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내밀어 준 손


미즈카와 약속한 다음날에도 코헤이는 평소보다 일찍 나올 수 있었다.


의외로 마음만 먹으면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스스로에게 감탄한다. 차갑고 향긋한 공기를 폐속으로 들이마시니 기분 좋게 몸의 잠이 깨어온다.


숲의 마른 잎을 밟으며 학교로 향하던 도중, 미즈카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발을 멈췄다.


"코헤이, 저 아이…...뭐하고 있는 걸까?"


미즈카는 코헤이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 누군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뒷모습으로 보아하니 여자아이인 듯하다. 체구도 작아서 아무리 봐도 초등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소녀에게서 가냘프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울고 있다.


"있지, 한 번 가보자."


"왜 너는......"


코헤이는 진저리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즈카는 무언가에 동정심을 느끼면 그대로 깊이 빠져버리는 버릇이 있다. 그 버릇 때문에 그녀의 집에는 고양이가 무려 8마리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이다. 어설프게 관여해서 좋을 일 없을 것이다.


미즈카는 진지한 표정으로 주장한다.


"그치만, 걱정되지 않아? 저런 곳에서 웅크리고 있다니, 몸이 안 좋은 걸지도 몰라. 쓰러지면 큰일이라구."


이렇게 된 이상 미즈카를 막을 방법은 없다. 고양이를 주워 올 때처럼, 끝내 집으로 데려가는 지경까지 이르고 말 것이다. 늘 그랬듯이.


코헤이는 포기했다.


미즈카가 천천히 그 소녀에게 다가간다. 코헤이 역시 상황에 떠밀려 따라가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저기, 무슨 일 있니?"


여자아이가 뒤돌아보았다.


웅크린 몸 사이로 그녀가 땅을 파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작은 삽을 힘없이 잡고 있었다. 체격은 중학생이나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일까. 하지만 아무런 표정도 드러나 있지 않은 그 얼굴만 봐서 구체적인 나이를 추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자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헤이는 그녀가 안고 있는 목도리 안에 어떤 작은 동물이 움직이지 않는 채로 싸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녀석의 무덤이야?"


여전히 말은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 모습이 소녀 자신마저 가냘픈 작은 동물처럼 보이게 한다.


"죽었구나......가여워라."


웅크리고 있었던 탓에 코트 앞자락이 엉망으로 더러워져 있다.


여자아이가 직접 판 구멍은 코트가 더러워진 정도에 비해 턱없이 작았다. 아마 힘이 부족한 걸지도 모른다.


"자, 이리 줘봐. 파 줄게."


코헤이는 여자아이에게 삽을 받아 푹 소리가 나게 땅을 찔렀다.


생각만큼 땅이 굳어있지는 않다. 그것을 확인하고는 미끄러질 법한 낙엽들을 한차례 대충 치워냈다. 그러고는 삽질을 시작했다.


코헤이는 말 없이 흙을 파기만 했다. 막힘없이 땅을 파 내려가서 손목 언저리까지 쑥 들어갈 정도의 깊이가 되자 여자아이가 코헤이의 상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이제 됐다는 뜻인 듯 하다.


그리고 목도리로 감싸여 있던 그 작은 동물의 모습을 드러냈다.


족제비와 비슷한 자그마한 동물이었다.


미즈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페럿이네. 이름이 뭐야?"


"......뮤우."


그 여자아이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미즈카가 미소를 지었다.


"뮤우, 라고 하는구나."


"응."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모습이 드러난 페럿을 다시 한번 목도리로 감싸고는 받들어 올리듯 천천히 구멍 안에 눕혔다.


"그럼 이제 묻는다."


"응."


여자아이의 대답을 듣고, 코헤이는 작게 쌓아 올린 흙을 구멍 안으로 밀어넣기 시작한다.


삽에서 흙이 떨어지는 모습을, 여자아이와 미즈카는 조용히 지켜보았다.


코헤이의 등 뒤에서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이내 아이 같은 울음소리로 변했다


코헤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흘러넘치는 눈물을 억누르지 못하고 목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뮤우, 뮤우!"


소녀는 코헤이를 밀어내고 절반 정도 묻힌 목도리를 손으로 파내어 꼭 껴안았다.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는 코헤이를 내버려두고 미즈카는 서럽게 우는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어딘가 모성적인 이미지를 느끼게 하는 풍경이다.


'우리 엄마는 저렇지 않았지만 말이야......'


한순간 쓰라린 기억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것을 털어버린다.


"자, 이제 편히 쉬게 해주자."


미즈카가 부드럽게 타일러준 덕분에 여자아이는 조금 진정된 듯 했다. 울음소리가 점점 가라앉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작별 인사를 하고 편안하게 쉬게 해주자, 응?"



"뮤우......"


여자아이는 한동안 이별하기 힘든 듯 목도리를 놓으려 하지 않았지만, 이윽고 다시 한번 꼭 껴안고서 그것을 흙으로 돌려보냈다.


"이제 진짜 묻는다. 이번엔 다시 파헤치지 말라고."


여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련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서둘러 흙을 덮었다. 흙을 전부 되돌린 다음, 탁탁 하고 삽으로 흙을 단단하게 다진다.


"뭔가 표시할 돌이라도 놓아둘까. 그러면 다음에 왔을 때도 여기가 뮤우의 무덤이라는 걸 알 수 있겠지."


코헤이는 근처를 걷을며 적당한 크기의 돌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방금 막 덮어서 주변과 색이 다른 흙 위에 놓아주었다. 하얗고 둥근 묘비다.


"다음에 올 때는 꽃이라도 가져다 줄게."


코헤이는 일어섰다.


"그럼 이제 슬슬 가볼까."


여자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은 있는 미즈카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우리는 갈 건데, 괜찮아?"


"응."


아무래도 여자아이는 아직 무덤 곁을 떠나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럼 갈게......바이바이."


코헤이의 재촉에, 여자아이가 걱정 되어 어쩔 줄 모르던 미즈카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번 손을 흔들고 걸어 나섰다.


중정이 보이는 펜스 옆에서 미즈카에게 물었다.


"시간을 꽤 잡아먹었는데 지금 몇 시지?"


"어.....그게......아앗!"


더 들어볼 필요도 없이,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코헤이는 재빨리 펜스 위에 올라가 허둥대고 있는 미즈카에게 손을 빌려주었고, 그녀가 땅에 착지한 것을 확인하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지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


점심 시간. 느긋하게 빵을 물어뜯고 있던 코헤이에게 학교 식당에서 돌아오는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화제가 어렴풋이 들린다.


오늘의 일일 정식 메뉴.


시험 대책.


언제나 그렇듯 사소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른 이야기가 하나 들려왔다.


"딱히 길을 잃은 것처럼도 보이지 않고......뭐였을까, 그 애는."


"왜 그래, 미아라도 보호한 거야?"


코헤이가 중얼거리던 학생에게 말을 건낸다.


"아까 사복을 입은 여자애가 교내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봤거든. 딱히 잊은 물건을 전해주러 온 것 같지도 않고, 어쩐지 이상하다 싶어서."


"흐음."


코헤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미즈카가 급하게 달려왔다.


"코헤이, 코헤이! 그 애가 와 있어! 학교 안을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어!""


"그 애가 누군데?"


태평하게 질문하는 코헤이에게 미즈카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 페럿 무덤을 만들어준 애! 그 애가 학교에 와 있다구!"


"농담이지......?"


미즈카의 말에 코헤이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아이, 분명 우리를 찾고 있는 거야."


"그거 진짜야? 나가모리, 어디서 봤어?"


"제1교사 복도를 달려가는 모습을 봤는데 그만 놓쳐버렸어. 같이 좀 찾아줘! 나 혼자선 무리야."


미즈카의 다리 힘이 등교길로 단련되었다고 해도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중간 정도인 듯 하다. 운동 신경이 둔하다는 소리를 듣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스포츠 만능인 것도 전혀 아니다. 그 작고 재빠른 여자아이가 뛰어다니는 것을 미즈카 혼자 붙잡기 어려울 것이다.


코헤이는 일어섰다.


"선생들보다 먼저 찾아서 확보해야겠네."


코헤이는 우선 빠른 걸음으로 제1교사를 향해 움직였다.


아무리 그래도 1층에서 3층이나 되는 건물을 어디서부터 뒤져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떡하지, 코헤이......"


"......있어봐."


코헤이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뮤우, 뮤우!"라고 외치는 그 여자아이의 목소리와, 아마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생기는 소란이 들려왔다. 위층이다.


소리의 크기로 짐작건데, 아마도 3층일 것이다.


"가자, 나가모리. 3층이야."


"응!"


코헤이는 일단 미즈카를 신경쓰지 않고 전력으로 달렸다.


2층에 올라가자 소리가 더 크게 울린다. 하지만 이 층은 아니었다. 확인하자마자 속도를 늦추지 않고 바로 계단을 올라갔다.


"뮤우, 뮤우!"


그녀가 있었다.


하지만, 그 뒷모습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작아져 간다.


"멈춰, 어이!"


그녀의 속도는 꽤 빠르다.


안 그래도 점심시간이라 복도에는 사람들이 붐비는데 구경꾼들까지 나와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헤이도 결코 발이 느린 편은 아니다. 미끄러지듯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고, 착실히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역시나 남녀의 다리 힘 차이는 있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여자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어 돌아보게 했다.


갑자기 뒤에서 강한 힘으로 몸이 돌려지자, 여자아이는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복도에서 뛰어다니면 혼난다고."


안심시키려는 듯이 웃어 주었다.


여자아이의 둥근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아차, 싶었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앙!"


여자아이는 코헤이의 가슴에 매달려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마침내 미즈카가 뒤쫓아왔다.


"나가모리......뭐 어떻게 해야 하냐, 나."


"아하하, 착하다 착해."


옆에서 미즈카가 소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무래도 코헤이가 마음에 아주 쏙 들어버린 모양이야."


"왜 그렇게 되는 거야?"


"그야 혼자서 낯선 학교까지 찾아올 정도잖아. 이렇게 무서워하고 있는데도 필사적으로."


"음, 그것보다 일단 좀 그만 울었으면 좋겠는데. 구경꾼들한테 말도 안 되는 오해를 사겠다고."


남자의 가슴에 매달려 울고 있는 소녀. 가십 거리 같은 추측이 난무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코헤이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여자아이는 여전히 울먹이는 채로 고개를 들었다.


"뮤우가 없어......"


코헤이는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뮤우는 죽었잖아. 오늘 아침에 같이 숲에 묻어주고 왔잖아?"


여자아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눈물범벅이 되었다.


또 울겠네, 라고 생각한 순간, 미즈카가 여자이이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외로웠던 거지?"


여자아이는 한 번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수업이 남아 있으니까 그게 끝나면 다시 만나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아주 잠깐만 더 밖에서 놀면서 기다려 줄래?"


"응."


그런 약속을 가볍게 해도 되냐고 딴죽을 걸기도 전에 미즈카가 이야기를 정리해 버린다.


"방과 후에 교문 앞에서 만나자. 절대 교내에 들어오면 안 돼."


"응."


"자, 가자."


그 후 미즈카는 여자아이를 밖까지 데려다 주었다. 여자아이는 뒤돌아 코헤이를 한 번 본 뒤, 미즈카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저렇게 보니 정말로 엄마와 아이 같은걸.'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코헤이는 눈물 자국이 남은 자신의 상의를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


방과 후가 되었다.


미즈카는 동아리에 가서 오늘은 쉰다고 말한 뒤,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너, 동아리 활동은 괜찮아?"


"괜찮아. 일단 첼로 파트 합주는 다 끝났으니까. 집에서도 연습해둘 거고."


"우우으읏, 내가 같이 가자고 했을 땐 거절했으면서."


연극적인 과장된 말투로 투덜거려 주었다.


"코헤이하곤 자주 같이 돌아가잖아. 다음번엔 코헤이를 위해 무리해서라도 시간 낼게."


"아니, 굳이 무리해봤자 그냥 딴길로 새서 집에 가는 거 뿐인데, 뭐."


"그런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즈카가 기쁜 듯이 웃었다.


"그보다 그 녀석, 아직 있을까?"


"아마 있을 거야."


미즈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코헤이는 내심 여자아이가 있지 않기를 바라며 교문으로 향했다.


*


그때부터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따분해 보이던 여자아이의 눈이 코헤이 일행을 발견하자마자 반짝 빛나더니, 이내 그녀는 두 사람을 향해 다다다 달려왔다.


"아하하, 많이 기다렸지."


미즈카가 달라붙은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도저히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는 모양이다. 돌봐주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걸까.


"해가 지기 전까진 제대로 데려다줘야 한다."


"알고 있어. 그러고보니 이름을 안 물어봤네. 뭐라고 부르면 될까?"


"시이나."


"이름은 어떻게 돼?"


"마유."


"한자로는 어떻게 써?"


허공에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글자를 써서 보여준다. 코헤이가 보기엔 너무 복잡해서 읽을 수 없었다.


"마유(繭)? 누에가 만드는 고치(繭) 말이지?"

제법 빠르게 손가락을 휘갈겼음에도 불구하고 미즈카는 읽어낸 모양이다.


"난 나가모리 미즈카. 그리고 저쪽이,"


"오리하라 코헤이."


"잘 부탁해, 마유."


미즈카가 활짝 웃는다.


"일단 큰길까지 같이 걸어갈까?"


"그나저나 나까지 꼭 가야 하는 거야?"


코헤이가 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당연하지. 얘 너를 엄청 따르고 있다구. 그치, 마유. 코헤이 오빠도 같이 있는 게 좋지?"


"응."


코헤이도 지지 않고 물었다.


"난 없는 편이 더 좋지 않겠냐?"


마유는 격렬하게 목을 흔들었다.


"그럼 결정. 가자."


미즈카가 걷기 시작하자, 마유도 다다다 발소리를 내며 뒤따라 걸었다.


어쩔 수 없다. 각오를 다지고 어울려 주는 수밖에.


코헤이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


넓은 상점가까지 나가자 마유가 눈을 반짝였다.


바로 옆에 애완동물 가게의 유리창이 있었다. 그 안에서는 TV 광고 같은 데서 본 기억이 있는 듯한 사랑스럽고 포동포동한 강아지들이 장난치고 있었다.


미즈카는 조금 슬픈 듯이 말했다.


"동물을 좋아하는구나."


"동물한테나 겨우 마음을 열 수 있는 성격이라선가......아니, 이 녀석 자체가 동물이나 다름없나."


푹 빠진 채로 쇼윈도를 들여다보는 마유의 머리를 미즈카가 쓰다듬어주었다.


"안에 들어가서 볼까?"


그렇게 말하자 마유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우웅, 괜찮아......뮤우는, 없으니까."


"페럿도 있지 않을까?"


"뮤우는 없겠지. 죽었잖아."


코헤이는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마유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앗, 저기 보자, 저기!"


미즈카가 발걸음을 재촉하며 마유의 등을 밀어주었다. 어쩌다보니 옆에 있는 팬시샵으로 미즈카가 얼른 들어가 버린다. 코헤이는 흠칫 했지만 가게 바로 앞에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이상해 보여서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


결국, 가게에서 뱀인지 뭔지 정체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생물 인형을 사주게 되었다.


미즈카와 돈을 나눠 내서 마유에게 선물했는데 그녀는 무척 기뻐 보였다.


이후에도 익숙하지 않은 장소를 오가게 되면서 기력이 바닥난 코헤이는 미즈카에게 마유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맡기고 그대로 귀가했다.


지독히 피곤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일은 꼭 평온한 날이 되기를 기도하면서 코헤이는 일찍 잠들어 버렸다.


*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코헤이! 마유가 또 교내를 뛰어다니고 있어!"


"크악, 또냐!"


코헤이와 미즈카는 바로 뛰쳐 나가, 이번에는 두 사람이 있는 제2교사에서 뛰어다니는 마유를 잡았다. 오늘은 어제 샀던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로 긴 인형을 목에 두르고 있었다.


"복도에서 뛰면 혼난다고 했잖아? 한 번 말하면 좀 들어, 알겠냐?"


마유는 순간 울먹거리는 표정이 되었지만,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유, 오늘은 무슨 일이야?"


마유는 망설이는 듯 미즈카를 보았다.


"학교."


"그래, 여긴 학교지."


코헤이의 대답이 핀트가 어긋났다고 느꼈는지, 미즈카가 대신 말해주었다.


"학교에 오고 싶었어?"


"응."


"네 학교는 여기가 아니잖아?"


마유는 고개를 떨궜다.


"자, 내가 데려다 줄게. 밖으로 나가볼까? 나중에 제대로 같이 놀자."


미즈카는 어제와 똑같이 마유를 교문까지 데려다 주러 갔다.


코헤이는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처 입은 작은 동물 같은 마유. 아무래도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어떤 사정이 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어째서 마유는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인가.


어째서 이렇게 쉽게 상처받고,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눈물을 쏟아낼 수 있는 것인가.


아마도 마유 본인에게 설명을 듣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복잡한 사정이라 할지라도, 현재 마유가 코헤이와 미즈카를 따르고 있는 이상,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코헤이는 느꼈다.


*


방과 후, 어디에도 들르지 않고 시이나 마유의 집까지 바로 갔다. 그리고, 한참 동안 마유의 어머니라는 인물과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왔다.


"저는 진짜 엄마가 아니니까." 라고 앞서 말하고, 그녀는 마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유는 제 품에서 울지 않는 아이라서......혼자서 우는 아이라서......"


그것은 너무나 슬픈 말이었다.


"누구에게도 위로받는 법을 모른 채 살아왔어요. 제멋대로 구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타인의 다정함을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 애가 누군가와 어울리고 싶어 한다는 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일이라 무척 놀랐습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온전하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분명 좋은 일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두 분이나 학교에 여러 가지 폐를 끼친 게 아닌지......"


"그럴리가요. 전혀 폐가 되지 않아요."


"학교 일은 뭐, 어떻게든 될 거고요."


돌아가는 길에 마유의 어머니는 자신의 의붓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나이인 코헤이와 미즈카에게 깊숙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어떤 가느다란 실에라도 매달리려는 듯이.


돌아오는 길에 코헤이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미즈카도 똑같았다.


'시이나는......나와 닮았어.'


이 마을에 막 왔을 때, 코헤이는 마음을 닫고 그저 울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마유처럼 학교에 가지 않고 집 안에서만 지내던 나날. 유키코 이모의 집 마당까지가 세계의 전부였다. 그 외에는 절대로 밖에 나가지 않았다.


이대로 울면서 세월을 보내다 죽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코헤이도 소중한 존재를 잃었었다.


그것을 계기로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라 믿었던 평온한 세계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소중히 여겨온 가족을 차마 견디기 힘든 방식으로 잃게 되는 형태였다.


*


7살 때였다.


전학 첫날부터 3주 넘게 학교를 쉬고 있던 코헤이는, 다른 학생들이 하교할 시간이 되어도 그저 우울한 눈으로 의미 없이 켜져 있는 텔레비전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 눈은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울어서 빨갛게 변해 있었다.


아무리 울어서 눈이 아파와도 이대로 그저 울고만 있겠다고 생각하던 코헤이의 귀에, 무언가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도 지금처럼 코헤이의 방은 2층에 있었다. 그렇게 높은 곳인데 우연히 무언가 날아와 부딪힐 만한 상황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누군가가 딱딱하고 가벼운 무언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툭, 툭, 유리창을 두드린다. 울다 지쳐서 기운조차 없던 코헤이였지만, 반복되는 소리에 조금씩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어서서 창문을 열자마자, 미간에 커다란 돌맹이를 정통으로 맞았다.


"뭐 하는 짓이야!"


"미안해! 미안해! 같이 놀고 싶어서 부르려고 했을 뿐이야!"


"거짓말 마!"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코헤이는 사과하고 있는 사람이 같은 반 여자아이임을 알아차렸다. 하굣길에 집까지 데려다주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나가모리 미즈카.


코헤이는 원망 섞인 목소리로 미즈카를 쏘아붙였다.


"기억해 둬! 내일부터 괴롭혀 주겠어!"


"으와아아아앙! 거짓말 아닌데!"


그 날 이후, 코헤이는 바로 등교 거부를 그만두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와서 미즈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치마를 들추기도 하고, 다른 학생들의 실내화를 그녀의 신발장에 산더미처럼 처박아 두는가 하면, 급식판을 엎어버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형편없는 짓들을 해대고도 미즈카와의 관계가 깨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


그때 미즈카가 돌을 던져주지 않았더라면, 결코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마음을 닫고 살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는 미즈카가 손을 내밀어 주었다. 하지만, 마유에게는 아무도 없다.


마유의 어머니는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듯 보이지만, 지금 상태로는 마유의 마음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드러난 상처는 누구에게도 치유받지 못한 채,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절친한 친구, 페럿 뮤우는 죽고 말았다. 그 장례식에 함께 있었던 것이 우연이었다고 해도, 과거의 자신과 똑같은 눈을 한 여자아이를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마유는 우연일지언정 우리와 만나게 되어서, 학교에 가고 싶다거나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다는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코헤이는 낮은 목소리로 미즈카에게 단호히 말했다.


"나가모리, 시이나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주자."


빙 둘러서 마유의 어머니에게 묻던 것을 미즈카도 보았겠지만, 역시 직접 듣는 것은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그녀는 조금 자신 없는 듯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게 정말 가능할까......"


"걱정 마. 승산은 있어."


마유를 가짜 학생으로 만들어 학교 생활을 하게 하려면, 우선 교복이 필요했다.


아무리 그래도 새 교복을 맞춰서 마유에게 건네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구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은 분명 이 학교의 교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절대 입고 오지 않는 여학생이 있지 않은가.


루미다.


전학오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루미는 계속 전에 다닌 학교의 교복을 입고 다닌다. 딱히 교복이 완성되지 않아서 곤란해하는 기색도 없었다. 가지고 있으면서 입지 않고 있다고 생각된다.


내일 마지막 수업에 시험 삼아 마유를 데려올 생각이다. 역시 점심까지는 교복을 빌릴 계획을 세워 두는 게 좋을 것이다.


"나나세가 교복을 입지 못해서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어?"


"으으응. 없는데."


"그럼 문제없어. 그 녀석은 분명 쓰지 않은 우리 학교 교복을 가지고 있어. 걔한테 빌리면 되겠지. 내가 빌릴 테니까 너는 시이나에게 건네줘서 입혀줘."


"응, 알았어."


줄곧 성실한 학생으로 지내며 학교에 알려지면 곤란할 짓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탓인지, 미즈카는 몹시 긴장한 기색을 보였지만 방긋 웃어 보였다.


"마유, 학교에 오면 분명 즐거워할 거야."


"그렇겠지."


아마 마유의 일로 엄청나게 고생할 것이 분명했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타인과 끝내 관계를 맺지 못한 채, 마음을 닫아버렸을지도 모를 또 다른 자신을 상상하며 코헤이는 의욕을 내고 있었다.


"같이 힘내자."


"어."


코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은 깨닫지 못했지만 코헤이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무척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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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에 따라 안 나오기도 하는 마유 등장

뮤우 묻을 때 원작에서의 CG

애니

마유에게 사준 수수께끼의 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