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실증적 근거가 필요하지 않는 경우가 분명히 있음. 단적으로 '세계는 인간의 의식과 관련해서만 존재하며 그렇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철학적 이론을 실증적 근거를 통해서 반박하기에는 힘듬. 실증적 근거라는 게 이미 관찰된 것들, 즉 인간의 의식과 관련된 세계니까. 이런 식으로 형이상학이나 인식론 부류는 실증이 거의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그러니 저런 걸 반박하는 건 대개 자체의 내적 논리모순 같은 걸 통해서임.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식과 관련되지 않은 영역에 대해 알고 있단 건데 그럼 이미 의식과 관련된 거니까 모순이다' 뭐 이런 식으로. 물론 여기는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겠지만 일단 '철학'의 범주는 맞잖아?
요즘에는 분과 나뉘고 과학 도입하면서 또 다르다지만 전통 철학은 말할 것도 없고 연역논리 개념적 분석 이런 게 분명 철학의 주요한 탐구 방법이니만큼 실증이 필수라 보긴 어렵다 생각.
그러니 역사도 소재로 생각하긴 해야겠지만, 맹자의 경우 진짜로 관련 기록이 있었고(물론 현대의 엄밀한 기준으로는 진위 여부가 의심스러우나) 진짜로 그런 게 있었다 보고 한 주장이라 좀 다르긴 함. 말마따마 그 역사가 주장의 유일한 근거라면 주장도 당연히 의심은 받아야겠지.
그렇지만 역사를 좀 언급했다 해서 그게 곧 유일한 근거는 아니지. 말했다시피 비실증적인 근거가 철학에서 충분히 쓰일 수가 있으니까. 예컨대 유교철학에서 고대 사회의 지배층을 중시하는 게 요순 신화를 실제 역사로 보고 그걸 근거로 삼아서도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님. 이들이 말하는 요순 시대의 문명은 정의상 '최초의' 문명임. 현대의 위정자들과는 달리, 최초의 위정자들은 지금 우리가 사회로부터 학습하는 문명을 문명이게끔 하는 어떤 질서, 기술 등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채로 태어난 상태에서 그런 것을 자신이 만들고, 또 이를 실현시켜서 최초의 문명을 만든 것임. 이건 맨 첫 번째 문명의 지배층이라는 말의 정의 자체에서 연역되어 나오는 결론임.
여기서 법치가 아닌 지혜로운 군주의 인치를 옹호하는 논리도 연역됨. 질서라는 개념을 창조하는 능력이 최초의 존재들에겐 태생적으로 내재되어 있었다. 그러니 법 같은 것들은 본질적으론 지배층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도구, 혹은 옛 지배층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만을 위한 임시적 수단(법을 처음 만든 지배층은 굳이 그런 거 없이도 질서를 창조하고 유지시켰으니까)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 이 얘기는 요순 신화가 거짓이라고 해서 반박되는 건 아님. 주장의 논리는 요순이 아니래도 최초의 문명, 아님 다른 문명의 도움을 받지 않은 문명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 성립하니까. 물론 그렇대도 다른 방식으로 반박이 가능하지만 말야.
하튼 고러니 철학에서 역사적 근거라는 게 도움은 되도 핵심은 못 되지 않나... 싶음. 뭐 맑시즘은 유물론 기반으로 사회과학 이론이라고도 하니 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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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시즘은 스스로를 과학이라고 하니까 실증적 증거가 요구되는거지 - dc App
ㅇㅇ - dc App
맞는 말. 사실상 요순 문명이란 계재에 불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