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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ONE ~빛나는 계절로~, KANON, AIR, CLANNAD, 리틀 버스터즈!EX, Angel Beats!, 고양이 사냥족의 우두머리
약 2년에걸쳐 전 중 후로 나뉘어 진행된 5장
이 세 이야기를 하나로 묶은 테마는 크게 ‘트라우마’와 ‘혼’이다
루카, 카렌, 테즈카는 각 장에서 자신의 과거 트라우마와 직면하며
히구치, 유이나의 경험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본 작품에서의 혼의 정의를 제시한다
먼저 트라우마에 대해 살펴보자면
5장 전편에서 루카는 첫번째로 카야모리 히나타의 죽음이라는 자신의 트라우마와 직면하게 된다
이 어머니의 죽음을 주인공이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받아들여 극복하는 구조는 MOON.의 아마사와 이쿠미와 매우 흡사하다
프로이트 심리학에서는 트라우마의 극복방법으로 트라우마의 원인이 된 기억을 불러내어 재구성하고 현실로서 받아들이는것을 제시하는데
MOON.에서도 이러한 방법으로 정신을 단련하는 일련의 묘사가 등장한다
5장 중편의 카렌역시 자신의 숨기고 싶은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하려하나 대량살인이라는 허용량을 넘어선 과거의 기억에 삼켜지고 만다
이를 야마와키와의 대치를 통해서 극복하게 되는데, 카렌은 야마와키가 자신이 과거에 겪은 것보다 더 처참한 현실을 본 것을 깨닫게 되는걸로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이 또한 MOON.에서의 아마사와 이쿠미와 정체불명의 소년의 대화 속에 비슷한 설명이 존재한다
“현실은 언제나 가혹해. 하지만 인간은 잘 만들어져있기에 언젠가 직시할 수 있게 되지. 가혹한 현실에서 살다보면 그것보다도 더 가혹한 존재를 알게되고, 이윽고 그게 가혹한 것이 되며, 이전까지의 현실의 가혹함은 평범한 것이 되는거야.”
5장 후편의 테즈카는 과거의 삶 자체가 그녀에게 있어서의 트라우마였다. 선천적인 장애로 인해서 일찍이부터 현실세계에 절망한 그녀는 교통사고로 유일하게 삶을 실감하게 해주는 농구마저 잃게 된다
이러한 테즈카의 모습은 Angel Beats! 콜라보 2탄에 등장하는 키사키 쿠온과 매우 흡사한데, 그 또한 선천적인 장애로 현실세계에 절망했고 자신을 유일하게 현실세계에 붙들어 준 존재인 히사코도 곁을 떠난다
사실 정도의 심각함만 다를 뿐이지 ONE ~빛나는 계절로~의 나가모리 미즈카 루트에서의 주인공 오리하라 코헤이, CLANNAD의 주인공 오카자키 토모야, 소설 고양이 사냥족의 우두머리의 등장인물 쥬로마루 등도 모두 현실세계에 대해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인물들이다. 그리고 테즈카를 포함한 이들 모두는 각자 한 소녀에 의해 구원받는다
사실 이러한 인물상은 마에다 준 자신을 투영한 것으로 테즈카가 마지막 인터뷰 장면에서 한 말들은 마에다가 과거 인터뷰에서 한 발언들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 5장 후편의 츠카사의 교류에서 이러한 기적적인 만남에 의한 구원을 부정하는 내용의 ’아름다운 꽃 피는 언덕에서’를 부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음으로 혼이 헤븐번즈레드에서 어떻게 정의되었는가를 보면
혼은 전생을 반복하며 고차원에는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매우 유사한데, 소설 고양이 사냥족의 우두머리에서도 열심히 이론을 스스로 고민해서 생각해낸 쥬로마루에게 할아버지가 그런건 이미 수천년전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같은 철학자들이 생각했던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쿠라의 혼이 로스트 나비의 몸에 갇혀있다는 표현도 이데아론의 육체는 혼의 감옥이라는 것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마에다 준의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혼에대한 마에다 준의 사고의 변천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혼과 전생의 개념이 마에다 준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AIR인데 칸나비노미코토와 카미오 미스즈를 통해 하늘 너머라는 다른 차원에 있는 동일존재이자 전생으로, 주인공 쿠니사키 유키토와 그녀는 이번 생에서는 온전하게 보답받지 못한 삶으로 끝난다
여기서 지금 삶이 보답받지 못하면 의미없지 않은가? 라는 의문이 발생하게 된다. AIR의 인터넷상 비판중 많은 부분은 이 점을 문제시 삼는다
다음 작품인 CLANNAD에서도 다른 차원의 동일존재가 등장한다, 여기서는 다른 차원이 환상세계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AIR와는 반대로 최종적으로 환상세계가 붕괴함으로서 현실세계의 주인공들이 구원받게 된다
이러한 ‘기적’을 위해서는 무언가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은 KANON의 사와타리 마코토 시나리오에서부터 등장한 마에다 준의 ‘기적’에 대한 스탠스로서, CLANNAD에서 AIR의 반대구조를 그린 것은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해피엔딩이라고 느끼기 하기위한 엔터테인먼트성을 위한 무대장치로 보인다. 단순히 빛의 구슬이 모여서 기적이 일어났다를 표현하고자 하는거라면 환상세계라는 존재는 등장할 필요가 없기때문
허나 이 혼 시스템에 대한 의문은 이정도로 끝이 아니다. 만약 불의의 사고로 죽게된다면? 나를 구원해줄 운명의 상대를 만나지 못한채로 죽는다면? 그럼 그냥 어쩔 수 없이 처참한 인생을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그렇게 등장한 이를테면 인생의 연장전이 곧 Angel Beats!이다
Angel Beats!는 수많은 종교에서 다루는 ’성인이 되기전에 죽은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장소들과 매우 흡사한 배경을 지닌다. 인류사에서 현대이전엔 어린아이일수록 죽는일이 허다했고, 인생을 복가하지 못한 그들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는 종교적으로도 중대한 사안이었다
다른 종교의 그것들과 마찬가지로 Angel Beats!의 세계역시 거쳐가는 장소로서 표현된다. 이 장소에서 ’청춘‘을 보내는 것으로 자신의 삶에 납득하고 다음 생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시스템으로 현실세계가 아닌 다른 차원에 해당하는 곳이다
플라톤은 혼이야말로 본질일 경우에는 결국 이번생이 망했으면 죽으면 그만인 인생 리세마라가 일어나는걸 부정하기 위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면 신의 노여움을 산다는 주장을 해왔으며, 윤회전생을 다루는 힌두교와 불교역시 카르마시스템에 의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걸 부정한다. 이는 Angel Beats!에서도 나카무라 유리의 입을 빌려 스스로 죽음을 택하면 여기에 오지 못한다고 설명된다
그러나 수년 후에 나온 게임 Angel Beats! -1st beat-에서는 이러한 설명이 사라지고, 불합리한 인생에 저항했기 때문에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않았다는 설명으로 바뀐다. 그리고 다시 수년이 지나 헤븐번즈레드의 Angel Beats! 콜라보 2탄 스토리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 키사키 쿠온이 그 세계에 왔다는게 밝혀진다. 키사키 쿠온의 퍼포먼스성 강한 그것을 불합리한 인생에대한 저항의 일부로 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태어날때부터 불행한 자들에 대한 구원도 필요하다는 생각일까. 어찌되었던 마에다 준 안에서 무언가 인식의 변화가 있던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이는 5장 전편에서 이즈미 유키와 히구치 세이카의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면 카르마와 비슷하게 전생후에 감정의 상실이라는 패널티를 안게 된다는 설명이 새롭게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의 상실, 추억의 상실이 카야모리 루카를 잃고 고통스러워도 계속 살아야 한다는 구심점이 되는데, 이는 MOON.에서부터 계속해서 이어져온 과거의 즐거웠던 기억, 괴로웠던 기억이 모두 삶을 구성하는 것이라는 프로이트적인 사상에 기반한다. 감정을 잃는다는 것은 그 모두를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
마에다 준의 혼을 구원해주는 대상에 대한 인식의 변천도 같이 보자면 처음은 이성과의 관계성에 국한된이야기였다 이는 AIR에서 가족애까지 포괄하게 넓어지고, CLANNAD에서는 마을이라는 공동체까지 확대 된다. 다만 어디까지나 조력적인 의미로서 진정한 구원은 후루카와 나기사에 의한 것으로 이는 시간을 새기는 노래의 가사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리틀 버스터즈!에서 이윽고 이는 단순한 이성애가 아닌 우정과 나아가서는 동성애로까지 확대된다. 이성인 나츠메 린만으로는 나오에 리키의 혼을 완전히 구하지 못하며, 마찬가지로 나오에 리키만으로는 나츠메 린의 혼을 완전히 구하지 못한다. 실제로 마에다 준은 Key 블로그의 대담에서 집필에서 동성애를 의식하고 제작했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이 뿐만이 아니라 리틀 버스터즈! EX에서는 사사세가와 사사미 루트에서 최초로 완전한 동물과의 교감을 통한 구원도 등장한다. KANON의 사와타리 마코토, CLANNAD의 사가라 미사에 루트 등 인간이 아닌 동물과의 이야기도 나오긴 하지만, 그들이 인간의 모습(이것도 일종의 전생이다)일 때 이성으로서 대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으나, 드디어 완전한 동물과의 교감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그리고 Angel Beats!에서 그것은 나카무라 유리에 의해 동료애라는 좀 더 아가페적인 사랑으로까지 확대되며 헤븐번즈레드에서 외계인과 인간, 인어와 인간, 유령과 인간, AI와 인간에 이르기까지 더욱 더 광범위로 확대된다
재미있는 것은 MOON.에서 이미 외계인과 인간의 사랑을 다루었다는 것이다. 비록 인간의 모습이긴 했으나. 이는 제작당시 마에다 준이 심취한 만화인 키토 모히로의 ‘반데미엘의 날개’와 좋아하는 만화인 테즈카 오사무의 ‘불새’의 우주편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인데, 탱글이가 취한 행동인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서 (자기 입장에서)괴생명체의 모습으로 스스로 변하는 것도 불새에서 비슷한 장면이 등장한다
야마와키, 카렌, 유이나, 루카의 각성 역시나 혼과 관련이 있다. 야마와키 본 이바르는 5장 중편에서 기억을 잃고 조난당해 여태 속해있던 환경과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질서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실로 전생 혹은 다른차원의 나라는 존재와 같은 형태가 아닌가? 유이나의 체험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야마와키는 ‘살기위해 죽인다’는 본질적인 깨달음을 얻게된다.
그도 그럴 것이 세라프부대원은 인류가 아니다. 지금 인류의 편을 들고 캔서를 죽이고 있는 행위 부터가 본질적으로 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캔서를 모두 소탕한 뒤 인간이 나비를 죽이려고 한다면? 상대가 인류이기 때문에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내줄 것인가? 야마와키가 카렌에게, 유이나가 루카에게 내던진 물음은 넓게 보면 이것과 같은 의미이다. 내가 상대를 죽이지 않는다고 상대도 나를 죽이지 않는 상냥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5장 후편에서 루카가 특훈을 받는 동안 나머지 31A 사이에서 이루어진 강도 정당방위 살인이라는 테마도 또한 동일하다 볼 수 있다.
혼과 전생이라는 장치는 결국 왜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안티테제이자 동시에 진정한 구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마에다 준은 그것을 청춘, 좋은 기억등으로 작품들에서 풀어내 왔다. 헤븐번즈레드에서의 그 가장 큰 예시는 바로 스토리 이벤트 ‘그 소녀 내가 유일한 빛이라고 말하면 어떤 얼굴을 할까’인데, “어차피 전생할건데 지금 열심히 왜 사나?”의 최종형에 가까운 것이 곧 “어차피 나중가면 태양계 자체가 사라지는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AI가 탑재된 로봇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인공생명이 등장한다. 이는 얼마나 가혹한 환경이더라도 버틸 수 있으며 영원에 가깝게 가동한다. 어찌보면 로스트 나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혼이 갇혀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테즈카 이상으로 답없는 삶밖에 남지않은 존재에게 있어서 유일한 빛이자 구원이 카야모리 루카의 청춘이라는 기록, 그것을 목격한 AI의 기억으로서 그려진다
현실이 얼마나 고통스럽더라도, 사랑하는 이들을 잃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타인에게 이용당해서라도 생을 갈구한다. 그런 강함과 그 눈부심을 그려낸 것 또한 MOON.이었다. 그런 면에서 전체적으로 헤븐번즈레드는 마에다 준의 진정한 원점회귀이자 집대성이 아닌가 이번 5장을 플레이하면서 생각했다
표현 면에서도 이러한 원점 회귀가 눈에 띄는데, 사실 클라이맥스에서 등장인물이 감정을 폭발시키며 죽음, 이별을 맞이하는 연출은 MOON.과 ONE ~빛나는 계절로~에서 히사야 나오키가 사용했던 것을 KANON부터 흉내낸 것으로 초기의 마에다의 연출에 있어서 죽음, 이별자체는 매우 담담하게 감정이 표현된다
‘28m의 영원’, ‘그 소녀 내가 유일한 빛이라고 말하면 어떤 얼굴을 할까’, ‘프로젝트 펜리르’, ‘Honey Baby, Love Me, I love You’, 이번 5장 후편까지 연출면에서 초기의 마에다로 회귀하고 있지 않은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마에다 준이 이 헤븐번즈레드에서 최종적으로 완전히 히사야의 그림자를 떨쳐낼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