이 나곤 했는데, 치르르의 향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
ㅃㄹㅋ이 ‘단짠’의 향을 먼저 풍겼다면, 치르르는 전체적으로 훨씬 진하고 농밀한 꼬릿함이 코를 먼저 자극했다.
반면 짜고 달달한 향기는 그 뒤로 얕게 물러서 있고, 마치 잘 숙성된 치즈에서 날 법한 꼬릿한 향이 모든 향을 지배하는 느낌이었다. 학창 시절의 기억은 희미했지만, 분명 그때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완성된 모습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다. 소스의 도움 없이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파삭!’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튀김옷이 부서지고, 그 안에서 뜨거운 김과 함께 촉촉한 닭고기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순간, 나는 승부를 직감했다. 퍽퍽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부드럽게 결 따라 찢어지는 다리 살에서 터져 나오는 육즙. ㅃㄹㅋ이 ‘시즈닝 맛’으로 먹는 치킨이라면, 이건 ‘잘 튀긴 치킨’에 맛있는 시즈닝을 더한, 요리에 가까웠다. 시즈닝 자체도 ㅃㄹㅋ보다 단맛이 덜하고 치즈 본연의 짭짤한 감칠맛이 강해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스모크 머스타드 소스’와의 조합을 확인해 볼 차례였다. 노란빛이 도는 꾸덕한 질감과 향에서 미국의 유명 치킨 브랜드인 ‘칙ㅍㄹ’의 소스가 언뜻 떠올랐다.






ㅃㄹㅋ에는 요거트 소스가 있어서 그것과 함께 먹으면 엄청난 단짠으로 혀를 유린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치르르에는 전용 소스가 없어서 따로 선택할 수 있는 머스타드를 고르고 치킨을 푹 찍어 맛을 보니. 치르르 시즈닝의 짭짤하고 꼬릿한 치즈 맛이 스모크 머스타드 소스의 크리미한 질감과 만나 전체적인 맛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단순히 맛이 하나 추가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은은한 스모크 향이 치킨의 풍미를 감싸 안으며, 맛 전체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려 주는, 그야말로 음식을 한 층 더 살려주는 느낌이었다. 단맛과 짠맛이 강했던 BHC의 소스가 어린아이의 입맛을 저격했다면,
이 스모크 머스타드 소스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깊은 맛을 내는, 잘 짜인 한 접시의 요리를 완성시키는 어른의 소스에 가까웠다.



쟁반 위의 모든 음식을 깨끗이 비웠을 때, 익숙했던 기준을 넘어선 새로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나에게 최고의 치즈 치킨이었던 BHC ㅃㄹㅋ이 즐거운 추억이라면, 오늘의 치르르는 육즙 가득한 치킨이라는 탄탄한 기본기 위에 훨씬 깊고 복합적인 맛의 즐거움을 더한, 한 단계 진화한 경험을 선사했다.


과거의 추억을 이토록 훌륭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완성시켜 다시 세상에 내어주신 이 제품의 개발자, 말코팀장님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고된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정말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새로 생긴 범계역점의 환한 불빛을 뒤로하며,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나의 '최애' 리스트 가장 높은 곳에 새로운 이름을 조용히 새겨 넣었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