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사회민주주의가 길들어 있던 타협주의는 그들의 정치적 전술뿐만 아니라 그들의 경제적 관념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 타협주의가 이후의 붕괴를 가져온 원인이다. 자신들이 시대의 물결을 타고 간다는 견해만큼 독일 노동자 계급을 타락시킨 것은 없다. (...) 해묵은 프로테스탄트적 노동 윤리가 세속화된 형태로 독일 노동자들에게서 부활을 맞았던 것이다. (...)"
"역사적 인식의 주체는 투쟁하는, 억압받는 계급 자신이다. 마르크스에서 그 계급은 해방의 과업을 과거에 때려눕혀진 자들의 세대들 이름으로 완수하는, 최후의 억압받고 복수하는 계급으로 등장한다. 짧은 기간 '스파르타쿠스'(갤주님의 '그' 스파르타쿠스단 맞음)에서 다시 한 번 위세를 보였던 이 의식을 사회민주주의는 예전부터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30여 년이 경과하는 동안 사회민주주의는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지난 19세기를 뒤흔들었던 블랑키라는 이름을 거의 말살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노동자 계급에게 미래 세대들의 구원자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들은 그로써 노동자 계급이 지닌 가장 강력한 힘에서 그 힘줄을 잘라버리고 있다. 노동자 계급은 이 훈련 과정에서 증오와 희생정신을 모두 망각하였다. (...)"
"사회민주주의 이론은, 그리고 그 실천은 더욱더, 현실에 근거를 두지 않고 교조적인 요구를 갖는 진보 개념에 의해 규정되었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의 머릿속에 그려진 진보는 우선 (인류의 기술과 지식의 진보만이 아니라) 인류의 진보 자체였다. 둘째로 그것은 (무한한 완성 가능성에 상응하는) 종료시킬 수 없는 진보였다. 셋째로 그것은 (자동적으로 직선이나 나선형의 궤도로 진행되는) 본질적으로 저지할 수 없는 진보였다. 이 세 가지 속성 모두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각각의 속성에 비판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판이 가차 없는 비판이 되려면 이 속성들 모두의 배경을 파헤쳐보고, 그 속성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에서의 인류의 진보라는 생각은 역사가 균질하고 공허한 시간을 관통하여 진행해나간다는 생각과 분리될 수 없다. 이러한 진행에 대한 비판이 진보에 대한 생각 일반에 대한 비판의 토대를 형성해야 한다."
-발터 벤야민,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中, 1940.
가끔 벤야민 관련 얘기 나오길래 옮겨와봄. 상당히 흥미로운 논조고 문체가 존나 멋있음.
이 글은 벤야민의 마지막 저작. 벤야민은 유대계 독일인이었고 몰아치는 파시즘의 광풍을 피해 스페인을 통해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려했으나 스페인-프랑스 국경 마을에서 스페인 국경경비대에 검거되어 모든 의지를 상실한 채 음독자살한 비운의 천재임. 철학, 미학, 역사 등 인문학에서 손대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 벤야민 어렵지만 흥미로우니까 로붕이들이 많이 읽어줬음 좋겠다. 입문서로는 『발터 벤야민: 화재경보』(미카엘 뢰비 저) 추천. 이외에도 요즘 벤야민 해설서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 다양한 책들로 많이 접해보고 원전을 읽으면 좋을듯.
이참에 나중에 벤야민부터 시작해서 내가 좋아하는 알튀세르 등 로갤에서 주로 안 다뤄지는 학자들 소개글이나 써볼까... 학식충이라 너무 바쁘고 정신없어서 글 쓸 틈이 안 생기네ㅋㅋㅋㅋ
글이 너무 어렵다콘
사민주의는 노동자 계급의 단결력을 약하게 만들며 그들이 말하는 진보란 실제 가능하지도 않은 공허한 소리이며 허점도 많다 정도로 요약 가능함?
ㅇㅇ 그러함.
내가 언급한 <화재경보> 이 책 읽으면 벤야민이 생각한 공산주의가 확 와닿을 수 있을듯ㅇㅇ
시대의 흐름을 타고 간다 = 예수의 희생을 타고 간다 = 회개만 하면 한평생 주정뱅이 살인마도 천국 갈 수 있다에서 프로테스탄티즘의 타락과 궤를 같이한다는 거죠... 그람시와 더불어 20세기 초 최고의 사회주의 비평가
보충 감사합니다
근데 일방통행로 파는 데가 없음 시발
일방통행로/사유이미지 최성만 씨가 번역한 거 전집 팔지 아너??? 인생 책인데 혹시 번역이 별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