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기사를 인용해서 중국공산당이 기업가정신을 제창했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글이 있어서 몇자 적어봄.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저 기사에서 중국 공산당과 한국경제 모두 자본가적 계급의식을 기업가정신이라고 착각(또는 호도)하고 있음.


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한 슘페터는 이를 '생산양식을 개량하고자 새로운 영역을 탐사하고 보수적 저항을 넘어설 수 있는 정신'이라고 정의함.

즉, 더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새로운 생산양식(상품, 생산법, 보급법 등)을 개발하여 이를 널리 보급하고자 하는 마음, 또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음.

우익들은 이것을 모든 자본가가 그리한다고 주장하고 싶어하지만, 문제는 전혀 그렇지 않으며, 슘페터 본인조차 이를 부정했음.

당연한 말이지만, 자본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윤의 최대화이지 생산의 최대화 또는 효율화가 결코 아님.

내 이윤은 늘어나지만 생산은 비효율적으로 변한다? 그럼 당근빳다 해야죠 쒸바! (예: 노동을 효율화하겠다면서 놀고먹는 바지사장만 늘리는 외주화)

다만 생산의 효율화(더 근본적으로는 노동의 효율적인 착취)가 이윤을 증대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의 효율화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일 뿐.

그러나 생산양식을 혁신하는 것은 많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고려한 자본가들은 혁신을 통한 이윤보다 현상 유지를 선호함.

그러나 체질적으로 그러한 혁신을 즐기는 '기업가정신'의 소유자들은 위험성에 관계없이 여기에 뛰어들고, 이들이 자본주의 발전의 동력이다...가 슘페터의 주장임.

즉, 기업가정신='생산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 != 자본가의 계급의식 = '안정적으로 이윤 뽑아먹기'로 다를 수밖에 없음.


그렇다면 기업가정신은 언제나 중요한가? 답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중요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본가의 계급의식이 기업가정신보다 우세하기 때문에 자본은 이 기업가정신에서 이윤을 뽑아먹을 요소만 남기게 됨.

그 결과로 예전에 1명의 발명가가 이끌던 기술 혁신이 기업 내의 연구소, 개발팀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식으로 혁신이 과학화, 관료화됨.

그 과정에서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은 점점 감소하고 혁신가들이 차지하던 자본가의 자리를 소수의 독점자본가와 다수의 기술관료들이 차지하게됨.

그리고 관료들은 자본의 무정부성을 피하고 효율적인 경제 운영을 위해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라는게 슘페터의 주장임.

즉, 자본이 기업가정신을 자신들의 계급의식에 맞게 길들이기 때문에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음.

다만, 이것은 더이상 혁신할 것이 없거나, 보편적인 혁신 과정이 자동화, 관료화된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그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지금의 중요성은 다르게 평가할 수 있음.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과 한국경제가 '기업가정신'을 장려하는 것은 옳은가?

일단 중국 공산당이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지침부터 살펴보자.

한국경제의 기사를 보면 중국 공산당은 '기업인의 재산권과 자율적 경영권, 합법적인 권익 보호'를 위해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인을 존중하고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함.

'기업가정신의 혁신과 발전을 촉진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하며, '정부가 주요 경제정책을 도입할 때 기업인의 의사를 적극 묻겠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넣음.

미안하지만 이것은 '기업가정신' 장려(그리고 그것이 지향하는 생산양식의 발전)와 자본의 이해 대변이 뒤섞여있으며, 후자가 더 우세함.

물론 자율적 경영권, 기업인 존중과 동기 부여는 혁신을 장려하기 때문에 기업가정신 장려에 도움이 됨 (그게 전체적 생산혁신에도 도움이 되는지는 둘째치고).

하지만 '기업가정신의 혁신과 발전을 촉진'한다는 데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기업인의 재산권 보호', '주요 경제정책을 동입할 때 기업인의 의사를 적극 묻겠다'는 것은 기업가정신과 큰 관계가 없으며,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쪽에 더 가까움.

심지어 '지적재산권 보호'는 그 정도에 따라서는 자본의 이윤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업가정신과 혁신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음.

왜냐? 자본이 지적재산권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갖춘 이의 혁신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특허괴물이나 디즈니의 악행을 생각해보자.)

결정적으로, 중국이 '과학적 사회주의'를 한다면 생산 혁신을 위해 굳이 기업가정신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음.

위에서 말했듯이 위험성 높고, 무질서한 기업가정신에 의한 혁신은 체계화, 과학화를 통한 안정적 혁신으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임.

물론 완전히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업가정신을 장려한다고도 할 수 있지만, 자본의 이해를 더 늘리면서까지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한국경제의 주장은 더욱 처참함.

기업가정신을 옥죄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노동개혁 양대 지침 폐기 등 반기업 정책'이라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 반기업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이 가장 혁신에 적극적이란 사실은 잊고 있나봐?

오히려 친기업정책을 통해 안정적으로 노동 착취로 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는데 미쳤다고 위험하게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겠냐?

한국경제는 그냥 '한국경제'해서 오늘도 기업가정신=자본가의 계급의식이라는 사기를 치고 있는 것에 불과함.


'기업가정신'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음. 하지만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냐고 하면 그건 결코 아님.

우리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민중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호도하려는 우익들에게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과학의 당찬 머리를 모아 빈틈없는 전략을 세워', 저들이 '기업가정신'이라는 허울을 앞세워 자본의 탐욕을 변호할 때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이 바로 이것이다.