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선이라는 중대한 고비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가 강력히 지원한 주(州)대법관 후보자의 낙선이란 쓰디쓴 패배를 맛봤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리며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에겐 ‘불길한 조짐’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대목이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치러진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하급심 법원의 판사인 진보 성향의 질 카프로스키 후보(민주당)가 현직 대법관인 보수 성향의 다니엘 켈리 후보(공화당)를 누르고 당선됐다.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7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대법관은 주민들이 선거로 뽑으며 임기는 10년이다. 지난 2016년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유고라는 ‘행운’에 힙입어 위스콘신주 대법원에 입성한 켈리 대법관은 전임자 잔여 임기(4년)가 끝나는 올해 임기 10년의 대법관에 다시 도전했으나 결국 고배를 마셨다.
연방대법원도 아니고 미국 내에 50곳이나 있는 일개 주대법원의 대법관 선출에 미 언론의 이목이 쏠린 건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으로 바쁜 와중에도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현직 대법관인 켈리 후보를 적극 응원했다. 미 언론이 켈리 후보를 “트럼프를 ‘백’으로 둔 대법관(Trump-backed justice)”이라고 비꼬아 부른 이유다.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존경을 받고 있는 공화당원 다니엘 켈리 대법관에게 투표하세요”라며 “그는 범죄에 엄격하고 군인과 참전용사, 그리고 농업인을 사랑하며 수정헌법 2조를 구해낼 사람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수정헌법 2조는 다름아닌 미국 시민이면 누구나 총기 등 무기를 소유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가 있음을 보장한 바로 그 조항이다. 총기 난사사건이 아무리 빈발해도 총기 규제가 불가능한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응원하고 당선을 지원한 켈리 대법관이 연임에 실패하고 진보 성향의 카프로스키 판사가 새로 대법원에 입성하면서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보수 대 진보가 기존 5대2 구도에서 보수 4 대 진보 3의 체제로 바뀌게 됐다. 보수 대법관 중 한 명이 유고 상태라도 되면 보수 대 진보가 3대3으로 팽팽히 맞서 자칫 그동안 유지돼 온 보수적 판례들이 무너질 소지가 있다.
마침 위스콘신주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상대로 결정적 우세를 보여 마침내 후보 자리를 거머쥔 뜻깊은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를 겨냥, 위스콘신주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키려 했으나 대법관 선거 결과에 보듯 불발에 그쳤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 ‘불길한 징조’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이 선거가 매우 중요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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