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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IMF 사태 이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린)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건 사실이다.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정리해고, 주요 기업의 높은 외국인 지분, 각종 규제 완화 등등...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런 ‘신자유주의’만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식민과 분단, 반공, 군사정권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수구세력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설계자’다.

당장 일제강점기 민족을 배신하고 호위호식 한 소위 ‘친일파’들이 해방 이후에도 반공 투사로 변모, 고위관료, 지주, 산업가 등 지배계급의 위치를 차지했다. 이들은 미군정, 이승만과 결탁하여 한반도 남쪽에서의 민중운동과 진보 세력을 몰살시켰다. 그 결과 남한의 의회에서는 다수 근로대중이 아닌 소수 지배세력의 이익이 과잉대변 되었다.(물론 부르주아 의회 자체의 속성이 그러하지만, 남한은 특히 더 그랬다.)

이때 만들어졌던 국가보안법은 반세기가 넘게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서슬 퍼렇게 살아있으며 수많은 민족민주, 민중해방 열사들을 공격하는 도구로 이용됐다.

4월혁명을 총칼로 찬탈한 박정희는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다. 이로 인해 정치적 자유는 위축되었고 민중운동은 더욱 강하게 탄압당했다. 박정희 정권은 경제건설에 집중했다.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는 매판적이고 폭압적인 근대화였다. 박정희는 경기 침체로 버려질 위기에 처했던 서구의 낡은 설비를 들여왔다. 여러 기업과 산업에 균형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소수 재벌에 일감을 몰아주었다. 일본의 기술과 자본에 의존하고, 미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삼각무역 체제, 통상국가로서의 한국 자본주의는 그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산업화 과정에서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노동자와 농민, 빈민들은 무자비하게 탄압당했다.

이 매판적이고 폭력적인 성장의 결과는 이러하다— “재벌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의 양극화, 극심한 노사갈등, 과도하게 높은 대외의존도, 알짜기업을 잠식한 외국 자본, 지역의 몰락, 농촌과 농업의 붕괴, 강제철거, 군사문화, 용역 깡패, 장시간 노동.”

정치검찰과 법원, 조중동 등 수구 언론, 국정원과 국군기무사 등 지배세력의 손발이 되어준 기관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양승태가 주도한 사법 농단이 불과 몇년전 일이다. 수구 언론들은 기회가 될때마다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을 악마화 한다. 국정원의 공안 조작 사건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국군 기무사는 세월호 유가족을 감시하고,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러한 지배 체제가 유지되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분단’이다. 수구지배세력은 자신들이 위기에 처할때마다 저항세력을 북과 연계된 ‘용공’ ‘불온세력’ ‘종북’등으로 규정하며 시선을 돌렸다. 공격 대상도 제주도 양민, 파업에 참여한 여공, 광주시민, 통일운동가, 통합진보당,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했다. 1998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수구 세력의 후보 이회창이 북에 무력시위를 요청한 바 있다. 이처럼 분단 상황은 그들의 지배 질서를 유지하는데 있어 일등공신이었다.

미제국주의-수구정치권력-재벌-사법권력-수구언론-공안세력이라는 지배블록의 기원과 존재를 간과한 채 현 체제를 민주당 정권에 의해 수립된 것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이다. 그것은 남한이 ‘정상적인’ 부르주아민주주의, 자본주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남한 자본주의는 그 눈부신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온갖 매판적이고 후진적인 요소가 잔존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일반을 극복하는 계급투쟁만큼이나 반미 자주화 운동, 민주주의 투쟁, 통일운동— 이른바 ‘자주 민주 통일!’—이 중요해진다. 올바른 실천을 위해서는 현 사회 성격에 대한 적확한 인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