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 김수영

그것하고 하고 와서 첫번째로 여편네와
하던 날은 바로 그 이튿날 밤은
아니 바로 그 첫날 밤은 반시간도 넘어 했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그년하고 하듯이 혓바닥이 떨어져나가게
물어제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지간히 다부지게 해줬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이게 아무래도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槪觀)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똑똑히는 몰라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는 섬찍해서 그전의 둔감한 내 자신으로
다시 돌아간다
연민(憐憫)의 순간이다 황홀(恍惚)의 순간이 아니라
속아 사는 연민(憐憫)의 순간이다

나는 이것을 쏟고난 뒤에도 보통때보다
완연히 한참 더 오래 끌다가 쏟았다
한번 더 고비를 넘을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
지독하게 속이면 내가 곧 속고 만다

ㅡㅡㅡ
미인 - y여사에게

美人을 보고 좋다고들 하지만
美人은 자기 얼굴이 싫을 거야
그렇지 않고야 미인일까

美人이면 미인일수록 그럴것이니
미인과 앉은 방에선 무심코
따놓은 방문이나 창문이
담배연기만 내보내려는 것은
아니렷다

*(아내친구랑 있는 술자리에서 구상한 것)

ㅡㅡㅡ
죄와 벌

남에게 희생을 당할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놈이 울었고
비오는 거리에는
사십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ㅡㅡㅡ
너를 잃고
늬가 없어도 나는 산단다
억만 번 늬가 없어 설워한 끝에
억만 걸음 떨어져 있는
너는 억만 개의 모욕이다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꽃들
그리고 별과도 등지고 앉아서
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
늬가 없어도 산단다

늬가 없이 사는 삶이 보람있기 위하여 나는 돈을 벌지 않고
늬가 주는 모욕의 억만 배의 모욕을 사기를 좋아하고
억만 인의 여자를 보지 않고 산다

나의 생활의 원주(圓周) 위에 어느 날이고
늬가 서기를 바라고
나의 애정의 원주가 진정으로 위대하여지기 바라고

그리하여 이 공허한 원주가 가장 찬란하여지는 무렵
나는 또 하나 다른 유성을 향하여 달아날 것을 알고
이 영원한 숨바꼭질 속에서
나는 또한 영원히 늬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 하겠다
나는 억만무려(億萬無慮)의 모욕인 까닭에
*이건 연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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