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과연 펌

1980년대 논쟁의 성과는 살려내고 사상・이론적 한계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1980년대는 노동자・민중투쟁의 발전은 한국의 근본적인 변혁에 대한 사회구성체와 변혁론에 대한 탐구와 논쟁을 전면화 시켰다. ‘사회구성체’ 혹은 ‘사회성격’ 논쟁은 한국사회의 극복해야 할 사회적 모순에 대한 인식의 거대한 지평을 열었다. 1950년대 전쟁 후 긴 정치적 암흑기를 거치면서 은폐되고 왜곡된 역사와 사회적 모순을 사회과학적으로 재인식하는 과정이었다.이러한 과정을 통해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에 대한 인식을 재발견 하고, 현실 노동운동에서 이정표를 만들려고 했던 과정은 한국노동운동사에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특히 NL과 PD논쟁은 한국사회를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데 매우 의미 있는 사상, 이론적 발전의 표현이었다. 이 논쟁과정에서 발생한 NL과 PD의 분립은 지속적인 탐구와 논쟁을 통해 지양・발전을 통해 통일적으로 재정립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한 충분한 시간을 갖기도 전에 쏘련을 비롯한 20세기 사회주의 체제의 해체를 맞았고 이어 세계적인 대 반동의 시대를 불러왔다.이리하여 한국 노동자계급의 사상・이념적 좌표도 혼란에 휩싸이게 되었고, 발전의 경로를 밟아야 할 사상・이론적 진전은 중단되고 말았다. 쏘련을 비롯한 20세기 사회주의 세계체제의 해체라는 역사적 사건은 오랜 노동자계급 투쟁의 역사로부터 축적된 풍부한 경험과 교훈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를 불러 일으켰고, 노동해방의 전망을 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사회와 운동이론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치열한 논쟁이 중단되면서 미완의 사상・이론은 그 지양・발전의 운동을 멈추어 버렸다.그 결과 운동의 합목적성을 밝히는 이론은 경시되고 종파적 패거리주의가 선진노동자들을 갈라놓았다. 선진노동자들 사이에 퍼져 있는 사상・이론적 혼란으로 인한 정파적 대립과 그 고착화는 노동자계급 운동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자계급 운동의 선진부위에 있는 상당수 활동가들조차, 독점자본의 이데올로기에 깊이 침윤되면서, 노동자계급 운동을 왜곡시키고 그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①민족모순에 천착하는 세력들은, 물론 제국주의에 대한 건강한 실천적 태도를 견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다수는 민족문제에 대한 과학적 인식의 결여로 인해 현실운동에 있어서 몰 계급성을 곳곳에서 노정해 왔다. 민족문제를 부르주아적 내지 소부르주아적으로 해석하여 현실 운동에서 민주대통합이니, 야권연대니, 연합권력이니 하는, 독자적인 계급적 전략 없는 몰 계급적인 현실주의적 전술에만 몰두해 왔다.‘반미 자주정권 수립’이라는 전략적 목표는, 노동자계급 정치를 한낱 부르주아 정치 속에, 특히 오직 의회 진출을 통한 집권전략 속에 가두어 버림으로 노동자계급 운동을 교란해 왔다. 이러한 독자적인 계급적 전략이 없는 몰계급적인 전술은 노동자계급 정치를 개량주의적・독점자본의 정치로 변질시켜온 것이다.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은 결코 별개도, 서로 대립적인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일면적・이분법적 인식으로 발달한 독점자본주의 사회의 첨예한 계급적대의 주요한 지점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②계급모순에 천착하는 세력들은, 제국주의 시대의 민족모순에 대한, 그리고 그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 제국주의 시대의 민족모순, 즉 민족적 종속과 피억압은 명백히 노-자 간의 계급모순의 다른 표현, 혹은 그 표현형태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급모순의 문제를 협소하게 이해하여 제국주의, 민족모순의 문제를 현실투쟁에서 기각해 버린다. 이러한 관점과 태도는 협소한 노동자주의로 귀결되면서 계급투쟁을 경제투쟁에 한정하는 경향을 노정하고 있다.이들 중 상당부분은 쏘련을 위시한 20세기 사회주의 체제 및 그 국가들에 대한,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현존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에 대한 매우 적대적이고 청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뜨로츠키주의 또는 그 영향을 크게 받은 경우에는, 쏘련을 비롯한 20세기 사회주의 체제를 ‘국가자본주의’ 또는 ‘타락한 노동자국가’로 규정・적대하면서 반쏘・반북주의적 태도로 일관하여 결과적으로 반공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다.역사적으로 집적된 거대한 계급투쟁의 경험과 이론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비판적으로 숙고하는 대신에 ‘스탈린주의’라는 단 한마디로 치환해버리는 비변증법적, 몰역사적 관점은 시급히 극복되어야 할 과제다. 한편,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내세우며 제도 정치권에 발을 내디딘 소위 ‘좌파’ 세력 역시 이미 그 혁명성을 잃고 사민주의적 개량주의 세력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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