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kpd&no=10439&search_head=20&page=1
(2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kpd&no=10534&search_head=20&page=1
(2편에서 이어짐)
평생 동지 클라라 체트킨과 함께
멋지게 차려 입고 밖으로 나간 갤주님
눈밭 속에서 독일 제국의 군인들이
한창 군사 훈련에 나서고 있다.
그걸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둘.
당시 독일 제국의 황제는 빌헬름 2세로서
외교 귀신인 비스마르크를 축출하고는
한창 독일 제국의 확장에 신경 쓰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군비를 확장하고 군대를 키우는 것이었는데
이는 갤주님한테는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제국주의 열강들의 탐욕은 끝이 없었고
이것은 점차 충돌할 기미를 보여 가고 있었기에
갤주님은 유럽에서 전쟁이 터질 것을 염려했다.
실제로 '벨 에포크'라 불릴 정도로 풍요로운 유럽은
사실상 조금씩 전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사회민주당 지도부의 인식은
여전히 수정주의/보신주의 경향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독일 사회민주당은 당대 서유럽 사회주의 정당 중
가장 크고 많은 것을 성취한 정당이었지만
정작 혁명에 대해서는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었다.
지도부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식사 시간
갤주님과 지도부의 갈등은 점차 뚜렷해져 간다.
이미 많은 것을 이뤄냈고 혁명을 하기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다는 지도부에 맞서
갤주님은 용감하게 혁명을 주장한다.
이그나츠 아우어 : 다른 나라 정당들보다 더 많은 걸 성취했어요. 영향력 있고 더는 지하 활동을 하지 않아요. 공식적으로 뚜렷한 영향을 미쳐요. 물론 한계 내에서지만요. 지지율도 꾸준히 상승해 왔어요. 카를 카우츠키 : 네, 로자도 그건 알아요. 이그나츠 아우어 : 자칫하면 잃을 게 많아요! 로자는 그걸 고려 안 해요. 갤주님 : 뭘 성취했는데요? 대중들에게는 묻지도 않고 노조가 결정해요. 아우구스트 베벨 : 대중의 목소리가 있잖소. 갤주님 : 대중은 의회주의에 신물을 내요. 당이 끌려가지 말고 상황을 이끌어야죠. 아우구스트 베벨 : 총파업은 꼭 필요할 때 하는 거요. 카를 카우츠키 : 상황이 무르익는 대로 그 방식을 쓸 거예요. 괜히 성급하게 굴다간 승리를 놓치고 패배해요. 갤주님 : 편의대로 온건책을 뒤섞는데 가만히 있다가는 분열이 일어나요. 클라라 체트킨 : 여성 선거권도 그래요. 왜 당에서는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죠? 갤주님 : 클라라, 그건 여기서 논할 게 아녜요. 아우구스트 베벨 : 그래, 클라라 말이 맞아. 늘 여성 문제를 피력하라고 권했는데... 그런 명석함과 투쟁성으로 같은 여자들을 위해 나서야지. 클라라 체트킨 : 큰 일은 남자들한테 맡기고. 갤주님 : 할 능력 있으면 하라고 해요. 루이제 카우츠키 : 로자는 투쟁적인 게 아니고 용감한 거에요. 이그나츠 아우어 : 그건 그렇지. 하지만 용기 자체는 덕이 아니죠. 아우구스트 베벨 : 용기는 제때에 필요한 거요. 때가 올 거야. 장담해, 로자. |
이 대화를 통해 우리는
당시 사회민주당 지도부와
갤주님 간 인식 차이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먼저 사회민주당 지도부는 의회주의에 충실했다.
겉으로는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를 비난했지만
실제로는 '때가 이르지 않았다'고 늘 말하며
갤주님이 말하는 혁명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이미 얻은 것이 꽤 있는지라 잃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반면에 갤주님은 사회민주당이 노동자 정당으로서
노동계급을 이끌고 혁명으로 나가야 한다고 봤다.
갤주님이 보기에 사회민주당은 의회주의에 굽혀서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만 행동하는 정당이었으며
혁명을 위한다기보다 오히려 회피하고 있었다.
또한 한 가지 특기할 점이 있는데
바로 여성 문제에 관해서이다.
갤주님의 동지 클라라 체트킨의 경우에는
갤주님보다 더 앞장서서
여성 해방 문제에 관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갤주님은
여성 해방이나 페미니즘 등의 주제에 대해선
별로 의견을 피력한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갤주님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계급 투쟁에 더 신경을 쓰셨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갤주님이
여성 해방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갤주님은 페미니즘에 대해서
그것이 부르주아 여성들만을 위해
이용되고 있음을 크게 경계했었다.
한편 갤주님은 자신의 인생에서
두번째 연인을 맞이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코스챠 체트킨으로
동지 클라라 체트킨의 아들이었다.
로자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쓰던 레오는
그 사실을 알고 분노하며
그를 죽여버리겠다고 어리광(?)를 부린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마음을 바꿀 갤주님이 아니었다.
코스챠 체트킨은 분명히 레오하고는 달랐다.
레오가 연애보다 혁명을 우선시 했다면
코스챠는 갤주님을 열렬히 위해 주었다.
다만 코스챠는 아직 젊은이였기에
레오에 비해서는 지적 능력은 부족한 편이었다.
레오와의 관계에서 지쳤던 갤주님에게
코스챠와의 관계는 분명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코스챠와의 관계가 있다고 해서
레오와 관계를 끊었다는 건 아니었다.
동지애로서의 관계는 여전히 계속됐으니까.
한편 갤주님은 자신과 그래도
어느 정도 의견이 맞다고 생각했던
카를 카우츠키와도 점차
선명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갈등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글이 너무 급진적이라
선거를 코앞에 두고 발표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이유로
카우츠키가 갤주님의 기사를
당 기관지에 발표하는 걸 거부한 것이었다.
사실 갤주님이 사회민주당에 들어오고
카우츠키네를 들락날락거리면서
도움도 받고 아내 루이제와 교류도 하고
카우츠키와 함께 행동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럭저럭 잘 지내온 건 맞았다.
그러나 갤주님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마르크시즘 선생인 카우츠키가
점점 수정주의적 경향을 보이는 걸 눈치챘다.
"때가 이르지 않았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늘 공수표만 던져왔던 것이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까지 이르면서
갤주님과 카우츠키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이제는 완전히 결별하게 되고
서로 날을 세우면서 대립하게 된다....
카우츠키가 기사를 발표해주지 않으니
직접 거리로 나가 당원들과 노동자들을 만나며
한껏 반전 연설을 하는 갤주님.
여기서 갤주님은 달변가답게
엄청난 전율과 아우라를 뽐낸다.
여러분,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40년 동안의 평화를 들먹입니다. 평화로운 발전이 가능한 시대로 향한다고 단정짓습니다. 이 평화의 환상은 곧 증발할 것입니다. 40년의 평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유럽 밖에서 일어나고, 유럽이 간여했던 전쟁들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위협을 지지하는 자들은 평화 유지를 가장하여 국경과 해양에서 광기를 만들어 낸 것에 대해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주의 정당들도 군국주의의 억제를 아예 단념했습니다. 싸움이 인간 본성의 일부라면서, 위험한 이웃들을 우려해 무장한다고 합니다.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평화는 가능하며 평화롭게 살아야 합니다. 지배자들은 결정권이 있다면서 주요 사안에서는 여론을 무시합니다.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무책임하게 부추기는, 바라지도 않는 전쟁을 허용해야 합니까? 프랑스나 다른 나라 형제들을 향해서 살인 무기를 드는 행위에 대해 외칩시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
'벨 에포크'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은
어느 정도 풍요로운 듯한 분위기가
유럽 전체를 휘감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낙관적으로 진보를 믿었다.
하지만 그 실상에는 자본주의의 탐욕과
제국주의의 침략욕이 가득했으며
이제 각국은 조금씩 충돌하며
전쟁을 향하여 불안한 발걸음을
한발한발 떼고 있었다.
그것을 무시하고 심지어는 전쟁을
공공연하게 지지하는 듯한 행위가
반동 세력은 물론이고 자유주의 세력
심지어 사회주의 세력에까지 침투하여
평화를 심각히 위협하였다.
여기에 맞서서 갤주님은
평화는 가능하다고 외치며
각국의 프롤레타리아 형제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눠선 안 된다고
열렬히 부르짖었던 것이다.
병사들에게도 총을 쏘지 말라고
열심히 연설한 덕분에
검사에게 기소되어 법정에 간 갤주님.
검사는 갤주님을 두고
'붉은 로자'라고 지칭한다.
잘못하면 반전 운동 했다고
빵에 입학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럼에도 갤주님은
유려한 달변을 뽐내면서
재판장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분명히 저는 병사들에게 이렇게 말할 줄 밖에 모릅니다. 쏘라고 명령 받았을 때 쏘지 마라. 그렇지 않은가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결론 속에는 상부의 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가 말한 논리의 결과를 사회민주주의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희로서는 전쟁의 최종 결과를 믿지 않고... (판사가 지휘봉을 치며 제재하자) ... 해결책은 군의 상명하복이 아니며 사람들 내부에서의 깊은 통합 정신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런 믿음에 이르러 사회민주주의의 주장과 활동을 이해하게 되면 다시 말하여, 대다수가 전쟁이 아주 부도덕하고 추악하며 불가한 현상이란 걸 알게 되면 거기에 맞서 싸울 거라는 겁니다. |
.... 역시 달변가는 다르다.
사회주의자이자 국제주의자로서
갤주님은 전쟁에 대해 확고하고도
명확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갤주님이 이렇게 법정에서 판사와 검사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보다도 전쟁의 부도덕함과 잔인함
그리고 이것이 사회주의에 반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확신과 달변의 대가는
으레 이러한 재판에서는
무죄 판결이나 훈방으로
결론나고 했었다.
활발한 반전 운동으로 인해 갤주님은
우익 언론들도 주목할 정도로
꽤나 유명한 인사로 거듭난다.
그리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서
강단에 오른 갤주님.
여기서 갤주님이 하는 연설은
영화를 통틀어서 손꼽이는
명장면이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는 갤주님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여기 이 사람은 중대한 국사범이라고 검사가 유죄로 기소한 여자입니다. 저를 기소했다고 제 조국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제게 그 조국은 더 크고 소중한 곳입니다. 남녀 노동자 대중이 있는 그곳이 바로 조국 아니겠습니까? 쉴러의 희극을 보면 발렌슈타인은 밤하늘을 관찰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읽었습니다. "때가 가까웠고, 지금은 마르스(전쟁의 신)이 지배한다." 이건 오늘날에도 적용됩니다. 전쟁의 신 마르스가 여전히 지금의 지배자고 여전히 살인 무기에 의존하여 권력을 잡고 있고 여전히 전쟁을 준비하며 복속시킨 의회에 전비를 제출한다지만 발렌슈타인은 말했습니다. "때가 가까웠다. 우리의 때가 가까웠다." 우리가 우뚝 설 그 날이 오고 있습니다! 소심한 검사가 환영으로 보고 있는 학살극 따위는 없을 겁니다! 아니, 우리의 사법권은 인류에게 가치 있는 사회 질서를 창출해 낼 겁니다! 착취가 없고 대학살을 모르는 사회! 고대의 성인들과 철학자들이 꿈꾸던 이상을 실현하는 사회! 그날의 여명을 앞당기기 위하여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하여 사법권과 무력에 맞서야 합니다! |
갤주님은 전쟁을 바라지 않았다.
갤주님은 혁명을 바라셨다.
그리고 그 혁명으로
낡은 자본주의와 구체제를
말끔히 없애기를 원하셨다.
갤주님은 새로운 사회를 원하셨다.
고대의 성인들과 철학자들이
꿈꾸던 이상적 사회가 꿈이 아니라
이제는 생시에 이뤄내기를
간절히 원하셨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쟁취하기 위해서
탄압과 투옥을 무릅쓰면서까지
사회주의적 신념을 가지고
투쟁하고 또 투쟁하며
반동과 수정주의에 맞섰다.
하지만 세상은 전쟁을 향해 나아가고
어쩌면 그것을 막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갤주님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워나갈 것을 천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싸워 나갔었다.
"때가 가까웠다. 우리의 때가 가까웠다!"
[뱀발]
1. 갤주님은 당대에 활동하기에는 너무 많은 핸디캡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유대계였고, 다리를 절었으며, 여성이었고, 당대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는 급진파로 통했다. 그렇기 때문에 갤주님은 독일 사회민주당 내에서 활동하면서도 많은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앞에서 말한 그녀의 핸대캡을 운운하며 유치한 비난을 해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는 러시아 차르의 밀정이라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참고로 이런 비난을 했던 사람은 빌헬름 리프크네히트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아들 카를 리프크네히트는 갤주님과 같은 동지로서 활동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주님은 이런 비난이나 핸디캡을 극복하고 당대 최고의 마르크스주의자 중 하나로 거듭났다.
2. 갤주님은 코스챠 체트킨하고 사귀면서 처음에는 클라라 체트킨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은 듯하다. 사실 친한 친구 아들내미하고 사귀고 있다는 것을 누가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나중에 다 알게 되었지만 클라라 체트킨은 자신의 친한 친구가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았다는 데 좀 섭섭해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걸 문제 삼지는 않은 모양이다. 작중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 같은 여자를 만난 게 아들한테는 복(...)이에요."
3. 알고 보니 갤주님도 집사였다. '미미(Mimi)'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키우셨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이 내용이 나온다. 나도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하기에 영화에 고양이가 나왔을 때 참으로 좋았다.
"내가 미미다냐옹." (귀엽다)
4. 재판장에서 갤주님이 사회민주주의를 운운하신다. 사회민주주의? 갤주님은 사회민주주의하고 척을 지는 거 아니었어? 물론 현재에 와서는 사회민주주의가 수정주의적 마르크스주의와 동일어로 읽혀지지만, 그때는 사회민주주의란 당시의 사회주의를 말하는 용어였다. 로자 룩셈부르크도 사회민주주의자였고, 블라디미르 레닌도 사회민주주의자였고, 배신자 에베르트도 사회민주주의자였다. 다만 그들 각자가 생각하는 '사회민주주의'란 심각하게 큰 차이가 존재했었을 뿐이다. 그리고 훗날 공산당과 사회민주당의 위치가 확실히 구분됨에 따라 '사회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수정주의자들의 전유물이 되고 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