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우리는 나린이들이 이름 모를 중국제 나이프를 구입하는 것을 본다. 그럴 때마다 무수한 칼잘알들이 모라부터 스트롱암, srk를 거쳐 폴크니븐과 벤치메이드에 이르기까지 소위 '검증된' 나이프들을 사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저딴 쓰지도 못할  잡철 쓰레기 산업폐기물은 제발 좀 사지 말라고. 무슨 마음인지는 안다. 어차피 실사에 쓸 퀄리티도 안 되는 물건이고 이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 들이고 안목이 높아지면 머지않아 쳐다도 안 보게 될 걸 아니까. 불필요한 소비를 막아주려는 그 정의로운 마음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의 올챙이적 시절을 되돌아보자. 지금 봐서는 되도 않는 기묘한 나이프들에 꽂혀서 한 두개쯤 사모아보지 않았는가? 지금이라면 절대 안 사지만, 나도 소장하던 나이프가 2자리수를 안 넘어가던 시절에 UC나이프 한 개에 꽂혀서 한달을 물고 빨곤 했었다. 당시엔 그게 내 안목의 수준이었고 그 안목 수준에서는 뚱뚱한 과도처럼 생긴 폴크니븐 f1보다, 과시용 명품 지갑도 아닌 것이 날면에 지네 로고를 대빵 크게 새겨놓은 Esee보다 그딴 장식용 소품이 더 예쁘고 터프해보였던 것이다. 누가 뭐래도, 당시의 내겐 7cr13으로 만든 중국제 UC 나이프가 제일 만족도가 높은 초이스였던 거다.

고로 난 나린이들이 멋 모르고 중국제 나이프를 지르는 게 전부 하나의 괴정이라 생각한다. 식재료만 썰어도 날 무뎌지고 가드 흔들리고  밸트에 몇 번 찼을뿐인데 쉬스 박음질이 풀리는 엿 같은 경험도 해봐야 제대로 만들어진 나이프의 진가도 알게 되는 것이다. 나린이가 짱개칼로 지름 인증을 한다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나린이의 결정에 한탄하고 마치 멋 모르는 애 취급하면서 브랜드 나이프 추천해놓고 뿌듯해하기 보다는, 그저 다 거쳐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아빠 미소를 지어주자.

실사할 때 위험하니 절대로 저런 거 사지 말라는 실용주의자들도 있던데, 솔직히 말해 첫 나이프 지르는 나린이들 8~9할은 험하게 사용하려고 사는게 아니라 그냥 '멋있어서' 산다. 즉 엄마 들어올까 노심초사하면서 방구석에 틀어박혀 만지막 만지작하려고 사는거지 당장 산에 들고가서 바토닝하고 페더스틱 만들고 쵸핑하려고 사는게 아니라는 거다. 설령 나린이가 캠핑용으로 샀다고 말을 해도 그 말을 액면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괜히 흉기나 사모으는 싸이코패스로 보이고 싶지 않아 갖다가 붙인 그럴싸한 구실일 가능성도 상당하니까. 우리들이야 나이프 수집이 하나의 취미고 취향이라 생각하지만 아직 날붙이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큰 나린이들은 별다른 목적없이 칼을 산다는 거 자체가 민망할 수도 있는거다. 더불어 우리가 그렇게 혀를 끌끌 차며 좋은 물건 추천 안 해줘도 이쪽 세계에 남을 애면 결국 눈팅 열심히 해서 다음에 알아서 쓸만한 거 산다.

꼰대를 비판하는 꼰대가 되지 말고, 청정한 갤을 위해 이주까지 한 마당에, 우리 보다 성숙하고 자비로운 철갤럼이 되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