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8년사를 보면, 그 당시를 역사로 겪어야만 했었던 이 땅의 민중들이 정말 안쓰럽더라.
남북과 좌우로 나뉘어서 서로 죽고 죽이는 짓만 계속 반복했으니.

그 놈의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목숨보다 가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음.
이데올로기는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이데올로기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박찬승 선생님의 "마을로 간 한국전쟁" 책을 보면, 좌우의 학살이 마을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사례들이 계속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데, 책을 보다 보면 해방 8년사 시기의 한반도야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도'가 눈앞에 펼쳐진 정말 끔찍한 곳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됨.
사람을 죽여도 '빨갱이' 혹은 '반동분자'라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용인되었던 광기의 시대였으니.
해방 8년사야말로 한국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시대였었다고 절실히 느껴지더라.

해방 8년사를 보니, 최인훈 선생이 왜 그토록 중립국을 외쳤는지 이제 좀 알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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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 최인훈의 소설 '광장'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