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예휘 부대표 모두발언

( 블라디미르 레닌 탄생 150주년 관련 )

어제는 러시아의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의 탄생 15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그가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노동자 국가 소비에트 연방은 권리 밖에 내몰린 사람들의 권리를 되찾고 진일보시켰다.

한계는 분명하다. 레닌이 선언한 세상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승리했다. 그리곤 주체가 뒤바뀌어 버렸다. 이어진 엄혹한 전쟁과 독재, 내재된 무수한 오류를 부정할 수 없다.

대한민국을 본다. 사람들 마음 속에 개혁이란 이름의 희망이 생겼다. 촛불의 적임자라 선언한 정당이 마음을 사로잡았고 의석을 휩쓸었다. 그래서 승리한 것은 누구이고 무엇인가.

총선 결과를 전하는 뉴스 화면에 두 가지 색깔이 뚜렷했다. 20대 국회보다 더 확실하고 견고해진 294석. 더 가진 사람들의 이익보존을 위해 덜 가진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는 노선이 승리했다. 차별을 방치하는 노선이 승리했다. 개혁을 기다리다 지치게 만드는 노선이 승리했다.

지난 4년도 그러했다. 끝내 누군가 죽음으로 내몰린 뉴스를 봐야만 '이건 아니다'라고 하루 각성하고 하루 슬퍼하고 다음날부터 똑같이 살아간다. 가난도 장애도 성착취도 개인적 비극에 그쳐버리고 만다. 이 새파랗게 잔혹하고 안정된 착시사회가 ‘잘 하고 있다’는 응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계속될지 모른다는 것이 현재 가장 무서운 일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거둔 각각의 승리로 상대 정당들이 심판당했다고 했던가. 그 논리대로라면 남원임실순창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오만이, 무책임이,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을 빼앗고자 한 극악무도함이 심판당한 것이다.

정규직 전환을 이루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고 어떻게 그 대척점에 서있는 이강래라는 인물이 집권여당의 보증을 받아 국회의원 후보가 될 수 있었는지 묻고 싶다.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던 정부의 결심은 또 어디로 갔나.
헌법에 보장된 민주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300일 동안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사람의 얼굴을 아는지 묻고 싶다. 지금 이 시간에도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름을 아는지 묻고 싶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던 약속은 정말이지 어디로 가버리고 아직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목놓아 외치도록 만드는가. 비장애인들의-우습게도-'불편하지 않은' 사회를 위해 장애를 가진 사람은 분리되고 집단수용되어 살아가도 '불편하지 않은' 사회. 이를 어떻게 두고 볼 수 있을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등급을 매기고 그에 따라 지원을 결정하는 사회,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회를 끝내야 할 책임을, 내던져버린 책임을 빠짐없이 주워담아야 한다.

경계해야 한다. 레닌이 만든 국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슬로건을 개혁이랍시고 뭇 세력마다 내세우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그의 자기중심적 말로만 그대로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부단히 경계해야 한다.

지금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더 잔인해질 수는 없기에, 누군가의 죽음이 다음날이면 또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기에, 우리는 기억을 붙잡아야 한다.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권력의 마지막을 기억한다. 그 어떤 노동자도 소외받고 착취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혁명을 감행한 레닌의 삶과 인간의 존엄 앞에 다른 것이 우선할 수도 있게 돼버린 비탈길을 동시에 기억하며, 그의 탄생 150주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