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발췌함.

약자와 소수자 억누르며 부당한 쾌감

셋째, 그 두 가지는 '가장 만만한 부분'에 속한다. 5·18과 위안부 문제가 보수에는 약점이고 진보에는 강점이라 할지라도, 그래서 보수세력이 그 문제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할지라도, 지지층이 없으면 보수가 이 문제에 달려들 수 없다. 그런데 5·18과 위안부 문제에는 보수파 리더들이 지지층을 동원하는 데 활용할 만한 요소가 담겨 있다. 그들이 만만하다고 볼 이유가 그 속에 있는 것이다.
 
5·18과 위안부 문제는 각각 1980년대 이후 및 1990년대 이후의 역사적 평가 작업을 거쳐 오늘날에는 승리자의 이미지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사건이 벌어질 당시에는 패배자의 이미지를 띠었다. 5·18 시민군은 계엄군에게 무참히 학살됐고, 위안부들은 일본군에게 잔인하게 유린됐다. 4·19 시위대나 6월항쟁 시위대와 달리, 두 사건과 관련된 대중들은 사건 당시에는 패배를 경험했다.
 
보수나 극우 진영의 지지층은 선전과 암시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진보 진영의 지지층이 집단군중 상태 속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과 대비된다. 보수나 극우 지지층의 그 같은 취약성은 보수파 리더들이 지지층을 독려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여지가 있다.
 
보수파 지지층한테 '4·19나 6월항쟁을 부정하기 위해 나가서 싸우자'고 독려하면, 4·19 시위대와 6월항쟁 시위대가 갖는 승리자의 이미지 때문에 보수적 지지층은 심리적으로 머뭇거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미 한번 패한 바 있는 5·18이나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대로 싸우자는 독려는 보수파 지지층에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갈 가능성이 있다. 그들에게 승리의 확신을 심어주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5·18과 위안부 인권활동을 훼방하는 보수파 지지층은 실상은 5·18 및 위안부 피해자들과 싸우는 게 아니다. 그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오늘날의 강력한 대중과 싸우는 것이다. 하지만, 선전과 선동에 능한 보수파 리더들의 암시를 받는 지지층은 자신들이 '현재 세력'이 아닌 '과거 피해자들'과 싸우는 듯한 착각을 가질 수도 있다. 이것은 보수파 지지층이 승리의 확신을 갖고 5·18이나 위안부 문제를 향해 뛰어들도록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사건 당시의 패배자 이미지에 더해 5·18에는 '민중'과 '전라도'라는 이미지도 겹쳐져 있다. 위안부 문제의 경우에는 '식민지 대중'과 '여성'이라는 이미지도 오버랩돼 있다. 약자와 소수자를 억누르는 데서 부당한 쾌감을 느낄 때가 많은 보수적 지지층에게 자신감을 넣어줄 수 있는 요인들이 두 문제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보수파 지지층을 선동하는 리더들이 얼마나 나쁜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굉장히 설득력 있는 데 어떻게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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