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겜 업계는 좀 특이하다
개발직은 노동자보다는 창작자에 가까운 면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팀을 창작자로 인격화 하면
겜 업계 노동자는 그 인격의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만큼 일반 노동자에 비해 겜 업계 노동자는
좀 더 많은 실력이 요구되는 면이 있다.
2. 그 실력은 굉장히 추상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실력은 단순히 이력서의 스펙이 아니라
굉장히 추상적인 창작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머의 경우에는 본연의 업무에 관해서는 비교적 평가가 쉬운 편이다
하지만 게임 개발 프로세스는 본연의 업무만큼이나 팀원 간의 창조적 시각 교환이 중요하다
게임의 디테일은 이런 창조적 시각 교환을 통해 결정된다
그래서 게임 프로그래머는 공학, 수학의 능력 외에도 "실력"이 필요하다
개발만 잘하는 프로그래머는 애초에 겜 업계로 잘 안 온다
3. 게임 업계는 그 실력을 평가할 능력이 없다.
문제는 그 실력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거다
실력은 무슨 대학 무슨 과가 말해주지 않는다
실력은 과거 참여한 프로젝트가 말해주지 않는다
실력은 수량이나 수치가 아니다
실력은 팀내에 상호적일 때만 발현된다
게임 업계 노동자는 팀의 구성원이고 게임은 팀이 만든다
그래서 게임 업계는 그 사람이 실력이 있는지, 우리 팀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모른다
4. 일단 써보고 결정하자
그러니까 일단 피상적인 인상을 바탕으로 사람을 고용한다
이 사람이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써보면서 파악하면 된다
그러고 실력이 없다? 이 사람은 게임 업계에서 도태된다
대충 누굴 말하는지 알아차렸겟지만... 겜 업계에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왜 한국에 게임 개발 학원이 그렇게 많은 걸까?
5. 살아남은 자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요구되는 실력을 충족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 적응하며
혹독한 노동강도를 견딘 자들은 자부심이 정말 쎄다
그런 사람들을 류호정이 대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게임 업계" 사람이 보기에 류호정은 "게임 업계" 사람이 아니다
6. 누가 IT게임업계 노동자를 대변했어야 했을까?
커리어 하이를 아름답게 끝내고 은퇴한 창작자
작품으로서 동종 업계 사람에게 인정받는 사람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노동 운동을 하지 않는다
현실을 알기에 못지킬 약속을 할 수가 없다
7. 게임 업계 과연 노동 운동이 가능할까?
세계적으로도 정말 진보적인 집단이 게임 업계인데 이상한게 하나 있다
게임 업계는 노조가 정말로 없다
정말로 진보적인 게임 업계 노동자도 노조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정적이다
게임 업계는 회전도 빠르고 이직도 잦다 구조적으로 노조 결성이 힘들다
또 실력주의가 팽배했기 때문에 노동자보다는 자기 개인을 중요시한다
8. 창작은 노동일까?
공산주의자인 내가 보기에도
창작은 노동과 여러면에서 다르다
대개 창작은 고독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창작은 집단 지성에의한 것이 더 많다
이런 집단 지성에의한 창작은 현실적 문제로 기업과 노동의 형태를 띄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노동과는 차별되는 고유의 특성들이 있다
창작은 노동이 아니다
9. 그럼 왜 요즘 게임 업계 노조 결성이 많을까?
그만큼 업계가 힘들다는 반증이 아닐까
경영자들이 중국 자본을 상대로 쉽게 장사하다가 경쟁력을 잃어갔고
중국 자본이 토라지니 활로가 사라진 결과다
나는 이 노조들이 오래 존속하지 못할거라 생각한다
물론 게임 업계에 내재된 부조리는 해결되야 할테지만
노조가 창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니와
자정작용을 잃은 게임 회사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세대 교체 실패로인한 실력 저하로 망하는 게임 회사는 수두룩하다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
10. 펄어비스?
부당해고가 문제된 회사가 펄어비스다
근데 역설적이게도 이 펄어비스가 한국에서는 그나마 게임을 잘 만든다는 소리 듣는 회사다
왜 그럴까?
나는 펄어비스는 적어도 문제의식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에 가혹한 자정을 행하는 거다
그렇게 해야만이 창작물을 눈높이에 맞출 수 있을테니까
물론 펄어비스는 굉장히 기술자적인 경영인이 굉장히 기술자적인 시각으로 칼춤을 추는 인상이 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나는 그게 위기의식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론 내도 모름
요즘은 예술가 노조도 있고 그런데.... 그런 논리라면 게임 노조는 없을리가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