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이 또 맑스경제학을 가지고 불타길래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봄.

읽어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줬으면 좋겠음.


1. 노동가치설은 경제학적 사실인가?

나는 노동가치설을 경제학적 사실이라기보다는 경제학을 연구하기 위해 필요한 '가정'이라고 생각함. 경제학에서 가치에 대한 입장은 경제학적인 연구 자체에서 나왔다기보다는 시대적 배경에 의해서, 또는 철학적 세계관에 의해서 나왔기 때문에 경제학적 사실로서 다뤄지기보다는 그 이전의 기본 가정에 가까웠음. 모든 가치는 땅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던 중농학파, 화폐가 곧 가치라고 보았던 중상학파, 노동가치설, 한계효용학파 모두 저마다의 배경이나 철학에 입각해서 주장을 한 것이지, 경제학적으로 그것이 옳다는 주장은 빈약했음. 다만 그 시대의 경제를 설명하기에 적합하다고 보는 가치이론이 경제학의 주류가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함. 맑스의 시대에는 노동가치설이 쉽게 경제학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기에 노동가치설이 주류였고, 맑스 역시 이를 받아들인 거지. 그후에 자본주의의 발달, 심화 과정에서 노동가치설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등장하면서 한계이론이 등장했고, 그것이 주류를 차지했다고 생각함. 그렇다고 한계이론이 모든 경제학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냐? 그럴리가. 피에로 스라파와 조앤 로빈슨은 케임브리지 자본 논쟁에서 한계이론과 이에 기초한 신고전학파의 경제이론이 순환논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함. 쉽게말하면 '금 1돈은 생수 한 병의 200배의 가치를 갖는다-> 왜? -> 생수 한 병이 1000원이고 금 1돈이 20만원이기 때문이다 -> 왜 그 가격에 거래되는데? -> 왜냐하면 이들이 각각 전체 경제의 생산에 1000원, 20만원만큼 기여하기 때문이다. -> 그만큼 기여한다는건 어떻게 재? -> 총생산량을 가격으로 환산해보니까 그래 -> 왜 그 가격에 거래되는데? -> (...)' 뭐 이런 식. 사실상 한계효용이론과 신고전파경제학의 기초를 뒤흔드는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고전파경제학과 한계효용이론이 버티고 있는 이유는 1. 그래도 지금의 경제현상을 그럭저럭 설명할 수 있어서 2. 이것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이 없어서임. 한계효용이론과 신고전파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순이 증가하면, 이들 역시 새로운 학설에 자리를 내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가치설, 한계효용이론 모두 경제학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이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라고 봄.


2. 맑스경제학은 노동가치설을 가정해야만 하는가?

기본 이론이 노동가치설을 바탕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에 맑스경제학을 온전히 유지하려면 노동가치설을 가정해야만 한다고 봄. 하지만 맑스경제학의 핵심인 착취이론, 이윤율 저하 경향 및 공황이론은 한계효용이론을 가정해서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봄. (착취이론은 존 로머가, 이윤율 저하 경향 및 공황 이론은 슘페터가 '생산 양식이 불변할 때에 한해' 성립함을 보임) 물론 신고전파경제학에서는 임금과 자본의 분배율 통계를 근거로 이윤율 저하 경향이 반증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글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체 이론 역시 한계효용이론을 가정하고도 충분히 유도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임.


3. 우리가 맑스경제학을 항상 변호해야만 하는가?

변호해야 할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지 맑스경제학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함. 만약 맑스경제학보다 더 체계적으로, 과학적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경제학 이론이 있다면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 스스로의 이론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하고자 신고전파경제학을 공부하고 있기도 하고. 다만 현재로서는 가장 체계적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경제이론이 맑스경제학이기 때문에, 여기에 의지할 필요는 있지만, 그 역시 계속해서 이론의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함.


4.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맑스경제학에 의거하여 설계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러시아혁명기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던 문제임. 한쪽에서는 맑스경제학의 노동가치이론은 자본주의 붕괴 이후에도 성립함을 주장하면서 맑스경제학에 입각한 사회주의 경제계획을 주장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노동가치이론은 자본주의 체제에서만 성립하며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는 그에 맞는 새로운 경제계획이 필요하다고 봄. 오스카 랑게 등의 시장사회주의자들은 그에 맞는 새로운 경제이론을 한계효용이론으로 보았고, 그에 따라 신고전파이론에 입각한 시장사회주의 모델인 랑게 모형을 제시함. (하지만 하이에크한테 정보불평등을 이유로 비판받았다. 노망난 오스트리아할배 오가스만 있었어도 ㅂㄷㅂㄷ) 나 역시 랑게와 비슷하게 신고전파 이론에 입각해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설계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임. 첫번째는 한계효용이론과 신고전파경제학이 후기 자본주의와 그 이후의 경제체제를 설명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보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맑스경제학 자체가 자본주의 비판을 주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에 실제 정책건설을 위한 이론적 배경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고전파의 경제이론을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임.


요약하자면, '사회주의를 위해서 맑스경제학이 있고, 맑스경제학을 위해서 노동가치설이 있는건데, 후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함. 다만 내가 맑스경제학을 심도있게 공부한게 아니라 현대 맑스경제학에 대해서는 부족한 점이 많은데, 잘아는 로붕이가 지적해준다면 참고하겠음.


+잡설) 시장사회주의/분석맑스주의 책은 번역된게 왜이렇게 없냐? 롸끈하게 국보법으로 징역 10년쯤 살면서 독방에서 역질만 해야하나 ㅅㅂ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